8시 30분,
변함없는 등교 시간
본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 자리를 옮겨 지금의 춘천 남산초등학교 서천분교로 부임한 서영범 교사는 무엇보다 학생들과의 생활에 여유가
생겨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영범 교사는 8시 30분이면 교실에 들어서 수업준비를 하고 곧이어 등교하는 승진이(6학년)와 예린·지혁이(4학년)와 어제 하교 후의 이야기며 오늘 아침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주말을 지내고 온 월요일이면 할 말도, 들어줄 말도 서로 많다는 푸르미반 선생님과 아이들은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매일 반갑고 즐겁다고 한다. “보통의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보다는 좀 더 깊다고 할까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주고받으며 더 많이 가까워지고 정이 드는 것 같아요. 1교시 수업을 하기 전까지 30여 분 동안 집에서 가져온 장난감도 같이 가지고 놀고, 책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요. 자유롭죠.” 어떤 시간보다도 하루를 시작하는 30분이 값지다는 서영범 교사. 오늘도 세 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1교시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수학이 첫 시간, 6학년 승진이와 서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도시 큰 학교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 일대일 수업이다.
다시
뜨거운 것이
마음에
차다
서영범 교사가 올해로 교단에 선지는 15년째다. 교사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교대에 입학했지만 마음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고 한다. “어느 선생님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무척이나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첫 발령지였던 학교에서 6학년을 맡았죠. 당시 관사생활을 했었는데 아이들에게 라면까지 끓여 먹이며 밤늦도록 공부시키고 좀 엄하게 했어요, 무조건 열심히, 공부도 많이 시키면 좋은 줄만 알았던 신입 교사 시절이었죠, 그래도 돌이켜보면 마음이 참 뜨거웠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순간 희미해졌다가 몇 해 전부터 처음의 그 뜨거운 것이 마음에 다시 차는 것을 느껴요.”라는 서영범 교사. 아마도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시간적으로나 마음에 여유가 생겨 아이들을 좀 더 깊게 넓게 들여다볼 수 있어 그런 것 같다는 서 교사. 그는 지금 분교 학생 11명의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으며 교단생활의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학교가
좋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영범 교사는 작은 학교와 인연이 깊다. 춘천으로 오기 전에는 정선군의 한 분교에서 근무했었다.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교사가 일대일로 학생과 교감하기가 어려운데 분교에서는 충분히 학생과 일대일로 교감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무엇보다 보람되고 좋다고 한다. 아이들 한명 한명을 이해하게 되고,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위치가 아닌 가족 같은 마음이 들더라는 것. 전교생이 11명인 서천분교에서도 그러한 마음은 여전하다. 아침 8시 30분에 학교에 와 방과후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4시 20분, 그러니까 종일토록 학교에서 보내는 것이다. 선생님이 곧 친구고, 엄마이고 아빠다. 아이들은 서슴없이 아빠보다 선생님이 좋다고 말한다. “일단 학생 수가 적으니까 아이들의 생각이나 말을 충분히 들어줄 수 있고, 학습에서의 부족한 점을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채워줄 수도 있죠. 또 한 걸음만 나가면 산과 들, 강이 있으니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며 깊은 정이 드는 것 같아요.”라는 서영범 교사의 말에, “학교에 오는 게 집에서 노는 것보다 더 재밌어요. 선생님이 말도 따뜻하게 해주시고요.” 4학년 박예린 학생이 부끄러운 듯 속내를 보이며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린다.
자전거 타며
힐링해요!
“서천분교에 와보니까 철도청에서 기증한 자전거가 학생들 수만큼 있더라고요. 자전거는 있는데 학교에서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고민을 좀 하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체육 수업을 하다 보니 교과 활동에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통합수업을 한다고 해도 고학년 3명이서 할 수 있는 수업 주제가 많지 않았거든요. ‘무엇을 하고 싶니?’ 하고 아이들에게 물었죠. 학교 밖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거예요. 적절할 때 아이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었죠. 그렇게 아이들과 북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체육시간에 서영범 교사와 3명의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인근 북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린다. 맑은 햇살을 받으며 시원한 강변을 달리다 보면 선생님도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란다. 자연이라는 친구까지 어우러져 선생님과 아이들은 진정한 친구가 된다. 부모님, 친구에게 하지 못했던 속마음이나 걱정을 꺼내놓기도 하고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을 함께 공감하며 자전거 타는 시간을 즐긴다. 실제로 6학년 승진이는 천식 때문에 부천에서 전학을 와 공기 좋고 깨끗한 이곳에서 살면서 자전거도 타고 뛰어놀며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전에 살던 곳보다 놀거리는 좀 없지만요, 선생님하고 자전거 타고, 학교 동생들 하고 뛰어놀고 하는 게 재미있어요. 선생님하고 말도 잘 통하고요.” 서천분교의 맏형 승진이의 말이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저 역시 많이 건강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순수한 아이들 덕분이기도 하고 맑고 깨끗한 이곳의 자연 때문이기도 하고요.” 서 교사는 그렇게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돌린다.
마음을
나누는
선생님
서천분교에 와 ‘교사 됨됨이’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서영범 교사. 아이들에게 교과서적인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마음을 나누고, 진실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 서 교사의 생각이다. 넓고 푸른 자연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아이들의 좋은 벗이 되고 싶단다. 11명 아이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알고, 병설유치원 8명의 꼬마들까지 이름을 부르며 서로 챙길 정도로 서천분교에서는 이미 서 교사뿐만 아니라 교직원과 학생이 하나 되어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작은 학교만이 주는 특별함 같아요. 교사와 아이들이 아주 친밀하고 가족 같죠. 경계하지 않고 순수한 그 마음 그대로 다가와 주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금처럼 이 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모두가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을 닮은 아이들, 순수한 아이들을 닮은 교사, 그렇게 서천분교 작은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4명의 교사가 하나 되어 미래의 꿈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