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사관을
꿈꾸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었던 고등학생이 구세군 사관이 되어 32년째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자선냄비본부 이수근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부모님을 따라 구세군교회에 다녔지만 난치병 진단을 받고 극복하기 전까지 구세군 사관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2년여를 난치병으로 고통받다 드디어 벗어났을 때, 하나님께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다 믿었고, 그렇게 사관이 되어 평생을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고. 학창시절부터 구세군 병사로 임명받아 겨울이면 자선냄비 종소리를 울리며 한걸음 한걸음 꿈을 향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세군 사관이 되었다. 아직도 빨간 자선냄비를 보면 심장이 뛴다는 이수근 사무총장. “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니까요, 하나님 신유의 은혜로 고침을 받아 다시 행복한 삶을 얻었으니 그 뜻을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이지요. 냄비가 사랑으로 가득 찰 때면 여전히 살만한 세상이구나, 가슴이 뛰고 행복해집니다.”
나눔과
돌봄의
구세군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에 의해 창립되어 현재 전 세계 126개국에서 인종, 종교, 피부색, 지역을 초월하여 나눔과 돌봄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제적인 단체다. 우리나라에서의 활동은 1908년에 시작,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동구호시설 혜천원, 윤락여성을 위한 여자관, 교육사업을 위한 학교 등을 설립하고 긴급구호 활동 등 사회적으로 혼란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웃들을 돌보는 일을 해왔다. 2013년 초 보다 체계적인 모금활동과 배분을 위해 구세군 자선냄비본부가 출범하였다. “그동안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모금을 담당하는 부서와 배분을 담당하는 부서, 그리고 재정을 담당하는 부서가 서로 달라서 재정적인 투명성은 보장되었었지만, 각 부서마다 구세군 고유의 업무 또한 병행하여 담당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모금 규모를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금과 배분, 재정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자선냄비본부가 출범하면서 모금 확대에 더욱 힘쓰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를 비롯해 자선냄비본부 모든 직원들은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모금하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배분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라는 이수근 사무총장. 올해 12월 거리집중모금을 통해 국민들에게 나눔의 중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따뜻한
마음은
그대로
“제가 자선냄비 봉사를 처음 시작한 지가 45년이 되었는데, 순수한 봉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해가 갈수록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많아지고 그에 따른 모금액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사회가, 사람들이 점점 삭막해진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따뜻한 정이 남아 있는 것이지요.” 85년의 구세군 자선냄비 역사를 돌아보면 국민의 온정을 모아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기본 이념은 변함이 없었다는 이수근 사무총장. 거리모금뿐만 아니라, 편지모금, 방송모금, 인터넷모금, 카드결제모금, 기업모금 등 다양한 형태의 모금방법 개발이 모금액 증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현물모금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터라 앞으로 모금을 통한 이웃돕기 분야도 아동, 여성, 장애인, 노인, 긴급구호에서 사회적 극빈층인 노숙인, 쪽방생활자, 에이즈 환자, 다문화 가족 등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자선냄비가
펄펄
끓기를
그런 기억이 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엄마가 쥐여주는 천 원짜리 한 장을 쭈뼛쭈뼛 들고 가 냄비처럼 생긴 통에 넣고는 부끄러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와 엄마 품에 안겼던 그런 기억 말이다. 한국 자선냄비본부는 그렇게 천원 이천원 아니 백원, 이백원으로 시작되어 모든 국민이 동참하는 풀뿌리 모금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모인 성금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되어 왔다. 올해는 자선냄비본부 출범 원년이니만큼 더 많은 국민의 동참을 통해 온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이수근 사무총장. “구세군 자선냄비는 항상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의 한마음, 한뜻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힘써 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여느 해보다 더 어려운 시기인 만큼 나눔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국민들의 손길이 더욱 많아져 자선냄비를 펄펄 끓게 해 주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도
종소리를
울린다
이수근 사무총장은 거리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그 사랑의 종소리가 외롭고 힘든 누군가에게로 스며들어 꿈이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14년 전 보육시설 아이들의 아버지로 일할 때도 그러했었기 때문이다. “보육시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사랑과 관심이 가장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더 많이 더 크게 사랑의 종을 울려야겠습니다.” 보육시설 아이들에게 향했던 사랑은 이제 다시 그에게 더 큰 사랑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이수근 사무총장은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어렵고 힘든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종소리를 울린다. 그곳이 어디든, 어느 거리의, 어느 정류장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