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두 친구의 동행
올해로 꼭 10년째 함께하고 있는 옥상달빛의 두 멤버 김윤주, 박세진 씨는 공통점이 많다. 같은 나이, 같은 학교 작곡과 동기라는 사실 말고도 둘 다 본래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것까지 닮았다. 직접 곡을 쓰는 것에 매력을 느껴 작곡을 시작한 세진 씨와 클래식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윤주 씨는 문득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향을 바꾸었다고.
윤주
“훌륭한 작곡가, 음악가들이 만든 곡 자체를 연주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엔가 결국은 내가 아닌 ‘남’의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껏 지나온 길을 돌아 다른 길을 향해 또 다른 도전을 한다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그 정도 두려움쯤은 가뿐히 이겨낼 만큼 ‘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음악 외에 취미로 운동을 즐기는 것까지 닮은 두 사람. 본래 운동을 좋아하는 윤주 씨와 달리 세진 씨는 운동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최근 테니스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단다.
세진
“좋아하는 것에만 빠져드는 타입인지라 건강을 위해서 여러 번 마음 먹었지만 뜻대로 오래 해본 운동이 없었어요. 근데 테니스는 할수록 스트레스도 풀리고 이리저리 공을 쫓아 따라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운동 덕인지 요즘엔 더 활기차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 ‘수고했어’
옥상달빛은 1집 앨범[28]에 수록된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곡으로 많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제목처럼 바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수고했다며 토닥여 주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나누는 ‘수고했다’라는 이 말, 노래에선 유독 따뜻하고 뭉클하게 들린다.
윤주
“보통 저희는 생활 속에서 영감을 많이 얻고, 나와 가까운 곳의 이야기를 담아 가사를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곡을 쓸 당시에 저 스스로 마음이 조금 힘들었던 때였거든요.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면서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기보다 당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조곤조곤히 써내려갔던 기억이 나요.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이기에 다른 이들은 몰라줄지라도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만든 곡이었거든요. 그때의 진심이 담겨서인지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무지개처럼 다양한 음악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옥상’이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과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다 ‘달빛’을 골라 이름을 지었다는 두 사람. 그들이 들려주고픈 음악은 무엇일까?
세진
“저희 음악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무지개색 정도? 무지개 속 일곱 빛깔은 각각 보면 느낌이 전부 다르지만, 비 온 뒤 뜨는 일곱 가지 색은 조화롭게 보이잖아요. 멀리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은 것이 저희 욕심이거든요. 무지개 색처럼 다양한 느낌을 주면서도 잘 어우러지는, 한꺼번에 들어도 어색함이 없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신곡을 내다보니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았다고. 올해는 짤막하게라도 더욱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싶단다.
윤주
“항상 기다려주시는 팬 분들께 음악으로 다가가는 데 있어 저희 스스로 조금 게을렀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이번 봄부터 ‘정말 고마워서 갑니다’라는 뜻의 <정.고.갑> 전국투어 공연을 시작으로 연말 공연인 <수고했어 올해도>까지 저희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께 최대한 더 자주, 가까이 찾아갈 계획이에요.”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전하는 이야기
옥상달빛은 이번 달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데뷔 앨범을 냈던 2011년 이후 그들은 늘 봄에 새 노래를 선보이곤 했다. 곧 선보일 새 앨범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세진
“삶이 팍팍하다 보니 음악만큼은 가볍고 밝은 노래를 찾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뮤지션들도 어두운 이야기보다는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노래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저희는 조금은 진지하면서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해요. 이번 신곡 <연애상담>이 언니가 동생에게 해주고픈 남녀 간의 사랑과 연애 이야기라면, <인턴>이라는 곡에는 나 역시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나보다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친구들에게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두 곡 모두 ‘어른티’를 내기보다는 덜 멋스럽더라도 자연스럽고 담담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에요.”
힘든 일이 많은 요즘, ‘나’를 잊지 않길
윤주
“나중에 제 삶을 뒤돌아봤을 때, 수고하지 않은 삶보다는 수고한 인생이 더 뿌듯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뿌듯함’이라는 인생의 좋은 결과물을 위해 앞으로도 더 기꺼이, 기쁘게 수고하고 싶어요.”
당찬 각오로 인사를 대신한 옥상달빛. 그들이 전하는 무지개빛 음악을 들으며 오늘도 수고한 나를 토닥여 보는 건 어떨까.
Profile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
2010년 옥상달빛 EP앨범 [옥탑라됴]로 데뷔 MBC드라마 <파스타> OST 참여
2011년 정규 1집[28] 발표 최초 단독 공연[단독의메리트] 전석 매진
2012년 tvN드라마<로맨스가필요해 2012> OST 참여
2016년 앨범 [RE:TAG] 발표
김윤주(보컬,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1984년生,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과TV 다큐멘터리 <그리스> 음악담당
박세진(보컬, 실로폰, 멜로디언, 피아노)
1984년生,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과 2008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