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도전하고 경험하며 성장하는 탈완벽주의 요리연구가
요리연구가 홍성란을 만나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푸드란쿠킹클래스로 향했다. 수강생으로 북적이고 각종 요리 도구와 재료들로 다소 복잡하진 않을까. 게다가 결혼식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예비 신부이니 얼마나 더 바쁘고 정신이 없을지, 여러모로 걱정이 앞섰다.
역시나 걱정은 미리 하는 게 아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쿠킹스튜디오에서 요리연구가 홍성란은 환한 얼굴로 반겨주었다. 도심 속 오피스텔에 꾸며진 쿠킹스튜디오가 이렇게 밝고 아늑할 수 있다니, 입장하는 순간부터 속을 든든히 채워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결혼을 코앞에 두고도 흔쾌히 시간을 내준 그에게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감사합니다. 몇 개월 동안 진짜 바빴어요. 서울에서 신혼집을 오가며 일하고 결혼 준비까지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한 달 전쯤 겨우 일단락하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뭔가 울컥했어요. 이래서 결혼을 일생일대의 인륜지대사라고 하나 봅니다.” 얼마 전 KBS 1TV <인간극장>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홍성란의 예비 남편은 충남 홍성군을 연고지로 두고 멸치공장을 운영하는 동갑내기 홍성훈 씨. ‘홍성’과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그의 운명이 재미있다. 이전부터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채널A <개밥주는남자> 등 다수의 방송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던 홍성란. 어떤 기사의 제목처럼 ‘연예인 뺨치는 미모의 요리연구가’라서 가능했을까? 문득 방송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해졌다.
“일본에 요리 유학을 다녀온 뒤 요리연구가 선생님의 어시스트로 일하며 간간이 방송하는 걸 봤는데, 요리를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저도 이런 일을 하려면 강의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 요리학원 강사로 취업했고, 학원에서 짤막한 영상을 찍은 뒤부터 섭외가 이어졌습니다. PD님들이 저한테 직접 연락하거나 소개를 해주셔서 ‘마리텔’ 개인 방송까지 하게 됐네요.”
‘요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홍성란에게 ‘안 해본 일’은 있어도 ‘못할 것 같은 일’은 없었다.
조금씩 빈틈이 보이면 어떠랴. 자신의 요리와 방송을 보고 발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해진 홍성란은 무엇이든 도전하고 배워가면서 촘촘히 완성도를 쌓아갔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저지르는 게 중요하다”는 홍성란 특유의 ‘탈완벽주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TV와 책을 넘나들며 건강식을 전도하는 채소 소믈리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볶음밥, 달걀말이쯤의 음식은 손수 해먹을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홍성란은 대학에서 미술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결국 자신의 적성을 따라 돌아왔다. 인터넷 뉴스로 본 유망직종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눈에 띄어 당장 요리학원에 등록하고 자격증을 획득한 그는 골목식당 주방보조부터 패밀리레스토랑 홀서빙까지 두루두루 경험한 뒤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도쿄 세이신조리학교에서 푸드코디네이터 공부를 하며 그의 꿈은 조금씩 수정되고 확고해졌다. 예쁘고 우아하게 요리를 세팅하여 선보이는 푸드스타일리스트보다는 요리로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어릴 때부터 별명이 ‘선머슴’일 정도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막내딸이었죠. 요리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보니 정적인 푸드스타일링보다는 활동적인 일에 끌려 방송을 시작했고 여성지, 음식잡지의 에디터 이메일을 찾아 제 프로필을 보냈습니다. 지면을 통해 소개되자 단행본 집필 제안이 들어왔어요. 저염식 다이어트 관련 책이었는데 요리연구가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죠.”
사실 홍성란은 단행본 집필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저염식과 거리가 먼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 맵고 짜고 칼칼한 음식을 즐기며 특별히 채식을 선호하거나 채소를 더 챙겨 먹지도 않았다고. 그렇게 여느 한국인과 다를 바 없던 식습관을 채소 위주의 저염식으로 바꾸면서 그의 일상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붓기가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어요. 저를 가끔씩 보는 분들은 볼 때마다 살이 빠졌다며 신기하게 여겼죠.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틱한 체중변화는 없지만 몸이 가뿐해지니 장시간 일을 해도 딱히 피곤하지 않습니다. 소금을 멀리 하고 채소와 친해지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변화예요.” 본격적인 채식 연구를 결심한 그는 일본 유학 당시 TV에서 봤던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준비했다. 음식과 고객의 기호에 맞춰 와인을 추천하는 ‘와인 소믈리에’는 익히 알려진 직업이었지만 ‘채소 소믈리에’는 그저 낯설기만 한 이름이었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하고 자신이 증거가 되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는 채소의 효능을 몸소느끼고 몰두했다. 2014년 드디어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 그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출연을 계기로 ‘채소누나’라는 별명을 얻으며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도 알리고 대중과 더욱 가까워졌다.
“1인 방송 콘셉트였던 ‘마리텔’에서 원래는 방송 시간이 1시간씩 주어졌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는 40분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어요. 첫 방송이 마지막이 된다 해도 어떻게든 제가 준비한 요리 세 가지만큼은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다행히 그날 방송이 잘돼서 이후에도 몇 번 얼굴을 비췄더니 네티즌들이 ‘채소누나’, ‘채소언니’라 부르며 응원해주셨습니다.”
홍성란은 ‘마리텔’을 통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자 눈물을 보여 함께 출연했던 방송인들을 당황케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저 요리가 좋아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해왔던 지난날을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 같아서 북받쳤다고 한다. 국내에서 ‘채소 소믈리에’라는 없던 길도 만들어서 걷고 그 길을 닦아온 홍성란의 여정을 들으며, ‘버티는게 이기는 것’이라던 어느 드라마 속 명대사를 되새겨본다.
내 안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서 느낀다면 그게 바로 ‘진짜 행복’
각종 채소와 과일에 관한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홍성란에게 가을에 좋은 채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구워 드시면 좋아요. 수분이 나오므로 굳이 기름을 두르지 않고 얇게 썬버섯이나 호박을 팬에 구워 초간장만 찍어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많이 남아서 처치 곤란인 채소들은 한꺼번에 전부 갈아 마시면 좋아요. 영양만점 채소들을 몸속에 저장하면 보양식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충분히 건강해집니다.” 지금 당장 냉장고만 열어 봐도 잠자고 있는 채소가 제법 많을 테니 반드시 백화점이나 유기농 마트에서 몸에 좋은 채소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집에 식재료가 많은데도 잘 모르다가 ‘이런 게 있었네?’ 하며 음식을 해서 먹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해서 먹는 음식이 든든한 한 끼가 된다면 재료를 버리지 않아도 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 일이죠. 행복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안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서 느끼면 그만이에요. 다른 사람의 상황과 보이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요리연구가로서 ‘진짜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요리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홍성란. 건강한 식재료를 타고 전해질 그의 행복 레시피가 최대한 많은 곳에 닿기를 바란다.
Profile
현재 요리연구가, 채소 소믈리에, 아동요리지도사로서 방송, 매거진, 외부강의 등 활동.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법률방송 <맛있는 법률포차>, EBS <부모-아이를 위한 식단> 등 TV 출연 다수.
2018년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 습관> 출간
2016년 <마트채소 100% 활용법>, <샌드위치, 토스트, 카나페> 출간
2015년 <병 샐러드 다이어트 레시피> 출간
2014년 <렌틸콩 다이어트 레시피>, 레시피> 출간
2013년 푸드란쿠킹클래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