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맞춰 전달하는 한국사
올해로 21년째 한국사를 강의하며 역사 교육의 길을 걷고 있는 설민석 대표는 몇 해 전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 출연, 연극영화과 출신 한국사 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쏙쏙 박히는 역사 강의를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는 한국사와 관련된 방송에 꾸준히 나섬과 동시에 영화와 드라마의 역사 해설 강의를 시작했다. 그의 역사 해설 강의는 극의 재미와 이해를 도우며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모았고 이는 <명량>, <사도> 등 사극 작품들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대중들이 그토록 설민석의 역사 강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단은 쉽고 재미있다는 데에 있겠지요. 대중들이 역사와 친해지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역사는 어렵고 지루한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에요. 대중들이 다가오기 어려워한다면 전달자가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전문가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대중들이 원했던 방식으로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노력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아요. 바로 그런 점이 대중들이 원했던 점과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사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역사교육은 나의 숙명
한국사 열풍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최근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는 지를 물었다.
“인기라고 할 것까진 모르겠습니다만, 얼마 전에 제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역사 속 초심’ 을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 밥을 먹으러 간 동네식당에서 한 노부부가 저를 알아보시곤 반갑게 말씀을 건네시더라고요. ‘우리 같은 노년들은 사실 채널을 돌려도 볼 만한 프로가 많지 않은데, 너무 재미있게 강의를 들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 달라.’ 손을 꼭 잡으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순간 너무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를 통해 역사를 접하시고, 계속해서 역사를 찾는 다양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렇듯 스스로의 활동에 당찬 포부를 밝힌 설 대표이지만 그도 처음부터 역사교육자를 꿈꾸었던 것은 아니라고. “학창시절에는 저 역시 평범한 학생들처럼 역사를 지루하게 여기는 학생 중 하나였죠. 하지만 역사라는 학문 자체가 매우 친숙하긴 했어요. 저희 아버님(설송웅 전 국회의원 - 4.19 당시 시민대표단 학생대표)께서 워낙 역사에 관심이 많으셔서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하셨거든요. 학교에서는 재미없게 들렸던 이야기가 아버지가 해주시면 참 재미있게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대학 시절 우연히 아이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히 역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전업 강사가 되었을 땐 이미 몇 백 명씩 소위 ‘마감’을 치는 유명 강사가 되어 있었죠. 좀 더 전문성을 갖기 위해 배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서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벌써 20년 넘게 지치지 않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 교육자는 저의 숙명이 아니었나 싶어요.”
국가 운영의 근간이 되어온 우정(郵政)
설 대표는 역사교육자로서 가장 흥미롭고 연구할 것이 많은 시대로 500년간 이어진 조선왕조와 근현대사를 꼽는다.
“조선왕조는 교훈으로 삼을 만한 역사적 소재가 많아 강연을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아요.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가 겪어온 역사이자, 만들어가고, 만들어가야 할 시대의 역사이니까요. 아직 역사적 평가가 온전히 내려지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고, 극단적인 시각과 평가들이 민감하게 얽혀있어 대중 앞에서 깊이 있게 다룰 기회가 적고 대중과 함께 편하게 자주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더불어 그는 130년 넘게 이어져오는 우리 우정사(郵政史)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1884년 갑신정변이라는 시대의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서 시작된 우리 우편행정의 역사는 대단히 큰 의의가 있습니다. 우편은 통신의 기본이자 중심이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소통의 창구이며 정보를 전달해 주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과거 역사부터 살펴보면 국가 운영의 근간이 되기도 했죠. 중요한 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하는 고마운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다른 많은 메신저들이 나오면서 과거에 비해 그 이용이 덜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전 아직도 어릴 적 편지를 기다리던 마음, 집배원을 기다리던 시간을 잊지 못하거든요. 21세기에도 보다 진화한 모습으로 우편·통신의 새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합니다.”
목표는 ‘한국사의 대중화’
설 대표가 강단을 벗어나 사극의 역사 해설 강의, 각종 오프라인 강연과 방송 활동 등 폭넓게 활동하는 이유이자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사의 대중화’이다. 이는 설 대표 스스로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선은 본업에 충실하게 수험생들과 1년간 열심히 뛸 예정입니다. 올해 수능부터는 한국사가 전 계열 필수 응시 과목이 되었거든요. 현직 강사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많은 대중들에게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역사를 알리는 일에도 계속해서 앞장 설 생각입니다. 대중이 역사를 좀 더 친숙하게, 재미있게, 쉽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고, 그 소망을 실천하기 위해 2016년에도 계속해서 달릴 것입니다.”
2차 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을 남기며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신뿐 아니라 온 국민이 한국사 전문가가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외치는 설민석 대표.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