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새해 맞이
2003년 계미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새롭고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해 아침 각자의 집에서 떡국을 먹으며 한 살 더 먹고 한 해 계획을 세운다. 그렇다면 새로운 한 해를 맞아 지구촌 각국에서는 어떤 풍경으로 '새해 맞이'를 할까?
뉴질랜드
뉴질랜드와 주변 섬 피지, 퉁가 등은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새해를 맞이한다. 날짜 변경선(경도 180도)과 가깝기 때문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다. 새해 첫날 한국은 영하권을 밑도는 추운 겨울이지만, 뉴질랜드는 일년 중 가장 더운 때다.
더욱이 이때는 뉴질랜드의 휴가철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뉴질랜드 사람들은 휴양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비록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이긴 하지만, 부푼 희망을 품고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미국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는 요란스럽게 보내지만 그에 비해 새해 첫날은 가족끼리 모여 조용히 보내는 편이다. 다른 여타 서양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12월 31일 자정 직전에 '3… 2… 1'으로 카운트다운을 한 뒤 서로에게 'Happy new year'를 말하며 포옹을 하는 정도.
집안에서 새해를 조용히 맞이하는 미국도 뉴욕 중심가 등 대도시의 번화가에 나가보면 새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리에서는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마천루 위에 올라있는 상업용 전광판에서는 'Happy new year'가 형형색색으로 쓰여진다.
미국인들도 새해는 가족과 함께 맞고 싶은 게 공통적 바람이다.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모인다. 가족끼리 한데 모여 새해 아침에 햄·옥수수빵·콩 요리 등을 먹는데, 부자 나라의 국민인 이들이 새해 첫날 조촐한 아침식사를 하는 이유는 '새해 첫날만큼은 가난하게 먹고 나머지 날은 부자처럼 먹자'라는 청교도 조상들의 격언 때문이다.
프랑스
프랑스의 새해 맞이는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전날 밤 미리 약속한 집에 모여 새해를 함께 맞이한다. 집주인은 장소를 제공하고, 초대받은 손님은 음식을 한가지씩 준비해 온다. 이 모임을 '레베이용' 이라고 한다. 저녁 8시쯤 시작된 레베이용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서로 함께 어울려 와인을 마시며 새해 계획에 대해 얘기한다. 어른들이 레베이용을 할 동안 아이들은 냄비를 들고 나와 두들기며 동네를 돈다. 새해가 왔음을 온 동네에 알리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새해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곳은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기 위해 보신각 주변에 모이는 것처럼 프랑스인들은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여 불꽃놀이를 펼친다.
또 12월 31일 자정을 넘어선 직후에는 운전자들의 경적소리에 귀를 막아야 할 정도다.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로 경적을 쉴새없이 울려댄다. 그러나 이 날 만큼은 어느 누구도 불쾌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적소리를 들으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본아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며 양 볼에 입을 맞추며 새해를 맞이한다.
일본
같은 동아시아권 국가인 우리나라와 중국이 음력설을 최대 명절로 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가장 큰 명절은 신정인 1월 1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날 가족끼리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은 새해 첫 날 가족끼리 모여 신사 참배를 한다. 이를 일본인들은 '하쯔모데'라고 하는데, 신에게 자신의 한 해 소원을 비는 의식이다.
일본인들은 일본식 떡국 '오조니'를 먹는다. 오조니는 야채와 생선, 고기 등이 든 맑은 장국에 떡을 넣은 것으로 일본인들은 오조니를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긴다.
또 일본에는 명절 때마다 일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오세치'라는 음식이 있다. 오세치는 우엉, 연근, 새우, 다시마, 검은콩, 무 따위를 달짝지근하게 요리한 것으로 국물 없이 건더기로만 돼 있다. 찬합에 오세치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끼니때마다 조금씩 꺼내 먹는다. 이유는 평소 음식 장만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을 새해 첫날만이라도 해방시켜 주기 위해서다.
중국
중국은 새해를 맞기 전날 밤 한데 모여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마작이나 바둑 등을 하며 새해를 기다린다. 자정을 넘어 새해가 밝으면 폭죽을 터뜨린다. 이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동네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맞은 기쁨을 표현한다. 새해를 맞아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는 귀신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새해에 중국인들도 세배를 한다. 우리와 다른 점은 세뱃돈을 '훙빠오'라는 빨간색 봉투에 넣어 준다는 것이다. 홍빠오에는 무병장수나 부자가 되기를 비는 덕담이 쓰여 있다.
새해에 중국인들의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문에 '입춘대길'이라고 붙이는 풍습과 비슷한 전통이다. 새해에는 복이 들어오길 기원하는 바람을 나타낸다.
중국인들은 떡국 대신 만두를 먹는다. 재미있는 것은 만두 속에 돈, 사탕, 땅콩 등을 넣어 만두를 먹다가 그것이 나오면 그 사람은 새해에 특별한 복이 온다는 말이 있다.
그 밖의 나라들
이들 나라 외에도 전 세계인은 새해를 맞아 각자의 소원을 빌거나 한 해를 평안히 보내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행한다.
인도에서는 죽을 끓여 한 해의 길흉을 점친다. 인도인들은 죽이 잘 끓여지면 행복해진다고 믿고, 죽이 잘 안 끓여지면 불행해진다고 믿는다.
또 헝가리에는 콩을 먹으면 부자가 된다는 전통이 있는데, 새해 첫날 헝가리인들은 콩을 넣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모두 부자가 되길 기원한다.
멕시코도 1월 1일 0시가 되면 곳곳에 있는 시계탑 종이 12번 울리는데, 이에 맞춰 포도알 12개를 먹으며 새해의 소망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