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우수창안상으로 옥조근정훈장 받은 백윤종씨
지난해 12월 15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는 2000년도 공무원 중앙제안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이상은 전공무원을 대상으로 우수 제안을 접수받아 포상하는 것으로, 일반 행정 분야, 재정경제 분야, 과학기술 분야가 있으며, 각 부처에서 선정된 우수 제안을 행정자치부가 모아 다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왕중왕을 뽑는다. 그러므로 이 상의 수상은 수상자 개인은 물론 그 부처의 영광이기도 하다.
이 날 시상식에서 우정사업본부 국내우편과에 근무하는 백윤종씨(50세)가 일반행정 분야에서 우수창안상(금상)을 수상해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옥조근정훈장은 공무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중의 하나이다. 백윤종씨가 제안한 것은 ‘우편배달망을 활용한 다량우편물의 방문접수제도 도입'. 이는 언뜻 현재 우체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문접수제도와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은 취급대상이 소포 우편물이나 백윤종씨가 제안한 것은 다량배달처의 통상우편물이라는 점이 크게 다르다.
운송자원의 추가 투입없이 방문접수 가능
최근 우편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대체 통신수단의 출현, WTO의 우편시장 개방정책 및 규제완화정책 등에 기인한 사송업체의 시장참여 등은 우편사업의 활동무대를 점차 축소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편사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 편익과 사업수입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이렇게 판단한 백윤종씨는 우편사업의 전반적인 분야를 개관해 본 결과, 우체국에 접수되는 다량우편물에 주목했다. 현재 다량 우편물 이용자는 그들의 차량을 이용해 우편물을 우체국까지 싣고와 접수하고, 귀사시에는 빈차로 운행한다. 우체국 또한 집배원이 차량을 이용해 다량배달처에 우편물을 배달하고 귀국시에는 마찬가지로 빈차로 운행하고 있다. 백윤종씨는 이런 시스템에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빈차를 이용한 다량우편물 방문접수제도를 구상하게 되었는데, 관련 자료가 없어 이를 체계화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근무시간외 틈틈이 배달현장을 답사, 직원 및 다량우편물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등 자료 수집에 1년여, 자료분석 및 본안 작성에 6개월을 소비하고서야 이 제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량배달처 중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방문접수를 희망하는 자를 조사한 뒤, 그들과 취급대상 우편물을 사전에 확정(규격 • 중량 • 이용 물량 • 요금 등)하고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이용자는 접수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기 위해 당일 배달차량이 도착하기 전에 우편물발송 준비를 완료한 후 배달우편물 수령 즉시 직원의 확인을 받아 발송우편물을 우편차량에 적재한다. 담당 집배원은 현장에서 접수우편물의 종류와 물량을 확인하고 우체국으로 운송, 창구에 인계하면 된다. 취급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해 요금후납제도를 채택하고, 접수우편자루봉인제도, 발송인표찰부착제도 등을 통해 배달 • 접수우편물의 혼재로 인한 오배달사고를 예방한다.
이 제도는 배달 후 돌아오는 빈차를 이용해 다량우편물을 접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송자원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고도 고객욕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접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이다. 다만 최근 현업관서에서는 적은 인력으로 본연의 업무인 우편배달 외 각종 실적관리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우편창구의 업무를 집배원이 대행해 주기 때문에 관서 정원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행 초기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백윤종씨는 이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하고, 추가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의 일부로 소요 인력을 채용해 정예화 시켜 운용하고, 종사자에게는 실적수당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 서비스는 수혜 대상이 한정되어 있어 기대효과가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상상 이상이다. 첫째, 서비스이용자에게는 우편물류비를 전액 절감시켜 재무 구조에 큰 도움을 주고, 우체국에는 배달차량의 공차율을 감소시켜 운송비를 상당부분 절감시킨다. 둘째, 수입수수료는 체신세입으로 이어져 흑자조성에 기여하며, 수입의 일부는 실적수당, 복지후생비 등으로 지급되어 종사원의 소득증대 및 복지향상 등에 기여한다. 셋째, 이와 같은 대내적 효과 외에도, 도심지 차량통행량 감축은 유류절감, 교통체증 완화, 주차난 해소, 소음공해 방지, 자동차배기가스 감소 등으로 이어져 국가의 희소자원절약은 물론 쾌적한 도시 환경조성에도 일조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다양한 효과 중에서도 우편접수 부문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국민의 욕구에 한 걸음 다가서고, 우편사업을 환경 친화적인 사업으로 전환•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고 백윤종씨는 말한다. 그의 제안은 행정자치부 평가 시 창의성, 실현가능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국민편의증대, 국가자원 절약, 쾌적한 도시환경조성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무원 전에는 태권도 유망주
백윤종씨는 1985년 인천시 시행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근무하다가 2년 뒤인 1987년에 총무처 주관 7급 공채에 재합격함으로써 30대 후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체신가족으로 입사했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을까. 뜻밖에 그는 젊은 시절 태권도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전국체전에 전남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도 했던 유망주였다. 그의 현재 실력은 공인 5단,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대한태권도협회에서 활동했던 무예인이었다.
그는 태권도 연마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한다. 그가 오랜 세월 심신수련에만 힘쓰다가 늦은 나이에 조직의 한 구성원이 됐을 때, 사실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겠는가. 그러나 그는 태권도로 닦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해 나갔다. 또한 ‘겨루기' 할 때 상대방의 장•단점을 동시에 파악하는 훈련을 거듭했던 것이, 일을 할 때는 업무를 다각적으로 분석 •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됐다. 그런 능력이 이 제안서를 작성할 때 주도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게끔 했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우체국은 우정사 110여년 동안 창구에 앉아 찾아오는 손님만을 상대로 우편물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고객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원합니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어디라도 찾아 가야죠. 그것이 우정사업본부가 추구하는 고객만족경영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짐하듯 말하는 그의 말을 듣고 우정사업의 든든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