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작지만 큰 사랑입니다.
우리는 거리를 오가며 헌혈 차량을 흔하게 접하지만, 선뜻 헌혈을 하는 사람을 보기란 드물다. 그 차량 앞을 지날 때면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거나 한쪽으로 피해가기 일쑤이다. 몸이 허약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헌혈을 기피 하다 보니 우리 주변에 헌혈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헌혈하기를 꺼리는 풍조 속에서도 무려 30회 이상 헌혈을 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홍제동우체국(국장; 김경수)에 근무하는 장기양씨(43세)인데, 그를 만나 그가 그토록 헌혈에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두 달에 한 번씩 헌혈에 참여해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남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평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행하는 거죠. 한 통계를 보니까 공무원의 헌혈 참여율이 다른 직종에 비해 떨어지더라구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저부터 동참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헌혈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처럼 헌혈 동기를 밝히는 장기양씨는 1994년 6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34회나 헌혈에 참여해 정보통신공무원 중 가장 많이 헌혈한 사람으로 이름나 있다. 헌혈을 시작한 해로부터 따지면 두 달에 한 번씩 헌혈을 한 셈이다. 작년 10월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주는 적십자헌혈유공장 은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헌혈을 많이 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지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은 헌혈을 하게 되면 자신의 피가 빠져나가니까 건강에 지장이 있을까 두려워 헌혈을 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러나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헌혈을 하기 전에 헌혈 혈액에 대해 여러 가지 검사를 실시하는데, 헌혈 혈액을 수혈용으로 사용해도 안전한지를 알아보고, 또 그 검사 결과는 모든 헌혈자에게 통보되니까 자신의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돼요.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게 되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널리 홍보 하고, 헌혈 증서를 지급해 각종 의료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헌혈에 참여하는 사람은 전 국민의 5% 내외로 저조한 편이며, 그 때문에 의약품 제조용 혈장 수입에 막대한 외화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장기양씨는 얼마 전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사랑의 헌혈운동을 펼쳤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흐뭇해했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펼치고 있는 다사랑 운동과도 부합되는 것이어서 정보통신공무원으로서 큰 자긍심을 느끼게 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운동이 전우체국으로 확산되어 우체국 직원은 헌혈 잘하는 공무원으로 통할 만큼 대국민 봉사자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힌다.
남을 돕는 즐거움 깨달아야
장기양씨는 1995년부터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활약해 오고 있으며, 출퇴근 시 승용차 함께 타기, 고아원 및 장애인협회에 성금 보내기 등 헌혈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선다.
그는 또한 전국공무원문학협회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필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은 시정이 되게끔 끊임없이 제보를 하는 열성파이다.
그런 제보를 통해 신호등이 없어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지역에 신호등을 달게 했고, 남한산성내 화장실의 수도가 고장 난 것을 고칠 수 있었다. 우편번호 및 규격봉투 쓰기, 헌혈에 동참하기 등의 내용을 기고하는데도 열심이다.
직장에서는 우체국내 9명의 직원 중 국장을 빼면 남자 직원은 장기양씨 혼자이므로 힘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표정은 항상 밝다. 남을 돕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깨닫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저는 「경행록』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늘 마음에 담고 살아갑니다.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어느 곳에서인가 만나지 않겠는가? 원한을 사지마라. 좁은 곳에서 만나게 되면 피하기가 어렵다. 하는 글귀인데요, 이것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제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새 천년 첫해 그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어떤 일부터 시작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그 동안 지급받은 헌혈 증서를 영세민 및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서울동부적십자혈액원에 내놓았다. 올해도 헌혈 전도사가 되어 이웃사랑에 더욱 매진할 것을 스스로 다짐했다.
장기양씨는 전체 헌혈자 중 80~90% 가량이 10. 20대의 청소년들임을 들어 30대 이후 중년층의 헌혈 참여를 적극 호소한다. 특히 아직 한 번도 헌혈을 하지 않은 사람은 새 천년을 맞이해 꼭 한 번 해보라고 권한다. 헌혈을 하고 나면 자신의 건강 점검은 물론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는 기쁨에 절로 미소가 흐를 것 이라면서.
만약 당신이 30대 이후 중년층이고, 헌혈 경험이 없으며, 공무원이라면 장기양씨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