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나는 우체국, 향기 나는 우체국장
사람들은 모두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 향기는 저마다를 상징하며, 기억의 저편에서 그 사람을 떠 올리게 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마치 향기만 맡아도 동백꽃인지 산수유 꽃인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그런데, 최근 신선한 우체국 이미지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우체국장이 있다. 지난해 「소리 나는 우체국」을 발간해 큰 화제를 모았던 김정일 의정부우체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리 나는 우체국」은 그가 의정부우체국에 부임한 후 지금까지 약 260여 회에 걸쳐 중앙 일간지를 비롯한 각종 신문에 보도된 우체국 사업에 관한 크고 작은 기사 가운데 180여 가지를 골라 뽑아 우체국 사업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편집·출간한 것으로, 안팎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부임지마다 우체국사업과 지역 이벤트 홍보를 접목시키는 경영 전략으로 최우수기관, 경영평가 1등 관서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김정일 국장은 분명 남다른 향기를 지닌 사람이다.
지역 특성 살린 이벤트 사업 펼쳐
김정일 국장의 ‘지역 이벤트를 통한 홍보'는 유래가 깊다.
1984년 장수우체국장 시절에는 현업관서로서는 전국 최초로 세계우표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고, 전북 장수지역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 펜팔 편지쓰기대회를 열어 서울지역 초등학교 학생들과의 펜팔을 직접 주선, 방송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1986년 여주우체국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아이디어는 지역 주민에게 연결 되었다. 여주문화원·도자기협회·경기일보와 함께 개최한 '도자기 아가씨 선발대회는 그의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어 태어난 것으로, 지금도 국내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인 여주의 특성을 살려내는 지역문화 축제로 사랑받고 있다. 또 관공서와 지역민들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주 사랑방」이라는 아담한 계간지를 펴냈다. 이를 통해 우수한 지역문화를 찾아내 소개하여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특히 그는 당시 여주군지』에 단 몇 줄로 소개된 금석 홍영식 선생 묘비 소개편을 20여 쪽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각종 매스컴에 소개해 우정 선각자인 금석의 참모습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1989년 정보통신부 체신금융국 홍보담당 서기관으로 발령을 받자 그의 타깃은 전국으로 확장됐다. 물고기가 제물을 만난 셈이었다. 우체국은 주민 700 여명의 작은 섬 선유도에 있는 유일한 금융기관이라는 낙도 시리즈' 광고를 제작해 1994년 한국광고 선정 우수광고상을 수상했다. 국가기관의 광고가 상을 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96년 강릉우체국장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김국장의 아이디어는 좀 더 국민에게 실익을 주는 쪽으로 옮겨갔다. 강릉우체국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강릉시와 상공회의소 후원 아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릉 8경' 선정 행사가 그것이다. 이 행사는 자연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강릉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지난해 6월 2일 강릉시가 김국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안겨 준 것은 그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그가 걸어온 길이 정도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김국장의 지역 이벤트를 통한 홍보 전략은 그가 정부우체국장으로 부임한 후 더욱 꽃을 피우게 되고 매스컴의 조명도 집중되었다. 1998년 9월부터 1년 6개월 사이 의정부우체국 관련 기사가 260여 회에 걸쳐 각종 매스컴을 장식한 것을 보면 실로 놀랍다. 그러나 이것은 우연이나 요행이 아니라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정부 지명에서 유래한 '3정승 사모'를 통한 의정부 새 이미지 만들기, 우편 수취함 달기 캠페인 전개, 행형사상 전국 최초로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승의 날 감사엽서쓰기대회', 집배원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무료 위성 인터넷 플라자 개소 등의 기발하면서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업들이 기사화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기사들은 「소리 나는 우체국으로 태어나 또 한 번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다.
● ● 남다른 열정과 기획력으로 우체국 업무의 홍보를 추진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곤 했는데, 그 동기가 뭡니까?
“우체국은 그 동안 홍보의 사각지대였습니다. 편지는 115년 전부터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전해주는 매개체로서 항상 우리 가까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집배원 아저씨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것이 바로 우리 우체국이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어요. 우체국이라면 으레 편지를 떠올리고, 편지 하면 좋고 나쁨을 떠나 그저 “고생하시는군요”라는 생각만을 갖게 해준 거예요.
이 15년 전 장수우체국에 처음 부임했을 때도 마찬가 지였어요. 지역 내 기관·단체장은 물론 협회장까지도 새로 부임해 왔을 때에는 지역 언론에 소개가 되는데, 우체국장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그야말로 우체국은 홍보의 대상이 아니었죠. 그래서 그 일을 계기로 매스컴을 통하여 우체국 동정은 물론 사업 홍보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되었지요.'
● ● 부임하는 곳마다 그 지역과 밀착된 봉사행정을 펼침으로써 주민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는데, 우체국과 지역사회와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앙정부의 최일선기관으로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우체국과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지방자치단체도 그렇지만 우리 우체국도 독자적으로 상품을 홍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 기업들처럼 홍보비를 무한정 들일 수도 없고, 홍보 자체에도 국가기관으로서 가지는 이미지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지방자치 단체와 연계하여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부각 시켜 마케팅 일환으로 이용을 하면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상품 홍보와 우체국 이미지 쇄신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또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을 북돋울 수 있지요.
여주 도자기 아가씨 선발이나 강릉 8경 선정, 의정부 3정승, 사모로고 제작 등은 좋은 실례입니다. 일종의 지역 이벤트를 통한 홍보라고 할 수 있지요. 우체국 운영도 행정이 아닌 경영의 시대가 온 이상 앞으로는 지역·지방자치단체와의 유기적 협조 체계가 어느정도인지가 우체국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됩니다.”
향기와 소리의 조화
김국장의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에 입각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그가 펼친 여러 이벤트들이 우체국과 거리가 먼 것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편지나 엽서를 통해 모든 행사가 치러졌다.
“요즘같이 다방면으로 뛰어난 후배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납니다. 그러나 35여 년을 앞서 공직생활을 해 온 선배로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바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라는 것이지요. 남들과 똑 같아서는 결코 앞서 나갈 수 없어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신 있게 일을 추진해 나가십시오. 이른바 '튀는' 사람으로서 우리 정보통신부를 발전적으로 ;튀게' 하는 일꾼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생동하는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오후, 살아온 그의 이력만큼이나 환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김국장에게서 우체국 홍보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개척의 삽에 묻어나는 흙향기와 싱그러운 새싹의 향기, 그리고 쉬지 않고 흐르는 맑은 물의 향기가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