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최종 합격 문자를 받았습니다. 저는 “와! 1년간의 공부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생활이 나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벽에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 두 번째 공무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최종 합격 문자를 받고 3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열흘 뒤 서울 성북우체국으로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폭염주의보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정장을 고집하며 정식 출근 전 약식인사를 드리러 총괄국장님을 뵈러 갔습니다. 총괄국장님은 저를 매우 편안하고 푸근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저의 첫 발령지는 고려대학교우체국이 되었습니다. 발령지가 무척 마음에 든 저는 최종 합격 때 들었던 복잡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설렘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가 첫 발령지가 되자마자 인사팀장님과 서무팀장님께서는 부럽다고, 국장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씀해주셨습니다. 고려대학교에 도착해 뵌 국장님은 정말이지 시원시원하셨으며, 진심으로 반겨주시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잘 대해주셨습니다. 제 직장생활이 왠지 희망으로 가득 찰 것 같았습니다.
광복절 다음 날, 임용식을 치른 저의 본격적인 공직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우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하나하나 확인받아야 하고, 우편 법령과 규정 등 기본적인 개념들을 정리함과 더불어 전산에 대해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국장님과 옆 주무관님들께서 차근차근 알려주시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셨습니다. 마치 아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은은한 벽지와 알맞은 책상, 교과서를 사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할 때 떨리고 걱정되고, 옆 주무관님이 챙겨주시는 신규 햇병아리 직원 그 자체이지만, 안정적이고 탄탄한 과정을 밟고 있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원시원하시면서 신규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아주시는 김은숙 국장님. 30년 넘는 경력으로 카리스마와 따뜻함을 겸비하셔서 잘 이끌어주시는 이종란 주무관님. 많은 팁을 전수해주시는 유쾌한 박경화 주무관님.
하루하루 실수 연발하는 신규직원을 챙기시는 국장님과 선임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오늘도 신규직원 신용준의 하루는 우당탕 그 자체로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