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과의 강렬한 첫 만남
“안암동 고려대 구내우체국에 첫 발령을 받아 근무하는 도중 창구공중실에서 ‘체신’이라는 사보를 보게 됐습니다. 내용이 너무 유익한지라 매월 창구에 비치된 사보가 교체될 때마다 버리지 않고 모았더니 어느덧 405권이 되었네요.”
제천우체국에 재직 중인 석용진 국장이 지금까지 모아둔 사보를 전시해 놓은 강당을 보며 말했다. 우체국 사보를 처음 마주한 날, ‘나도 체신부 직원이 되었구나!’ 라는 감회에 젖어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석용진 국장은 새해 체신부의 살림살이 설명, 직원 문예, 인사발령 등 우체국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사보를 모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모은 사보는 어느새 그의 키를 넘을 정도로 많은 양이 되었다.
“이사할 때가 가장 난감했어요. 행여 한 권이라도 잃어버릴까 봐 노심초사했거든요. 제가 직접 연도별로 묶어서 번호를 매긴 후 다른 이삿짐과 같이 보내지 않고 집문서 통장류 등 귀중품과 같이 자가용 승용차로 직접 옮겼어요.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사보가 중요하냐 내가 중요하냐고 말하더군요(웃음).”
수집한 사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석용진 국장 모습
꾸준히 이어 나갈 사보와의 우정
석용진 국장의 열렬한 사보 사랑을 우체국에서도 알아본 걸까. 그는 2012년과 2016년, 2차례 총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우체국 사보편집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때를 떠올리던 석용진 국장은 편집위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시간이 가장 보람찼다고 회상했다.
“‘2017년 5월 사보 700호 기념행사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란 주제로 회의할 때, 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을 찾아서 상을 주는 이벤트를 제안했어요. 저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보고자 제안한 것이었는데, 우연히도 제가 1등을 했습니다. 저를 염두에 두고 한 제안은 아니었는데, 막상 제가 수상하니 참 쑥스럽더라고요.”
석용진 국장은 지금까지 모은 사보 내용을 정리해 <내가 36년간 우체국 재직 시 매월 들은 소식들>이라는책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관련 내용을 책으로 엮어 우체국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제작했다는 석용진 국장에게서 우체국과 후배들을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는 12월 말 정년 퇴임을 앞둔 석용진 국장은 모아둔 사보의 표지를 엮어, 또 한 권의 책을 제작할 예정이다. 그에게 있어 우체국 사보는 지금까지의 세월을 함께한 죽마고우이자 앞으로도 함께할 평생 친구인 셈이다. “저는 우체국 사보를 항상 제 곁에 두고, 친구처럼 직장생활의 각종 희로애락을 같이 했습니다.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퇴직한 후에는 친구들과 소소하게 약초 농사를 지으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사보를 모으고 글을 쓰며 우체국과 함께한 세월을 이어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