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마다 봄이 되면 철쭉꽃이 만발하는 우체국이 있다. 그래서 우체국 후문 쪽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화단 여기저기에 붉게 타오르는 철쭉꽃을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차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기는 철쭉의 꽃 말인 ‘사랑의 기쁨’ 처럼 화평이 감도는 정겨운 직장이요 봉사가 넘치는 친절한 국가기관이다.

남인천우체국. 이곳은 서울의 관문인 항도 인천의 3대 감독우체국 중의 하나이다. 인천직할시의 중구 • 동구 및 남구 일부를 관할하는 인천우체국, 그리고 북구와 서구를 관할하는 북인천우체국 등 두 군데가 4급관서인데 비해, 5급관서인 남인천우체국은 신개발지로서 인구가 많이 유입 되고 있는 남동구와, 원래부터 인구가 조밀한 남구의 주안1동부터 주안8동까지를 관할하고 있다. 16만여 세대의 56만여 주민들에게 우편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관내에는 시청 • 검찰청 • 법원 • 교육청 • 소방본부 등의 주요 기관과 1,600여개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 남동공단이 자리잡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남인천우체국은 불량국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곳이었다. 남인천전화국 건물을 함께 사용하게 됨으로써 전화국 직원들과의 복지 여건 차이로 사기가 떨어지는 등 불협화의 난기류가 깔렸었으며, 우편작업실이 협소한데 다가 어느 해에는 연말연시우편물이 적체되어 상급관서의 지원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1991년 5월에 지금의 청사를 마련해 따로 이전한 뒤부터는 꾸준히 근무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그 동안 불거졌던 문제들이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꽃 향기가 그윽한 우체국
부천우체국 鄭桃炳 업무과장이 남인천우체국장으로 발령된 것은 1992년 6월이었다. 정국장은 1968년에 인천전화국에서 체신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행정사무관으로 승진된 지 4년째를 맞는데, 임관 직후에는 전주우체국 우편과장을 역임 하기도 했다.
정도병 국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여호와를 경외하고 인간을 사랑하며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아, 이를 현실적인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정국장은 아침 8시경에 출근하여 책상에 앉자마자 묵상으로써 일과를 시작한다. “전직원이 기쁨을 누리는 하루가 되게 해주십시요. 80여명의 집배원들이 안전 운전을 하여 아무런 사고 없이,또 우편물을 분실하지 않고 국민 에게 봉사를 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나서 정도병 국장은 8시 30분부터 8시 50분까지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매주 월요일은 우편계, 화요일은 집배계, 수요일은 창구 분야인 창구계나 예금보험계를 직접 찾아 가는데, 서무계 직원들만은 결재 과정에서 자주 대하므로 국장과의 별도 대화 모임은 생략한다. 이 모임올 통해 직원들의 우체국에 대한 의문사항과 불만사항, 그리고 문제점 등은 모두 해결된다.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친밀한 대화로써 직원 상하간 • 동료간에 두터운 신뢰를 쌓고 이해를 넓혀 가는 것이다.
“직원들이 흔히 품고 있는 불만 중에는 오해나 편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 지시와 사업 추진에 있어 투명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죠. 특히 낙후된 우편작업 환경의 그늘진 곳에서 스스로 국외자처럼 여기고 있는 우편계 • 집배계 직원들은 되도록 애정과 아량으로 감싸 안으면서, 소외감을 떨치고 우체국 일에 함께 동참할 수 있게끔 적극 유도했습니다.”
직원들을 부지런히 찾아 다니며 그들의 고충을 귀 기울여 듣는 정국장의 열성에 감복했음인지, 남녀 직원들의 몸놀림이 점차 가뿐해지기 시작했다. 매사 수동적이던 태도를 바꿔 차츰 의욕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1992년 4월 5일 식목일에는 ‘초록빛 그늘이 있고 꽃 향기가 그윽한 우리국으로’라는 플래카드 아래 전직원이 한데 어우러졌다. 청사의 준공검사만을 위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린 나무들을 잘 정리하여 다시 배열하고, 또한 간부들이 솔선하여 가져온 라일락 • 홍자두 • 홍매화 • 목련화 등을 정성껏 화단에 심었다. 특히 ‘사랑의 기쁨’이란 꽃말을 간직한 철쭉을 남인천우체국의 상징물로 삼기로 뜻을 모으고, 청사 안팎 요소요소에 붉은 꽃끼리 혹은 흰 꽃끼리 모아 300여 그루를 가꿈으로써 마침내 '철쭉꽃 동산’ 이라는 이름을 낳게 했다.
이에서 그치지 않고 남인천우체국 직원들은 틈틈이 교외로 나가 밭흙이나 목장 등지의 거름흙을 파다가 뒤뜰의 나무 곁에 묻었다. 그러자 토질이 나빠 잘 자라지 않던 나무들이 생기를 머금음은 물론 열리지 않던 열매까지 맺게 되었다. 작년 가을에는 감 • 대추 • 모과가 푸짐하게 열렸는데, 대추는 거둬들여 전직원이 몇알씩이나마 고루 나눠 먹음으로써, 힘써 내 직장올 가꾼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를 서로들 무언으로 일깨웠다. 금년에도 여기 직원들은 저마다 빨간 철쭉꽃을 한 그루씩 가져다가 모두 100여 그루를 우체국 뒤뜰에 심어, 더욱 풍성한 ‘철쭉꽃 동산’ 을 조성키로 했다.
노래가 있는 우체국
“이곳에 와서 저는 남인천우체국을 '항상 기쁨이 넘치는 일터로 가꾸자’를 부임 일성으로 내세우며, 이를 정문께에 크게 써 붙여 직원 각자의 모토로 삼게 했습니다. 기쁨이 있는 직장을 민들기 위해 국장으로서의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그것은 전직원을 사랑의 끈으로 묶어 한가족화하는 일과, 혹시 우리 직원들에게 배여 있을지도 모르는 소극적 • 부정적 사고방식 내지 생활 태도를 남김없이 털어내는 일이었조”
정도병 국장은 작년 6월에 남인천우체국의 노래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사를 공모했다. 나라마다에 國歌가 있듯이, 한 집단의 뜻을 모아 기리고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다지는 데는 노래 이상 좋은 게 없을 성 싶어서였다. 직원들은 처음에 우체국 노래 만들기를 시덥잖게 여겼지만, 정국장이 발벗고 나서 7월 중 순에 이르러 ‘철쭉꽃 동산’이라는 가사가 확정되었다.
'우리들이 가꾸거온 아름다운 이 동산
푸른 꿈이 자라고 보람꽃들이 망울짓는다
여기는 평화의 숲 희망이 샘솟는 곳
서로 돕고 이끌면서 살리 자랑스런 우리의 터전' (2절은 생략)
이같은 가사에다가 친분이 있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며 곡조를 붙였고, 내친 김에 노래에 알맞는 율동까지를 갖추었다. 지금껏 직장 노래들은 장중한 것이 주류였으나. ‘철쭉꽃 동산’은 밝고 희망찬 노랫말과 리듬으로 화합하는 한가족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더욱이 경쾌한 율동마저를 곁들임으로써 생동감을 더하게 한다.
정국장은 앞장서 남인천우체국의 노래를 보급했으며, 직접 율동 교관을 맡기까지 했다. 맨처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직원들 사이에 의외로 잘 만들어진 노래와 율동은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그래서 작년 춘계 체육대회 때는 남인천우체국의 노래와 율동을 경기 종목으로 채택했었는데, 투박한 남정네들만의 우편계가 서무계 • 창구계 • 예보계를 제치고 이 종목에서 1등을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 하는데 그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크기에, 월례조회시에는 반드시 율동을 곁들인 우체국 노래를 부른다.
한편으로 정도병 국장은 우체국에서 모든 칙칙하고 음울한 언어 • 생각 • 태도를 몰아내는데 힘을 쏟았다. 흔히 말로써 축복을 하고 저주를 하듯이, 언어에는 생각과 태도를 컨트롤하는 주술적인 힘마저 깃들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정국장은 각계를 돌며 이따금 동료끼리 등을 두드려 주도록 권한다. 그리고는 “더 복 받으십시오.’’ “귀하를 사랑합니다.” "내가 당신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내가 당신보다 편지 한 통을 더 배달하겠습니다.” 라고 서로 말하게 한다. 또한 구내식당은 ‘식사와 대화의 장’으로, 보험 실적 현황은 '나의 보람찬 하루 결실’로, 안전사고 예방은 ‘안전운전 다짐’으로 고쳐부르게 했다. 그러니 정국장 앞에서 "안된다" "어렵다"’ 하고 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 대신 “된다” “새 힘이 난다”라고 말해야만 한다.

청사 환경 정리
직장 사랑이 사업 실적으로 연결돼
정도병 국장의 사업애는 남다르다. 탁자 유리 판 밑에 '반경 1.5km내 이웃들'의 명단을 비치해 놓고 수시로 전화를 주고 받는다. 거기에는 주안 주공아파트단지와 한진아파트단지내의 입주자대표회의 • 관리사무소 • 부녀회 • 노인회 등의 주요 인사를 비롯해 일심교회 • 남인천전화국 • 국민은행 관계자들의 성명 • 주소 • 연락처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부지런한 국장이 뜨거운 열정으로 우체국 업무를 하나하나 챙겨 나가자, 직원들도 서로 마음을 합쳐 내 일로 여기며 적극 거들고 나섬으로써 남인천우체국의 모든 사업 실적은 우수하다.
작년도의 체신세입 • 체신예금 • 체신보험 • 특산품 판매 • 공과금 수납 등 전분야가 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은 물론 보험 신계약 모집에 있어서는 일찌감치 2월 10일에 목표치를 뛰어넘어 서울체신청 경인지구 2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정국장은 부진했던 우편업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1992년 중에 그때까지 이틀이 걸리던 배달시간을 밤샘작업 끝에 하루로 단축시켰는가 하면, 그 해에 연말연시우편물 소통 우수국이 됨으로써 전날의 불명예를 홀가분하게 벗어 던졌다. 그 결과 남인천우체국은 1993년도 서울청 종합감사에서 마침내 우수국으로 선정되어 표창을 받는 등 모범국으로 성큼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남인천우체국이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전사고가 한 건도 없는 우체국을 이룩했다는 자부심이다. 1992년초만 해도 직원이 안전사고로 희생된 불행한 사건이 있었으며, 그 후에도 안전사고가 잇따라 2명의 직원이 다리를 크게 다쳤다.
정도병 국장은 이 문제를 끌어안고 다각도로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 갖가지 여건을 검토해본 끝에, 안전교육을 강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따라서 매주 화요일을 ‘안전운전 다짐의 날’로 정하고, 아침 8시 30분부터 국장이 직접 집배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 내용은 4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 마음의 안정을 유지한다, 둘째,과속을 하지 않는다, 셋째,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넷째, 헬맷을 반드시 착용한다 등이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대목에서 정국장은 개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기 위한 단란한 가정과 화목한 직장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 뒤 1992년 11월부터는 경미한 접촉사고도 한 건 없는 무사고국을 기록하게 되었다.

남인천우체국의 노래에 곁들인 율동
“우리들 생활이란게 결국 직장과 가정 사이를 맴도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가정에서 불화가 없어야 직장 일이 손에 잘 잡히고, 또 직장 일이 순조로워야 가정이 원만할 건 뻔한 이치죠. 그래서 저는 이제껏 즐거운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갖은 노력을 다해 왔던 것이고, 이에 못지않게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리도록 직원들에게 줄곧 당부해 왔어요. 그렇게 애쓴 보람이 있어, 지금은 국장과 우리 전직원간의 완전한 호흡 일 치를 확신합니다. 이를 밑거름으로 하여 앞으로는 체신사업의 요체인 친절봉사에 더욱 힘쓸 작정입니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가요? ‘친절이란 장님도 보고 귀머거리도 들을 수 있는 언어’라구요”
서울체신청장의 특별지시이기도 한 친절봉사는 남인천우체국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써서 실천하고 있다. 일어서서 손님 맞이하기와 손님의 원하는 바를 신속히 처리하기를 목표로 독창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비디오 테이프도 만들었다. 처음 의도는 친절봉사 교재를 제작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를 촬영하는 사이 창구 • 예금 • 보험 • 우편 • 집배 • 서무 분야의 친절 사례 시범을 직원들이 거듭 실연해 보임으로써 은연중 친절봉사가 몸에 배이게 되는 뜻하지 않던 효과도 거두었다.
남인천우체국은 새해의 목표를 사업 신장 목표의 조기 달성, ‘철쭉꽃 동산’의 완성, 계속적인 무사고국의 실현으로 정했다. 따라서 연초에 우선 대두되는 보험사업에 있어서도 1월 중에 그 목표를 초과 달성한다는 각오로 요즈음 전직원이 바삐 뛰어 다니고 있다. 그래서 남인천우체국은 향기 좋은 꽃이 만발한 동산에 꿀벌들이 부지런히 들고 나는 그런 형국을 연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