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나, 멋있잖아?
올해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텍스트힙’ 트렌드를 실감하게 했다. 성인 종합 독서율이 매년 최저치를 찍고, 성인 10명 중 6명은 연간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와는 달리 서울국제도서전에 닷새간 몰린 인원은 무려 15만여 명. 독서 인구는 줄어드는데, 도서전 방문객은 지난해 13만 명보다 15%나 늘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기간, SNS에는 방문 후기와 인증샷, 브이로그 영상 등 각자가 보고 느낀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그 콘텐츠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독서에 관심 많은 나, 멋있지 않아요?” 고리타분한 취미이자 비주류로 여겨졌던 독서 문화가 이제 자신을 멋있게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Z세대에게 인기 높은 아이돌 가수들의 영향도 크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기실에서 틈틈이 책을 읽는 모습을 공개한 데 이어, 출국 때 무심한 듯 멋스럽게 한 손에 든 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은 최근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었다고 소개했는데, 이 영상이 공개된 이후 20대 소비자의 해당 도서 구매는 전월 대비 2.1배 급상승했다고 한다.
읽고, 찍고, 업로드!
‘텍스트힙’ 열풍에 탑승하고 싶은 사람은 인스타그램 등 SNS의 ‘독서 인증 챌린지’를 활용해 보자. 혼자 하는 챌린지의 경우, 책에 밑줄을 긋거나 필사한 부분을 사진 찍은 일자와 시간이 표시되는 ‘타임스탬프’ 앱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된다. 함께 하는 챌린지는 참가자를 모집 후, 한 달에 2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단톡방에 독서 인증샷을 올리고, 줌 등을 통해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어떤 방법이든, 켜켜이 쌓인 기록을 되돌아봤을 때 뿌듯함은 두 배!
오프라인 이벤트도 다양하다. 부산 기장 아난티코브 내 이터널저니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심야책방’을 운영한다. 또한 서울도서관은 ‘책읽는 서울광장’, ‘책읽는 맑은냇가’ 등 매주 주말 야외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청계천과 서울광장에 다양한 책과 의자를 비치해,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예쁜 디자인의 독서대와 북파우치, 독서링, 책갈피 등 독서 관련 소품도 인기라고 하니, 이런 것들을 통해 조금씩 책과 더 가까워져 보는 것은 어떨지.
‘텍스트힙’이 비록 잠깐의 유행이 될 수도, 보여주기식일지라도 낮은 독서율과 문해력이 이슈가 되는 이 시대에서는 그저 반갑기만 하다. 일단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펴보시라. 무한한 세계가 여러분을 맞이할 테니.
나도 ‘텍스트힙’! 이 책 어때요?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박혜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
우체부 은퇴 후 61세에 화가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한 ‘루이 비뱅’은 파리 시민들에게 ‘행복한 화가’로 불린다. 우체부였던 그를 반기는 파리지앵들과 파리 외곽의 정겨운 풍경들…. 그의 꿈, 삶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달의 우체부
한정희 지음 · 아일랜드픽 펴냄
이 소설은 지쳐가는 삶 속에서 나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꿈의 지침서다. “인생의 가장 강력한 마법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저자의 얘기.
“소소한 꿈이면 어때”하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