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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공원에 있는 책 테마파크에
느린 우체통이 있다구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율동공원은 263만 7316㎡에 달하는 규모에 호수, 잔디광장, 야산, 꽃동산, 갈대밭, 배드민턴장 등 산책과 레저를 즐길 수 있어 겨울에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언 개울은 시골 풍경을 떠오르게 하네요.
율동 공원 안에는 자연 속 도서관인 '책 테마파크'가 있습니다.
원래 한껏 뛰어놀고 난 후에 집중력이 더 생긴다고 하죠! 공원에서 한참을 놀다가 들러서 책을 볼 수가 있네요.
여기서 느린 우체통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막상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고 해도 편지지가 없으면 '에이! 다음에 쓰지 뭐~' 하고 미루기 마련인데요.
책 테마파크 입구에는 편지지, 편지봉투, 볼펜 이렇게 편지 쓰기 3종 세트가 준비돼 있으니 미루지 않고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답니다.
손 편지 오랜만이야~
어린이집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래도 선생님의 주도 하에 부모님께 손편지를 썼던 아이.
중학생이 되면서는 부모님과 친구 생일에 선물과 함께 손편지도 넣어요. 시대가 흘렀지만 저의 어린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길가의 먼지 쌓인 우체통을 보며 '이곳에 편지가 들어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편지는 많이 사라졌겠지만 직접 전하는 손편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네요.
부녀가 마주 앉아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봅니다.
책을 읽고 전시 관람, 체험을 할 수 있는 책 테마파크.
그만큼 조용히 앉아 편지 쓰기도 좋은 공간입니다. 아이 아빠는 펜을 잡은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손글씨부터 어색하다고 합니다.
느린 우체통은 1년이 지난 후 발송되는데요.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1년 후 나에게 칭찬도 해 봅니다.
딸아이는 1년 후의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귀엽게 마무리하네요.
그래, 편지를 쓰고
편지지를 접는 추억도
함께 있었지!
예전 종이접기처럼 편지지 접기가 있었음을 떠올랐어요. 검색을 통해 딸아이 편지지는 셔츠 모양으로 접어보고요. 아이 아빠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학 모양으로 접어봅니다.
편지를 쓰다 보니 멀리 추자도에 살던 아이와 펜팔 했던 기억, 서로 다른 중학교에 가서도 편지를 보내며 우정을 간직했던 기억 등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율동공원 책 테마파크 느린 우체통에는 우연히 방문하고 편지를 보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고 학생들이 단체로 방과 후 활동으로 선생님과 함께 방문해 편지를 쓰기도 한다고 해요.
느린 우체통 편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수거하여 월 단위로 보관하고 있다가 1년이 됐을 때 우체국에 가져가 보내는데요.
제 편지는 빼 주세요ㅠㅠ
책 테마파크 담당자는 겨울에는 아무래도 공원 방문객이 줄어 편지 수도 줄지만 보통 한 달에 200여 통의 편지가 보내진다고 해요.
연인이 와서 편지를 보냈다가 헤어진 후 편지를 빼 달라는 전화가 온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다고 하네요.
책 테마파크에서 비치한 봉투만 규격 외 봉투를 사용할 경우에는 우표를 붙여야 합니다. (해외 발송은 어려워요.)
우편번호는 5자리로 모르면 안내데스크에 문의해도 되지만 네이버 검색에 우편번호만 쳐도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왜 내게 오는 편지는 없어요?' 라고 물었던 어릴 적 딸아이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편함에 온 편지라고는 돈 내라는 각종 고지서, 안내장 뿐인데 말이죠.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보내고 1년 후 우편함에서 발견하게 될 나에게 온 편지(나에게 쓴 편지~)를 받는 날은 제가 오히려 기다리게 되네요. 율동공원에 나들이 가면 책 테마파크에 들러 오랜만에 손편지도 쓰고 느린 우체통도 이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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