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의 자랑 지역특산품 판로개척에 앞장
2009년 진안부귀우체국으로 발령받은 김영은 국장은 그해 7월 폭우로 물에 잠긴 인삼밭 소식을 접했다. 농가를 돕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중 옥수수, 감자, 된장, 닭가슴살 등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까지 알게 됐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자란 진안의 농산물들은 맛과 품질이 뛰어났고 이것으로 만든 갖가지 식품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우수했다.
“상품은 좋은데 판로가 부족하니 판매에 한계가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표고아빠네 표고버섯’, ‘진안수삼’, ‘마이산 김치’, ‘채담카레’, ‘훈이네유과·부각’ 등 다양한 특산품을 발굴해 우체국쇼핑 제철식품으로 등록했죠. 또 수삼과 닭, 마늘을 넣어 만든 삼계탕과 같이 농·축산물을 융합해서 만든 상품 유통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역 농가와 공급업체는 판로를 개척했고, 우체국쇼핑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상품을 착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 윈윈(win-win)할 수 있었다. 김영은 국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꾸준한 상품 판매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해외배송 서비스를 떠올렸다. 이는 해외에 있는 이용자가 물품을 주문하면 우체국이 대리 수령해 해외 주소지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오로지 특산품을 홍보하고 싶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해외 고객들에게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죠. 우체국이 지역민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들이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사비로 시작한 특산물 홍보와 손편지, 해외 고객들 감동
김영은 국장은 지난해 3월부터 해외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배송 상자에 사비로 구입한 특산물 샘플을 넣기 시작했다. 샘플에는 ‘정성과 신뢰로 부담 없이 귀하게 발송해드립니다’라는 문구의 스티커를 붙였다. 배송비에 예민한 고객들을 위해 중량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소분한 샘플과 직접 쓴 손편지도 함께 동봉했다.
“고객과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모든 배송 진행 과정을 공유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소통하면 둘 사이의 호칭은 어느덧 언니와 동생이 되기도 하죠. 오직 우리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편지에 담으면 오히려 배송 물품보다 편지를 더 값지게 여겨주세요. 작은 종이 하나가 인연을 만들어주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객이 한국에 입국해 자가격리를 마치고 부귀우체국에 방문했다. 그 고객은 김영은 국장에게 청정지역 진안에서 살고 싶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는 기약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바쁜 업무에 편지 작성이 버거울 법도 한데 김영은 국장은 고객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단지 고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편지를 쓰고 싶었다고. 배송비를 줄이기 위한 꼼꼼한 포장, 마음이 우러난 손편지까지.... 김 국장의 진심을 읽은 고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먼저 나서서 진안부귀우체국의 해외배송서비스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함께 받은 특산품 샘플은 재구매로 이어졌다.
“작은 일이지만 정말 재밌고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죠. 또 이렇게 이용해주시니 우리 우체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솔선수범 앞장서는 직원들이 우체국의 자랑
진안부귀우체국은 총괄지원을 맡은 김영은 국장과 창구업무를 담당하는 이경재 사무장, 고영식·김기천·안태우 주무관이 똘똘 뭉쳐 이끌어 나간다. 부귀면은 농한기를 맞아 한적했지만 부귀우체국은 수시로 드나드는 이용객과 배송 업무로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김영은 국장은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 우체국 건물 2층에 자비로 관사를 지었다. 공사를 끝낸 후 2011년에 입주했으니 햇수로 10년째 진안부귀우체국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2018년 11월부터 김 국장과 손발을 맞춰온 이경재 사무장은 “우체국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며 방긋 웃었다.
“아무래도 2인국이라 금융·우편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지만 늘 곁에서 서포트 해주는 국장님이 있어 힘든 줄 모르고 일합니다. 국장님은 목표에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일하자고 말하세요. 그래서인지 사무실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합니다.”
‘당신과 함께 근무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건강관리 부탁해요!!’ 순간 우체국 벽면에 걸린 알림판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김영은 국장이 적은 것이다. 그는 “부귀우체국의 자랑거리는 직원”이라고 단언했다. 잠시간의 침묵. 김 국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직원들이 있기에 제가 우체국을 할 수 있어요. 집배원분들도 할당된 업무량을 소화하기 힘들 텐데 일이 끝나면 늘 우체국에 들러 도와줍니다. 지난해 최상준 사무장님이 명예퇴직하시면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하루빨리 충원되기를 바랍니다. 직원들은 서로를 이끌어주며 격려해요. 이들과 함께 근무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진안부귀우체국 사람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모두가 즐거운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진안부귀우체국이 직원과 고객들 모두에게 기분 좋은 ‘부귀영화’의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MINI INTERVIEW
고영식 주무관
“부귀에서 16년을 일했어요. 시골이다 보니 산 중턱에도 집이 있고 냇가를 건너야 하는 집도 있습니다. 주민들 인심이 워낙 좋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분들이 많아 일할 맛이 납니다.”
김기천 주무관
“하루에 100km 이상 오토바이를 타며 지역 곳곳을 누비죠. 올해 6년차가 됐네요.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태우 주무관
“이제 갓 입사한 새내기 집배원입니다. 힘든 일이지만 책임감 있게 일하려고 합니다. 더 열심히 하는 성실한 집배원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