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과 보수를 연계하는 인센티브제의 검토를 제안함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온 고객이 갈증이 나니 물 한 컵을 달라고 요청하였을 때 불결한 잔에다 물을 부어 인 손으로 주어도 갈증 해소의 욕구는 충족되었으니 고맙다는 말은 할 것이다. 그러나 깨끗하게 소독된 유리잔에 생수와 몇 덩어리의 얼음을 넣어 빨대까지 꽂아서 두 손으로 공손히 대접 받은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는 비교되는 기억으로 뇌리에 새겨 질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서울체신청 주관으로 관내 각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은 이른 새벽에 출근하여 열심히 고객 응대 기법을 연마하였다. 유치원에서도 대학에서도 배운 적이 없는 고객에게 절하는 예법과 위치와 방향을 안내하는 예절 및 근무 중에 겪었던 체험담 발표하기 등 직원들은 고달파 하면서도 모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또한 우수한 우체국과 직원을 선정하여 표창도 하고 금강산 관광의 기회도 부여하기 위해 실시한 고객만족운동 친절봉사 평가를 위한 경연대회는 획기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최근 모든 고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우체국이 예전보다 더 깨끗해지고 친절해졌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은행은 깨끗하고 친절한 곳이다.”라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고 인정하는 공감대가 우리 모든 우체국에 대해서도 꼭 같은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행히 금년 설에는 우리나라가 IMF 경제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고,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기관인 정보통신부의 우정사업을 신뢰하게 되어 거액의 예금과 보험 및 우편물을 들고 우체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는 은행과 투자신탁 등이 파산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국민들의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며, 또한 요즘 일기 시작 한 우체국의 고객만족운동'의 영향도 크다 하겠다. 전통 한복과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공손히 허리를 굽혀서 고객을 응대하는 등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우체국 직원들의 친절한 모습에 고객들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우체국 문을 나서는 것을 보면 우리도 은행 못지않은 고객 만족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정성을 다하는 외국의 우체국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마친 가지로 만국우편여함 (UPU)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의 경우도 모든 우체국들은 다기능 창구(원스톱 서비스)로 되어 있는데, 우체국 직원들은 항상 고객을 일어서서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 더욱이 우편료를 지불하면 창구 직원이 우표를 직접 봉투에 붙여 고객이 보는 앞에서 소인을 하고는 감사하다는 인사말까지 하니 우체국에 대한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인종 차별, 남녀 차별, 및 연령차별 금지의 상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는 뉴질랜드의 우체국(포스트숍이라 함)은 사무 실전포)의 가운데 공간에는 판매할 여러 가지 상품들을 진열하여 놓았으며, 사무실의 네 귀퉁이에 네 명의 직원이 컴퓨터 단말기를 책상 위에 놓고 앉아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직원을 직장에서 해고 할 수 없으므로 직원들의 나이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였으나, 고객을 마치 가족이나 친구를 대하듯이 모든 정성을 다해 성실하고 진지하게 응대하고 있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태국의 경우는 항상 고객이 요구하는 우표나 우편환증서 등을 먼저 고객에게 건네주고 돈은 나중에 받는 '고객우선주의'를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모든 우편물을 반드시 고객의 면전에서 소인하고 있다. 마음씨 착한 태국의 국민성 탓인지, 또는 기후가 더운 탓인지 모르겠으나 필자가 4년 가까이 방콕에서 설면서 하루 한번 정도는 아·태 우정연수소(APPTC) 옆에 있는 우체국에 갔었는데 고객과 큰 소리로 다투는 직원을 본 적이 없다.
일 많은 직원에게 더 많은 박수를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 우체국 직원들도 이제는 친절 봉사가 몸에 배어 진심으로 고객 만족을 위해 봉사하는 다른 나라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봉사하는 우정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고객 응대 기법을 훈련하여야 함은 물론 일을 더 많이 하는 직원에게는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등의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를 모색해 보아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청와대 가는 길가에 있는 서울통의동우체국에서 1964년부터 약 3년간 환·저금 담당으로 근무할 당시 전화요금 받는 설에는 점신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빴는데, 필자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어느 고객 말씀이 “힘들어서 못하겠으면 그만두세요. 일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라고 말하여 섭섭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요즈음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바쁜 우체국의 창구직원들과 집배원들을 보면서 35년 전에 필자가 느꼈던 것과 꼭 같은 심정으로 일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될 때가 있다.
최근 다른 우체국으로 전출을 희망하는 직원을 조사한 통계를 살펴보니, 창구직원들과 집배원들의 3분의 1정도가 다른 우체국으로 전출을 희망하고 있었으며, 그 이유는 연고지 희망과 업무 부하 량의 과중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패기 있고 의욕에 넘치는 유능한 직원들이 일이 많아 바쁘고 힘들어서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우체국으로 모여들어 기쁜 마음으로 근무하게 하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은 하루 평균 200통의 등기우편물을 접수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은 2,000통을 접수하면서 보수는 꼭 같이 받고 있는데다가, 민원은 훨씬 많아서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면 업무 부하 량이 적은 우체국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하루에 한 사람이 처리하는 우편, 환저금, 배달, 구분 및 민원 처리 등 모든 우체국의 주요 업무를 조사하여 한 사람이 취급할 수 있는 최적의 1일 업무 부하 량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차등 액의 반대급부를 지급한 다면 일이 많은 우체국으로 서로 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확산 될 것으로 생각된다.
업무량이 많은 우체국에 가서 열심히 일하면 그에 상당하는 정도의 보수를 더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능력 평가의 기회도 되어 승진에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건강하고 의욕에 넘치는 유능한 직원들은 업무가 많은 우체국으로 모여들 것이고, 일이 적은 우체국에서는 고객을 확보하여서라도 일을 창출하려고 노력할 것이니 친절 봉사와 세입 증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세운 공장의 생산품들이 팔리지 않아서 창고에 쌓여 있고 직원들은 정리해고를 당하여야 하는 등 수백만의 실직자가 직장을 못 구해 애태우고 있는 요즈음 우리 우체국 직원들은 공무원으로서 신분이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라는 큰 고객이 우체국을 계속 애용해 주고 있으니 행복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신분 보장과 고객 독점(?)의 특혜를 누리면서도 이미 확보된 고객에게조차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여 우편시장을 잠식당하거나 고객에게 불편을 준다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 직원들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체국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하여 고객에게 '진심으로 봉사하는 우정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고객만족운동을 전개하여야 함은 물론 일을 더 많이 하는 직원에게는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해 보아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