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김인숙(고양시 덕양구)
프린트버튼
도서관 홈페이지를 확인하던 어느 날 낯선 팝업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 주말 근무자 모집’. 일주일에 이틀 근무라면 내가 한번 지원해 볼까? 임신과 육아로 10년 가까이 쉬긴 했지만 이래 봬도 어엿한 문헌정보학전공자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 한다’며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반대했던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육아와 살림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렸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남편을 설득했고 딱 1년만 해보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벌써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늘 집에만 있던 엄마가 주말마다 낮 시간을 오롯이 비워야 하는 것이 초등학생 아들에게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시간을 계기로 남편과 아들은 더 돈독해졌다. 늘 일로 바쁘던 남편이 주말이면 가방을 꾸려 아이와 둘만의 캠핑도 떠나기도 했고 수학공부를 챙기기도 했다. 나는 나대로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많이 찾아줬고 꾸준히 ‘책 읽어주기’도 병행했다. 오히려 아이는 엄마를 따라 도서관에 가거나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선택지를 갖게 되는 주말을 즐거워했다.
코로나로 전국의 도서관이 잠정 휴관에 돌입했을 땐 나의 주말 생활도 잠시 사라졌었다. 그때 독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목록을 작성해 책을 읽어나갔고 노트에 꼼꼼히 기록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따로 사진을 찍어뒀다. 책 읽기를 통한 내적 성장을 타인과 나누고 싶어 용기를 낸 일이었다. 한 권 한 권 적어나간 것이 어느새 수십 명 이웃 블로거들도 만들어줬다. 그렇게 주말의 도서관은 나를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