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우정렬(부산광역시 부산진구)
프린트버튼
‘밥맛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나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얼마나 밥이 맛이 없으면 그런 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쓸까요. 사람이 사는데 가장 행복하고 가치 있는 것이 ‘밥’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밥보다 더 좋은 먹거리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라면, 피자,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신세대들이 주를 이루며, 잦은 외식이 보편화된 사람들은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배고파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밥 냄새는 고리타분하고 싱거울지도 모릅니다.
1950년 중후반에 흰쌀밥을 먹는 것은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얀 김과 구수한 밥 냄새가 피어올라 식욕을 자극하는 쌀밥을 마음껏 먹는 것이 꿈이자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하루 세 끼 밥을 먹지 않으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무언가 허전합니다.
이제 나이 70을 넘어선 제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
세 식구가 먹는 음식의 1/2 정도 가량을 저 혼자 소비하고 있습니다. 혈기왕성한 청년 아들이 먹는 밥의 양은 유아 수준을 면치 못합니다. 간식을 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밥에 대한 관심이 적은 걸 보면 밥 경시 풍조 현상이 어쩔 수 없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밥’맛이 ‘밥’맛다워질 때 각종 성인병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구수하고, 구미가 당기고, 군침이 도는 밥 한 그릇을 말끔히 먹는 것이 제게는 작지만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