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갑작스레 닥친 여러 가지 사건들로 어지러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충청도의 어느 시골 마을로 훌쩍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 아닌 여행으로, 그 당시 가장 일찍 도착하는 교통편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행 계기가 마음의 불편함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기대나 감흥 없이 시외버스 정류소에 도착했고, 가까운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시골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농번기를 맞은 농민들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고,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계인지, 호기심인지 모르겠지만 농민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고 저는 넋두리 비슷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머지않을 때라, ‘밥이나 먹고 가라’는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근처 정자에 앉아 함께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들판에 비친 햇빛보다 순수한 분들과 대화를 나눠서일까요.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에 있던 고민과 걱정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마치 세상에 고민할 일은 없다는 듯한 그분들의 환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런 순수한 미소들이 모난 세상을 밝힐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심과 걱정으로 항상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일어난 제게, 과일이며 떡이며 먹을거리를 챙겨주시던 고맙고 순수한 분들.
그분들이 순수한 미소로 제 마음속을 밝혀준 것처럼, 저 역시도 밝은 미소로 세상을 밝히고자 다짐하게 된 고마운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