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지루했던 일주일의 끝, 금요일이었다. 꽤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본가에 내려가 나물 반찬이나 제철 과일 등을 먹으며 주말 동안 늘어지게 아무것도 안 할 참이었다. E 성향이 강한 내가 I 적인 계획을 짜며 설레고 있던 그때,
아끼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오늘 놀래?”
평소라면 “미안, 나 오늘은 본가에 가야 해서 안 될 것 같아”라며 거절했겠지만, 요즘 우울하다는 말을 부쩍 하던 후배였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나 본가 가는 데 같이 갈래? 가서 맛있는 것도 먹자” / “좋아”
후배와는 대학 시절 거의 매일 만났지만, 직장인이 된 이후 서로 바빠 대화다운 대화를 못 한 지 오래됐다. 그래서일까. 같이 본가로 가는 차 안에서 나눈 대화가 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에 후배는 밥을 먹으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언니, 자꾸 남의 말을 반박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긴 것 같아” / “응?”
‘내가 그랬나?’ 싶어 차에서의 대화를 되짚어보니
“아니, 그건 이런 거 아닐까?”, “그건 사랑이 아니지 않을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말을 쓰던가?”라는 말들을 했다는 걸 떠올리고 아차 싶었다.
회사 동료, 상사와 얘기할 때는 기계적으로 “아 맞죠! 그렇죠! 좋죠!”라며 선동의 후 내 생각을 정리하고, 배려하는 투로 돌려 말하고는 했다. 하지만 후배는 가까운 상대니 내 말의 파장을 생각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말한 것이다.
말의 파장은 어쩌면 물의 파장과 같아서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많은 영향을 준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게 쓰나미가 되어 덮쳐버릴 수 있는 노릇이었다.
특히나 우울함에 작아져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말을 던지기 전 우리는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말의 파장이 상대에게 어떤 높낮이로 다가갈지. 특히 가까이 여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