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달 동안은 텔레비전 뉴스 보기가 겁나고 신문도 펴보기 두려울 정도로 연일 세상이 망할 것 같은 소식이 쏟아졌다. 운영 중인 수면질환클리닉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환자가 늘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받지 못하게 된 가정주부, 펀드에 투자한 돈이 반토막 난 가장,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회사원 등 경제위기와 관련한 어려움으로 밤에 잠들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친구를 믿었고, 다른 사람 다 하는 재테크를 했고, 회사 열심히 다닌 것뿐인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큰 흐름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
희망은 작은 자극에서 시작되고 전염된다
불안보다 조금 더 심한 상태를‘공황’이라고 하며 영어로는‘panic’이라고 한다. 그 어원이 되는‘pa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양으로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다리와 꼬리는 염소 모양을 가졌다. 목동들은 양떼들이 불안해 안절부절 못 하고 소란을 피울 때 pan이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 상황을 panic이라고 불렀다.
불안은 작은 자극에서 시작되지만 전염되는 속성이 있다. 대개의 불안은 뚜렷한 근거나 실체가 없고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인류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보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불안이 전염되는 것처럼 긍정과 희망도 전염된다.
어려움은 결국은 지나갈 것이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그 믿음도 전염된다.
주변인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받아들여라
어려울수록 힘이 되는 것은 가족과 동료다. 주변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 걱정거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문제를 객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극단으로 이르기 쉽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들어보면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불안이 줄어든다.
어려운 시기는 변화의 동력을 만드는 시기다
어려움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세포 생물들은 주위의 영양상태가 좋으면 자신의 몸을 반으로 나누는 이분법으로 증식한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 나빠지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다른 개체와 유전자를 섞는 양성생식으로 증식하기 시작한다. 현재 자신의 생존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이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모든 것이 다 잘되고 있다면 누구도 이전에 하던 것을 굳이 바꾸려하지 않을 것이다. 바꾸어서 더 잘 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변화에 따르는 희생을 감수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어려움 그 자체가 변화의 동력이 된다. 그래서 그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고 더 나은 것을 찾게 된다.
지금의 자신도 위기 극복을 통해 만들어졌다
마음이 답답하고 막막할 때,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라. 손에는 그 사람의 이력이 들어있다.
어릴 때 장난치다 다친 흉터부터 일을 하다가 생긴 굳은살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할 때는 미래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의 과거다. 이미 우리 개개인은 나라 전체가 겪었던 위기와 자신의 개인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서있다. 그러므로 당면한 절망감이나 고민도 당연히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손으로 글을 쓰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물건을 나르고 밥을 먹는다. 그 손을 믿고 자
기 자신을 믿어라. 긍정과 변화를 올 한해의 화두로 삼고 자신의 일에 매진한다면 이 어려움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