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과 관행을 의심하라
정부, 기업, 기타 조직들이 끊임없이 내세우는 과제가 바로혁신이다. 고여 있는 물과 같은 조직에 물길을 내어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충전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것을 버릴 때 아픔과 불안감은 필연적이다. 특히 오랫동안 이어져온 통념과 관행에 메스를 들이대야할 때는 새로운 형식이나 방법이 성공할 수 있을까, 반발은 없을까, 더 좋은 방법이 아니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
생활용품업체「도브(Dove)」의 도전도 처음엔 성공에 대한 불안감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도브는 2004년에‘있는 그대로의모습이 아름답다’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통해, 완벽한 피부도아니고 완벽한 몸매도 아니며 나이도 잡지 모델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모델로 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콘셉트의 광고를 내보냈다. 여기에 나온 모델 중에는 97세 할머니도 있었다. 하지만 도브의 광고는 크게 히트했다. 광고에 나온 모델들이 하나같이 젊은 여성도 몸매가 좋고피부가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콘셉트에 충실했고, 광고 소비자들은 성형이나 값비싼 화장품을 쓰지 않고도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마련할 수 있었다. 도브를 쓰면 저런 사람(도브 모델)처럼 될 수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던 점은 말할 것도 없다.
도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 어필했다. 보통 사람그 자체 아름다움의 재발견을 보여주면서 미용과 관련된 상품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스타가 광고를 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역발상이자 한 차원 높은 생각이다.연예 스타를 모델로 쓰면 안전한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잘 해도현상 유지밖에 안될수있다. 위험에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배짱은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첫걸음을 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찬 열정, 좌절하지 않는 인내심까지갖추었다면 창조성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
아래로부터 리더를 자극하라
하지만 조직 내 한 구성원에 불과한 보통의 직장인들이 통념과 관행을 의심하고 그것들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달걀로 바위치기이거나 낙숫물이 바위를 쪼개는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생각만 한다는 주변의 핀잔을 듣거나 변화를 싫어하는 동료들의 눈밖에 나거나 하여 모난 돌에 정 맞는 일만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도전가와 혁신가는‘정 맞는 일’을 두려워 하지않고 도전했다.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어느조직에서든 큰 생각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일 경우가 많다. 보통의 조직은 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하면서 다른 조직 혹은기업을 따라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이래선 조직에 비전을 주지못한다.
조직의 비전은 그 조직의 리더가 제시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면 리더를 고무하고 자극시키는 행동은 부하직원이라도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의견을 제안하고, 그 열정을 귀찮을 정도로 근성 있게 보여주는 태도는 리더를 감동시킬 수 있다. 리더는 실패했다고 비난하지 말고 항상격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리더가 그렇게 강조하고 부르짖는 혁신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가 ‘시도하라’ ‘할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당신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자세로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비록나 한 사람에게서 시작한 일이지만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한다.
여럿을 녹여 하나로 만들어라
우리는‘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만들어진 것은 없고, 꼭 어떤 모델이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창조적 상상력도‘무(無)’에서 출발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최근 단순한 모방을‘벤치마킹’이라는 말로 잘못 오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따라하기’ 를 벤치마킹으로 착각하고 답습하는 일은 창조적 상상력과는거리가 멀다.
창조적 상상력은 자신을 색다른 경험에 수없이 노출시켜야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는 동료들의 인생도 관심 있게 보고, 자신을 끝없이 다른 영역으로 이끌어내며 다양한 방향에 노출시켜야 한다. 기업 역시 뭔가 아이디어를 짜내려면 전혀 엉뚱한분야의 기업을 벤치마크하고,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켜 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퓨전’은‘여럿이 녹아서 하나로 합쳐진 것’으로서 전혀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을 말한다. 퓨전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상상력의 힘이 있다. 대표적으로 비보이의 춤과연극의 만남, 담벼락 낙서가 전시된 박물관, 실제 역사에 소설이 섞인 팩션 등의 문화 현상이 여기에 속한다. 오랫동안 획일적 사고를 강요받던 시대를 벗어나 어느 정도 자유분방함이 보장된 현재의 삶과 디지털 시대가 만나면서 두드러진 이런 현상은 많은 문화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상상력과 창조성은 ‘이전에 없던 기발한 것’에 대한 부담을버릴 때 시작된다. 기존에 있는 것에 대한 다시 보기, 재발견, 조합하기, 거꾸로보기, 뒤집어보기, 그리고 여럿을 녹여서 하나로 합쳐보기도 중요한 한 가지 방법이다.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피해갈 마음의 다짐과 결심이 있다면 준비 자세로는 충분하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