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상상력
-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는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나라로 전 세계의 자본과인재가 몰리는 곳이다.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열사의 땅에서스키를 탈 수 있도록 슬로프를 만들고, 세계 지도의 모습을 본뜬 인공 섬을 건설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해안선을 확장하고,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바다 속 호텔을 건설 중이다. 미국 디즈니랜드의 8배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두바이랜드」도 만들고 있다.
이제 세계인들은 두바이를 중동의 석유 수출국이 아닌,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즐거움의 도시로 기억한다.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두바이만큼 열정적인 신화가 가득하고 기업인들이 투자하고싶은 매력적인 도시도 드물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의 토후국이자나라전체로는한도시에 불과한, 가난한 두바이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거점으로 탈바꿈한 동력은 무엇일까.
이러한 두바이의 비상 한가운데에 ‘두바이의 CEO’라고 불리는 셰이크 모하메드가 있다. 모하메드는 통찰력, 도전정신, 상상력 등 오늘날 리더가 갖춰야 할 삼박자를 두루 갖춘 탁월한 리더로 꼽힌다. 그는 모름지기 정치 지도자라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냉철해야 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지도자다. 그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에서 해마다 ‘국가 경영 컨설팅’을 받을 정도로 치밀한 사업가인 동시에 수천 편의 작품을 발표한 시인이기도 하다. 치밀한 이성과 말랑하고 촉촉한 감수성을 동시에 가진 리더다. 리더에게 이성과 논리, 분석, 냉철함 말고 왜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상상력이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본보기다. 상상은 미래를 건설하는 가장 중요한 뼈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하메드의 상상력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수많은 세월을 두고 드러낼 한 부분에 불과하다. 여전히 모하메드는 기업의 투자설명회라면 빠지지 않고 찾는다. 정치가들이 모인 자리보다 경제인들이 모인 자리를 즐겨 찾는다.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뚜렷한 국가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며 결단력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책임감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를 변화시키는 지도자 100인에 오르는 일을 당연하게 만들었다.
상상은 디자인해야 상상이다
- 남이섬 대표이사 강우현
우리나라에는 남이섬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킨 강우현 사장이상상경영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더러운 물, 이끼 낀 도선을타고 가면 동전을 넣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야구장과 성인 카바레 등 소주병이 굴러다니는 여느 유원지와 다를 바 없는 남이섬을 문화예술과 자연생태가 어우러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카바레나 노래방 같은 유원지 시설이나 놀이시설을 다 없애고 예술가들을 불러들였다. 남이섬은 이 예술가들을 통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고, 그래서 2001년 취임하여 5년 후엔 취임할 당시보다 입장객은 167만 명으로 6배 이상, 매출은 100억 원으로 5배 이상 늘렸다.
그는‘상상경영’을 강조한다. 기업 경영에 상상을 접목하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상상은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만으론 공상이지만, 디자인이 되어 현실에 설 수 있을 때 진정한 상상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에 따른 액션을 취하는 데 게으름이 없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와 닿는 곳이 있어야 찾는다는 생각으로 해마다 변화를 주어왔다. 한류 열풍에 의존해왔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조형물을 치워도 외국인 관광객은줄어들지 않았고 10%를 넘어섰다. 그의 상상경영을 배우려는공무원과 지자체 단체장들의 줄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외국에서 그를 귀빈 대우하여 초대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의 상상경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비슷한 유형의 관광지를 묶어 연방공화국 형태로 개발하고여권을 만들어 이들 관광지를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그는 상상을 밖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안에서 찾으라고 강조한다. 외국에 가는 공무원들의 출장비를 줄이고, 엑스포 하느라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외국인을 끌어들여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문학에 빠진 리더가 남다르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국가 지도자로서 경영자의 마인드를 가졌지만 시인이었다. 강우현 사장은 현재 남이섬을 경영하는 CEO가 되었지만 본래 미술 전공자였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열렬한 팬이다. 독서광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인문학 없이는 나도 컴퓨터도 있을수없다”고 말했다. 세계적 광고회사인 오길비 앤 매더의 CEO셸리 라자루스는“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에대한 시각을 얻기 위해 소설이나 전기를 읽는다”고 말했다.
성공한 CEO들의 비결은 다름 아닌 서재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서재를 채운 것이 경영 서적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소설, 시, 철학, 역사, 전기 관련 책들로 이른바‘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인문학 서적들이다.
하지만 외국의 CEO들만‘인문학의 가치’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 남중수 KT 사장은 노자의《도덕경》을 신봉한다. 이철우롯데쇼핑 사장은 2007년 2월 취임하면서 승진 과목에 국사를포함시켰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익힌 사람만이 해외 시장에서 상대 나라의 역사, 문화,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소신에의한 것이다.
어떤 분야든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것은 통찰의 힘이다. 그런데 그 통찰의 힘을 기르는 최고의 자양분이 바로 인문학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그 모든 것의 노하우를 경영학에서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상품에서감수성을 느끼고 의미 있는‘관계 맺기’를 원한다. 그러한 높은차원의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탐구가 절실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이 때문이다. 나의 두뇌가 유연하지 못하다면, 내 창의력도 상상력도모두 고갈되어 메마른 느낌이라면, 인문학 서적에 빠져 들어보자. 인간이 수천 년 간 천착해온 축척된 지식의 보고 속에서 당신은 잃어버렸던 풍부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다시금 제공받을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