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천사
일요일 아침, 떠들썩한 소리에 잠을 깼다. 연년생인 딸 아이 둘이서 전날 저녁에 사다준 초콜릿을 나누다가 네 것이 많네, 내 것이 적네 하면서다투다가 급기야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억센 동생 녀석의 손톱에 큰 녀석 팔뚝이 벌겋게 그어져 제 엄마가 두 녀석을 벌주기에 이르렀다.
“얘들아, 약수터에 물이나 뜨러 가자.”일요일마다 방바닥에서 뒹굴던나의‘솔선수범’에 아내가 화들짝 놀라며“어머, 해가 서쪽서 뜨겠네요.” 라며“푸훗~”웃는다.
티격태격 다투던 아이 둘을 데리고 집 뒤 산으로 나섰다. 약수터에 도착해 보니 평소엔 별로 붐비지 않았는데 제법 많은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저만치 앞을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물통을 잔뜩 가지고 오셔서 물을 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는 그 많은 통에 혼자서 물을 담느라시간이 걸리고 있었고, 그 때문에‘약수터 체증’이 생긴 것이다.
뒤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조금씩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물통 좀 적당히 들고 오지.”하는 투덜거림이 들리고 이어서“할머니가 웬 욕심이 저렇게 많아?”하는 핀잔. 시간이 더 지체되면서“에이 참, 집에서 그냥 계시지 왜나왔어? ”하는 노골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기 줄의 중간쯤에 서 있던 한 젊은아낙이 불쑥 나서서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들고 온 바가지로 물을 떠 할머니의물통에 정성껏 담아드리기 시작했다. 젊고 재빠른 아낙의 도움으로 한참이 지나야만 끝날 것 같았던 할머니는 순식간에 물통을 다 채웠다. 아낙은 빙그레 웃으며 할머니 카트에 물통을 죄다 올려 쌓은 후 끈으로묶어 드리는 서비스까지 했다. 그리곤 할머니 카트를뒤로 안전하게 빼 드리는 마지막 수고까지 하는 게 아닌가. 너무 고마워서 연신 감사의 인사를 굽히는 할머니에게“약수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셔요. 산길 조심하시구요.”라며 마무리를 하는 그 아낙.
뒤에서 두 손 놓고 투덜대기만 하던 사람들 모두 얼굴이 화끈 닳아 올랐다.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한 일없이 투덜대고 비난까지 했으니, 한없이 부끄러웠다.
‘애들에게 뭐라고 설명하지? ’라는 고민을 하면서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큰딸애가 불쑥“저 아줌마 짱이야.”라며 치켜세운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이뭔지를 보여준 그 행동. 아이들에게 봉사와 작은 도움의 미덕이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이라는 진리를 일깨워준 그 아낙에게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고 존경스러웠다.
그 아낙이 주말 아침에 만난 진정한 천사였다. 더구나 초콜릿 한 조각을 가지고 치고 박고 싸웠던 아이들에게 양보가 뭔지, 상대방에 대한 아량과 배려가 뭔지를 몸소 실천해 보여주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산교육을 시켜준 그 아낙. ‘체험! 삶의 행복, 양보와 배려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그분께 진정한‘천사’의칭호를 드리고 싶다. 그 날 아침 밥맛은 꿀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