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가족들의 감사의 선물이야기
우정사업본부 경영품질팀
엄화정
언니, 안녕하세요? 저 화정입니다. 오늘은 언니에게 옛날이야기 좀 하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경구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요. 힘이 들거나 외로울 때 꺼내 보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그런 말 한마디요.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게도 언니가 해 준 힘이 되는 한마디가 있답니다. 스무 살 봄, 저는 그저 춥기만 했습니다. 아는 사람, 아는 곳 하나 없는 서울에서 느끼는 그 막막함.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런 곳에서 내 앞날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었지요. 그러다가 광화문우체국으로 첫 발령이 났고, 사회 초년병으로 직장생활을 해 나가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언니, 그거 아세요? 겉으로 보기엔 안정된 것 같아도 저는 여전히 추웠답니다. 낯선 곳에서의 오랜 외로움, 고달픔 때문이었지요. 월급이라고 해봐야 본봉이 17만 8천 원, 그야말로 쥐꼬리만 했습니다. 그 돈으로 사글세 방값, 교통비, 점심값을 했고, 야간대학을 다니는 생활도 이어졌지요. 지금 생각하면 대학은 나중에 가도 됐었는데 싶고, 집도 학교도 사무실에서 얼마나 멀던지. 생활은 하면 할수록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쪼들리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요.
그러던어느날, 언니가제게물었지요.“ 화정아 밥은 먹었니?”요즘이야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밥 못 먹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언니의 그 말에 저는 그만 목이 메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너무나 힘이 들었고 밥을 먹고다니는것 조차 버거운 때였거든요.“ 예”하며 대답은 했지만 이미 눈에는 눈물을 한움큼 담았습니다. 민망해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벌게진 눈을 거울로 들여다보며 울음을 삼켰지요. 언니, 그 후에는 서울이 따뜻했습니다. 힘을 내어 우체국도 열심히 다녔고 공부도 신나게 했어요. 씩씩하다고 언니들은 더 좋아하셨죠. 원래 제가 밝은 성격에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잖아요. 사실 우리는 그저 인사치레로“밥먹었니”를 자주 말하지만, 이제 그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말에는 사랑한다, 힘내라, 잘 지내라, 열심히 살자 등 힘이 되는 말 천 가지 만 가지가 압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언니, 저도 요즘 후배들에게 가끔씩 언니가 제게 했던 말이랑 똑같이 말합니다. 특히, 부모님과 따로 사는 사람, 공무원시험이다 취업시험이다 마음과 몸이 지쳤을 행정인턴에게도 자주요. “밥은 먹었니?”영숙 언니, 5월에는 제가 밥 한번 살게요. 꼭 한번 만나요. ![](/upload/post_content_logo[279].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