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가족들의 더 큰 비전이야기
서울체신청 총무팀
권기호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한껏 붉던 가을의 증거들이 발밑에 뒹굽니다. 시간의 본디 모습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구 달려가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고약하다고 눈을 흘겨보지만 헛일입니다.
올 한해 지나온 흔적들에 눈길을 보내봅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온전히 뿌리를 내린 것이 없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마냥 휑하기만 합니다. 군데군데 서리가 내린 머리칼이 억울하다고 춤을 춥니다. 한껏 고단해진 몸이 ‘끙’ 하고 신음소릴 냅니다. 하지만 건조하든 촉촉하든 결과는 결과입니다. 우리네 삶에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니 무언가 모자랐음에 틀림없습니다.
12월은 다가올 1월의 앞자리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위안 삼아 다시 결기를 가다듬습니다. 두어 가지가 손에 잡힙니다.
먼저, 무언가를 써내야 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모자라는 재주에 게으름까지 부려 마감의 힘으로 고비를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음 앞자리에 이렇게 새깁니다. 매일매일, 꾸역꾸역, 자판을 두드리는 우직함을 기르자! 다음으로 남을 헤아리는 일에도 더 마음을 써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세월의 가르침일까요? 그저 손에 잡히고 입에 오르는 무엇을 쌓고자 애쓰는 일에는 심드렁해집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그리하여 내 삶이 따뜻해지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가족이, 동료가 헤아려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고 실천하겠다고 마음에 적습니다. 빗줄기가 잦아드는 듯합니다.
이제 이런 구절을 옮기며 돌아보고 내다보는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하려 합니다. “어떻게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갔냐고요? 뭐, 간단합니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올라갔지요.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은 이룰 때까지 합니다. 안 된다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달리합니다. 방법을 달리해도 안 될 때는 그 원인을 분석합니다. 분석해도 안 될 때는 연구합니다. 이쯤 되면 운명이 손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1953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한 말입니다. ![](/upload/post_content_logo[306].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