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피천득 시인의 <5월>이라는 작품의 한 구절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의 산천은 신록으로 물들어 가고, 곳곳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세상만물이 행복감에 취해 있을 법한 이 좋은 계절 5월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 발병률과 자살률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에 맞춰져 있던 신체기능이 봄의 따스함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 영향이라는 것이다. 계절의 흐름과 신체 흐름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시각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행복감을 느끼기에 제격인 문화 활동인 클래식 음악 감상을 추천한다. 조금은 어렵고 무료한 음악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선입견을 털어내고 약간의 정보만 기억한다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실로, 클래식 음악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어쩌면 대중적 음악의 한 장르일지도 모른다. 청소차 후진 경고음에서나 휴대폰의 벨소리로, 수많은 광고들의 배경음악으로 접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격의 표상, 클래식 공연장 에티켓
관람하려는 공연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는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아무리 뛰어난 곡과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라고 할지라도, 공연 정보를 전혀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클래식 공연장이라고 해서 꼭 턱시도 정장에 드레스 차림의 복장일 필요는 없으며, 깔끔하고 거추장스럽지 않은 편한 옷차림이면 충분하다. 공연장을 찾을 때는 가급적 진한 향의 향수를 뿌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자칫, 냄새 알레르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재채기 소리만 듣다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장은 어린이 대상의 공연을 제외하고 대부분 8세 이상의 취학 아동부터 입장가능하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변수(답답함을 호소할 수도 있으며, 쉬가 마렵다고 조를 수도 있다)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성남 아트센터 등의 공연시설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시설이 별도로 갖추어져 있으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도우미 선생님도 배치되어 있어 참고할 만하다. 클래식 공연관람에서 알아야 할 것이 박수 치는 타이밍이다. 클래식 공연에서 박수는 곡의 시작과 끝에서만 친다.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악장 사이사이의 여운을 음미하고 연주가들의 연주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다. 관객으로서 언제, 어느 시점에서 호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주자가 인사를 할 때 치면 된다. 그도 모르겠다면, 대다수의 다른 관객이 박수를 칠 때 함께 갈채를 보내는 것이 마음 편하다.
클래식 음악 용어를 이해하자
한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까지 음악의 중심이었던 로마였기에, 클래식 음악 용어에도 이탈리아어가 많이 등장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봤던 베토벤 교향곡 5번 작품67에 나오는 용어를 살펴보면, 알레그로 콘 브리오(빠르고 경쾌하고 기운차고 활발하게), 안단테 콘 모토(조금 빠르게, 활기 있게), 알레그로(빠르고 경쾌하게)로 구성된다. 이탈리안 피자나 파스타 집에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익숙하지 않아서 클래식 음악용어도 어렵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클래식 공연장에도 명당은 있다
값비싼 VIP좌석이나 R좌석이 아니어도 공연 본연의 감동을 선사받는 자리는 따로 있다. 개인적 취향에 따른 객석 선호는 배제하고라도 공연의 장르, 공연장 특성에 따른 명당자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클래식 공연의 명당 좌석
오케스트라
1층 중간 이후 자리가 조화로운 음색을 즐기기에 좋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싶다면, 합창석 추천.
독주/실내악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을 볼 수 있는 1층 왼쪽 앞 좌석.
오페라
무대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연주와 성악가의 노래 소리가 조화로운 2층 앞 좌석.
뮤지컬
대형 뮤지컬의 경우 1층 5열 뒤쪽이나 2층 앞쪽 자리.
무용
무용수의 현란한 움직임을 보고 싶다면 1층 앞자리.
무용수들의 군무를 감상하고 싶다면 2층 앞자리.
계절의 여왕 5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나, 요한스트라우스2세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며, 신체리듬을 대지의 변화에 조화시켜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