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면 강해진다
대니얼 코일이 쓴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등장한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에게 다음의 질문을 받았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보라.
A. 어느 고등학교를 다녔나요?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B. 오랫동안 간절히 바란 꿈이 있나요? 왜 그것을 이루지 못했나요?
비슷하게 보이지만 두 질문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A는 답변하는 사람을 안전지대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B는 불편하면서도 진솔한 고백을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관계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를 더 깊이 알게 해준다. 실험에 따르면, B질문을 한 경우가 A에 비해 실험자 간의 친밀도가 24% 더 높았다. 심지어 한 커플은 결혼에 골인했다. B는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게 만들기 때문이다.

약점을 들으면 무장해제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직행동론 교수인 제프 폴저는 “나에겐 약점이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보세요. 그렇게 하면 누구나 불안해하지 않고 일을 시작하며 서로를 신뢰하고 도와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취약한 순간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상대방 또한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 할 것이고 매 순간 불안감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즉,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진정성 있는 태도가 협동과 신뢰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가 지은 <오리지널스>에는 벤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특이한 방법으로 33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창업자는 동일한 방법으로 자신의 회사를 4천만 달러에 매각까지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투자자들에게 ‘자기 기업에 투자해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 이유’를 담은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투자를 해야 되는 이유가 아니라 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니! 하지만 그랜트는 약점을 내세우는 의사소통 방법이 듣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기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설득하려 하면 자연스럽게 방어막을 친다. 하지만 상대가 약점을 드러내면 그 방어막에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호의적이게 된다.
철의 가면을 벗으면 변하는 관계
‘취약성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800만 명의 TED 시청자를 만난 브레네 브라운 휴스터 사회복지대학원 연구교수는 수치심과 취약성은 현대인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소라고 분석한다. 우리는 ‘더 완벽해야 한다’는 명령을 지상 과제로 떠받들며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약성을 보는 순간 수치심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브라운은 취약성이 ‘약점’이 아니라 드러내는 순간 ‘용기’가 된다고 말한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관계의 변화가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취약성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창의성, 변화, 혁신의 출발점일 수 있다.
김 차장이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떨까? “저는 초보팀장입니다. 그래서 리더십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내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함께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봅시다. 나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무조건 센 척 하는 것보다 약함을 드러냄으로써 관계가 강해질 수 있다. 강한 카리스마가 정답은 아니다. 혹 그동안 철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면, 이제부터 적당히 약점을 드러내자. 그것이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