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 탄광에서 관광으로
태백은 흔히 고원도시 혹은 광산도시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 쌓인 눈만큼이나 호황과 생산, 고통과 절망이 어우러졌던 이 도시는 이제 쇠퇴해진 광산도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고안해내 홍보하며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그 주된 홍보의 방향은 여름 피서철의 잠자리터(쿨시네마 페스티벌), 겨울 눈 쌓인 태백산의 설경(태백산 눈축제)이라는 두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그리고 2000년 가을 카지노가 개장하면서 이 지역 관광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이미지 관리에 애쓰고 있다.
해발 700~1,500m에 이르는 고원지대라는 조건. 해발 855m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추전역과 해발 1,400여m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 고갯길인 만항재는 고원도시이며 눈이 많은 태백의 자연조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더운 여름날에도 해만 지면 서늘해지는 연평균 15도 정도의 낮은 기온과 각종 교통편으로 1시간내에 바다에 이를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은 “잠은 태백에서, 해수욕은 동해에서' 라는 구호를 탄생시켰고, 눈이 자주 내리는 고지대의 특성과 태백산의 명성은 태백산 눈축제라는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1997년 이후 지역적 특색을 살린 석탄박물관 개관, 인근에 동양 최대 규모의 환선굴과 용연굴 개방 등과 맞물려 태백산 천제단과 계곡들, 황지, 구무소, 검룡소, 용담, 신리 너와집, 미인폭포, 동활계곡 등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본래 태백시는 1981년 대도시의 과밀화 해소 및 국토의 균형 개발, 부존자원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이 통합, 시가 되었으며, 태백산의 명칭을 따서 태백시라 하였다. 실제 중심지는 황지이며, 지금도 행정 · 산업 · 교통 등 도시 기능의 주요 부분들이 모두 황지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지형이 험준했던 관계로 1907년 군대 해산 이후에는 약 600명의 의병들이 1912년경까지 일본군과 접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6·25 때는 태백시 중학생 124명이 학도병으로 나가 강원도 북방의 치열한 전투에 참전했고, 그들을 위로하는 충혼탑이 태백중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다.
1926년 태백 지역 장해룡씨에 의해 처음 발견된 석탄은 1930년대에 들어와 일본인에 의해 장성 지역에서 탄맥과 매장이 확인된 이후 1933년 삼척개발주식회사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탄광 개발이 이루어졌다. 해방 후엔 대한석탄공사로 발족하며 국영화되었고, 1960년대 이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최대의 탄광이 되었다. 석탄의 도시로 시커먼 동네, 전형적인 환경 오염의 동네, 열약한 탄광 상황과 광산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 사건 사고, 그 반대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의 자포자기적 소비와 유흥이 판치던 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사양길에 접어든 석탄산업의 영향으로 이른바 ‘석탄산업 합리화’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44개나 되던 탄광은 4개정도로 축소되었다. 그 후 정직한 자연은 차츰 이 도시에도 몇몇 물고기를 비롯한 생명과 함께 다시 찾아들기 시작했고, 태백시는 관광쪽으로 활로를 뚫기 시작했다.
알고보면 태백이라는 동네는 참으로 많은 수난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셈이다. 그 사람들뿐 아니라 자연도 같이 신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백시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도박의 중심지로, 부유한 도시로 변모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새로운 범죄와 사회 갈등, 부의 불균형, 도시 자본의 유입으로 토박이들이 밀려나는 또다른 불행을 낳을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에서 태백시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태백산 눈축제는 눈이 많은 태백시의 특성을 이용한 좋은 축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민족의 영산이라는 태백산 등산과 어우러지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태백산과 눈축제
태백산의 높이는 1,567m. 그러나 높이에 비해 험하지 않으며, 특히 정상 부근은 고위평탄면으로 이루어져있다. 주목 군락과 봄철쭉이 유명하여 봄 · 겨울에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본래 태백산은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 · 문화적으로 신성한 의미와 특수한 기능을 갖는 성스러운 산에 대한 일반적 명칭이다. 태백산은 한자식으로 풀이하면 ‘크고 하얀산’ 즉 ‘한밝뫼’가 된다. 이는 하늘에 대한 광명사상(光明思想)을 표현한 것으로, 이 산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바로 이곳에 제단을 만들어 하늘을 향해 제의(祭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 태백산은 분단의 상황에서 신령스런 산으로 대접받으며 그 부드럽고 육중한 몸체를 과시하며 머리에 천제단을 이고 있다. 그 위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예로부터 토속 신앙이 성하였고, 정상을 비롯하여 계곡에 사찰과 기도처가 많았으나, 1970년대 이후 정리되어 현재는 작은 사찰들과 몇 개의 기도처가 남아 있는 정도이다. 소도동 ‘당골’의 명칭도 이 계곡에 신당이 있다는 데서 연유했으니, 얼마나 무속이 성행했는지 추측할 만하다.
희한한 것은 조선시대의 가장 불우한 왕 단종이 영월에서 죽지 않고 백마를 타고 태백산에 들어와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고, 정상 부근에 ‘한자’ 라고 기록된 단종비까지 있다는 사실이다. ‘백마’를 타고 왔다는 것에 상당한 상징이 깃들어 있음을 감안하면 태백산 일대의 무속 대상으로 단종이 추앙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사의 승리자는 역사서에 기록을 남기고, 억울하게 죽어간 패배자는 일반 민중의 신앙 대상으로 생생하게 살아남는가 보다. 세조는 살아서 영화를 누렸지만,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애초부터 철저히 당한 단종은 이 먼 곳 태백산에서 속세를 초월한 산신령이 되었다. 사후에서나마 한을 풀기를 바라는 소박한 백성들의 마음이 낳은 결과였으리라.
현재 당골의 등산로상에 있는 단군성전은 1978년에 건설된 것이며, 해마다 개천절에 이곳에서 단군제를 지내고 있다.
1994년에 시작해 이번에 8회가 되는 태백산 눈축제는 매년 1월말~2월초에 태백시내와 태백산 기슭 당골에서 열린다(문의는 태백시 관광기획계033-550-2365). 매년 벌이는 핵심적인 행사는 당골 태백산 등산로 입구에서 벌이는 눈조각 경연대회인데, 전문가 혹은 아마추어 · 대학생까지 모두 참여하여 다양하고 거대한 눈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오궁썰매타기라는 행사가 있다. 태백산 위 등산로에서 하산길에 거적대기나 비닐 등을 타고 미끄러지며 내려가는 행사로, 가끔씩은 약간의 접촉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외에도 축제기간 중에 태백시민들의 시가행진과 축하공연, 시민 눈길달리기, 눈사진 공모전, 눈사람 만들기, 등반대회 등 여러가지 행사를 벌인다.
등반대회는 보통 당골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잘 이용되는 등산로는 당골 코스와 백단사 코스, 유일사 코스이다. 오르는 길이나 교통 · 숙박의 편의 때문에 역시 당골 코스가 주로 이용된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까지는 약 3시간 가량 걸리며, 당골과 정상까지는 대략 세 가지코스가 있다. 첫째는 당골-반재-망경사-정상코스, 둘째는 당골-정가바우골-부쇠봉 능선-정상, 셋째는 당골-산제당골-문수봉-부쇠봉-정상 코스이다. 정상의 천제단에서 바라보는 주변 전망이 장쾌하지만, 눈과 눈보라 때문에 시야가 흐릿한 경우도 많다.
태백의 명소
태백산 눈축제를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볼거리들이 많다. 당골매표소 앞 언덕 위에 있는 석탄박물관은 1997년 5월 27일 개장했으며, 태백시가 152억여원을 들여 2년 넘게 걸려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박물관이다. 4층 건물에 총 7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으며, 석탄 개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관람 마지막 단계에는 갱도 체험이 주어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기분부터 색다르며, 세심하게 만든 갱도도 상당히 현실감이 난다.
한편, 태백시 일대는 석회암지대로서 동굴의 천국이다. 그 중 용연동굴은 1997년 10월에 개장했으며, 3억년에서 1억 5천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회동굴이다. 전체 길이는 843m이며, 굴 안에 2개의 대형 광장이 있고, 동굴의 진주라는 동굴산호석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주차장에서 굴 입구까지 무궤도 유료 용연열차가 왕복 운행하는 점이 특이하다.
이외의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졌던 황지, 동점동의 구무소(‘구무’는 구멍의 사투리, 구문소라고도 하며 큰 산에 큼직하게 구멍이 뚫려 만들어진 폭포이며 소), 함태광업에서 세운 청원사와 이 절에 있는 용담(낙동강 발원지로 새롭게 밝혀짐), 창죽동 금대봉 기슭의 한강 발원지 검룡소, 태백 인근의 명소인 고한 정암사, 신리 너와집, 416번 지방도로상의 동활계곡, 38번 국도 도계 방면 대이리와 환선굴 · 준경릉 등과 연계할 수 있다.
가는 길
서울 청량리역에서 영동 태백선을 타고 태백역에서 내리거나,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행 시외버스를 이용, 태백시에서 약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당골행 버스를 탄다. 당골 종점이 태백산 입구이며, 행사기간중에 눈조각경연대회가 열린다. 자가 승용차로는 서울 방면에서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영월-31번 국도-상동을 거쳐 태백산 입구 혹은 태백시로 진입한다. 대구 방면에서는 중앙고속도로-영주IC-영주-봉화-현동-31번 국도-태백시로 진입한다.
숙박 및 먹거리
태백시 내의 태백관광호텔(033-553-3111), 대우장(033-552-3133), 알프스장(033-552-2620) 등의 많은 장급 여관들과, 태백산 입구의 태백시 직영 콘도형 숙소인 태백산 민박촌(033-553-7460) 등이 이용할만하다.
태백시에는 소문난 음식점이 있다. ‘태백 너와집’(033-553-4669)은 도심 한복판에 전통가옥인 너와집을 복원하여 30여가지 이상의 진수성찬을 내놓는 너와정식 등을 선보인다. 태백시 소도동의 ‘촌집막국수집’(033-552-0898)막국수도 괜찮고,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 입구의 음식점들도 먹을 만한 산채정식들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