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아닌 작품
디지털 제품, 특히 가전제품은 이제 상품이라기 보다는 인테리어 작품화되는 추세다. 가전제품은
거실이나 방에서의 노출 빈도가 높다. 따라서 그만큼 예술적 요구가 강하게 작용한다.
최고급 나무 소재 프레임을 적용해 주변의 가구나 원목 마루 등과 조화를 이룬 가전제품도 등장했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서양화가 하상림 씨 등이 삼성·LG전자 등과 손잡고 제품 디자인 작업에 뛰어들면서 소위‘데카르트 마케팅’을 탄생시킨 것도 올해다. 데카르트란 기술(Teck)과 예술(Art)이 결합된 신조어다. 금년도 주요 대박 제품을 살펴보면, 우선 대표 가전제품인 TV에서는 삼성전자의「보르도」가 투밀리언셀러(200만대 판매)가 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와인 잔 모양의 보르도 TV는 세련된
감성 디자인은 물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명암비와 시야각, 컬러 등이 대박의 비결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현재 보르도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LCD TV시장에서 소니, 필립스등 경쟁사를 제치고 각각 17%, 24% 안팎의 시장점유율로 최강자 지위를 지키고 있다.
냉장고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지펠 콰트로」라는 4문형 냉장고로 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칸별 냉각기를 별도로 운영한 지펠 콰트로는 소비자가 냉동·냉장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세탁기·에어컨 부문은 단연 LG전자다. 이 회사의 드럼세탁기 「스팀 트롬 알러지케어」는 알레르기 유발 원인인 집먼지 진드기나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는 장점을 앞세우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휘센 에어컨 역시 LG전자를 대표하는 효자 상품. 지난 2000년 이후 국내는 물론 세계 에어컨 시장서 줄곧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휘센은 냉각방식 등 성능적인 측면과 함께, 디자인 부문에서도 국내외 경쟁 제품을 압도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전자는 휘센 외에도 엑스캔버스 등 자사 주요 가전제품에 김홍도의 풍속화 등 여러 미술 작품을 삽입, 심미적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휴대기기
이른바 개전 기기로 일컬어지는 디지털휴대기기는 제품 구입 주기가 비교적 짧고 젊은 층의 소비자가 많다는 특성상 제품별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린다. 다시 말해 휴대기기 시장에서는 1등 또는 2등 정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가 된다.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은 여전했다.
얼리 어댑터, 해당 제품 MD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전 기기의 대명사인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올해 최고대박 제품은 코원의「D2」가 선정됐다. 반면 쪽박 제품으로는 레인콤의 「M플레이어」가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D2는 터치스크린을 내장한 6.35㎝(2.5인치) LCD에 동영상도 재생이 가능하며 전사사전, FM 수신, 텍스트 및 이미지 뷰어, 음성 녹음 등 PMP 못지않은 기능을 자랑한다. 반면 레인콤 M플레이어는 디자인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액정이 없어 상태 파악이 어렵고 기능이 단순해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역대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내비게이션 분야에서는 카포인트의 엑스로드 V7 시리즈가 금년도 대박 제품으로 꼽힌다. 마이마진의 노정식 MD는“내비게이션으로서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특히 최신 버전인 시즌2는 빠른 CPU를 장착, 멀티태스킹 능력을 높였다.”며 엑스로드 V7 시리즈를 평했다. 반면 쪽박 내비게이션으로는 한때 저가품으로 인기를 모은 노바일렉트로닉의 SS-7이 지목됐다. 아무래도 제조사의 부도 사태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노 MD의 설명이다.
PMP는 최고와 최악 모두 디지털큐브의 아이스테이션 T43 시리즈가 뽑혔다. T43 시리즈는 성능, 기능, 편의성이 뛰어나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부팅 불능에 USB 인식이 잘 이뤄지지 않는등 버그도 많아 원성이 자자했다.
전자사전 분야에선 레인콤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문 MD들은 대박 제품으로는 레인콤의 아이리버 딕플 D26을, 쪽박 제품으로는 같은 회사의 아이리버 D20을 지목했다. D26은 기존 D20의 각종 단점을 적극 개선, 효자 상품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디지털 카메라에선 캐논 EOS-400D가, 캠코더에선 단연 소니 핸디캠 DCR-SR62가 각각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게임기 분야에서는 닌텐도 DS가 혜성과도 같이 나타난 한 해였다. 월 7만여 대씩 팔리는 닌텐도 덕에 3000여개의 주변기기 및 액세서리 제조업체까지 덩달아 신났던 한 해였다.
이밖에 휴대폰은 LG전자의 프라다폰·샤인폰·초콜렛폰과 삼성전자의 블랙잭 SPH-M6200, 애니콜 W2700 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