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밖에서 몸과 정신을 환기하는 시간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적당한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49세 성인이 아침을 거르는 비율이 30~40%나 된다는데, 든든히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고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점심은 사실상 제대로 먹는 첫 끼인 셈인 만큼 질 좋은 식사에 소홀해선 안 된다. 무조건 저렴한 식당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영양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식후 남은 시간을 가장 부담 없이 보낼 방법은 오전의 피로를 씻고 오후의 식곤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이나 그보다 좀 더 강도가 높은 걷기 운동이다. 요즘 일명 ‘운동화 신은 도시 남녀’라는 의미를 줄인 말 ‘운도남’, ‘운도녀’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도심 주변 공원, 천변, 산책로에는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걷는 직장인들의 활기찬 모습이 자주 보인다. 몇몇 기업에선 사원들 대상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한 걷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는데, 동료들과 따뜻한 봄 햇살 아래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혹은 오해 같은 것이 해소될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홀로 걷는 일도 좋은 휴식시간이고 충전의 시간이다.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면 좋겠지만, 회사 근처에 적당히 걷기 좋은 코스를 찾는 것도 좋다. 날마다 걷기 힘들다면, 처음부터 점심 식사할 곳을 좀 떨어진 곳에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고 가는 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서 식사하고 걸어 돌아오면 훨씬 활기 있게 오후 업무에 집중하기 좋다. 걸으면서 간단하게는 오후 업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밖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고 점점 생각의 범위를 넓혀 업무의 문제점, 원인, 해결방법 순으로 집중해서 생각을 훈련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훈련을 통하면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업무 능력의 성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리에서 영혼을 살찌우는 시간
식사 후 사무실 주변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 부담스럽고 귀찮은 사람은 구내식당이나 사무실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하고 돌아와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계획하는 것이 실천하기 좋다. 독서나 e러닝 수강 같은 것을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e러닝 수강은 가장 먼저 어학, 자격증 공부가 떠오를지 모르지만, 요즘은 인문학 강좌, 재무·위기관리·리더십·윤리경영 같은 직무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e러닝으로 배울 수 있다. 시간적 제약이 없고 강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학습자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하여 기존의 50분짜리 강의를 15분씩 쪼개 점심시간에 가볍게 한 강좌씩 듣기 좋게 해놓은 예도 있다. 이 하루 15분씩 책 읽기에 투자한다면 한 달에 1권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자기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책이나 작가의 책을 골라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서점을 찾아 책의 제목과 작가 그리고 서문 정도만 읽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리 스마트하게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도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어 얻은 사유의 폭은 비교하기 힘들다. 신문을 읽어도 좋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특히 ‘단어, 개념, 언어’에 정통한 사람들이다. 어떤 새로운 단어가 탁 다가올 때 ‘어, 이거 뭐지?’, ‘뭔지 모르지만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이거 가지고 한번 새롭게 뭔가 해볼까?’라며 새로운 변화를 생각해보게 된다. 바로 이런 새로움을 포착할 힘은 평소 충분한 독서와 사색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바탕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한마디만 들어도 상대방이 원하는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보고를 잘하는 것은 물론 동료들과 의사소통도 잘하고 타인이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잡아 도울 줄도 안다.
밥정으로 인간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시간
증권회사에 다니는 K 씨는 점심시간 예찬론자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점심 식사를 일부러 꼭 밖에서 한다. 그것도 되도록 상대방 회사의 구내식당을 즐겨 이용한다. 그러면 그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고, 상대방으로부터 상사나 동료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점심시간은 사람들과 돈독한 시간을 만들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다.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유익하겠지만, 일주일 내내 동료들과 꼭 같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점심시간은 식사 약속도 수월하게 잡을 수 있고 저녁보다 식사 비용이 적게 든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저녁시간은 술자리로 이어지면 시간이나 비용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 요즘은 점심 한 끼도 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 자주 식사 약속을 하기 꺼려지겠지만, 좀 더 따져보면 밥을 사는 것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뛰어난 대인관계 스킬도 별로 없다. 뭘 먹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조금만 고민하면 아주 성대하고 고급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내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다. 밥 사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데서 조금 아끼더라도 자기 처지에 맞게 한 달에 얼마는 밥을 먼저 사는 사람이 되자. 밥을 산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느낌을 상대에게 주는 것은 물론, 대화를 주도할 수도 있고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사무실 주변을 걷든 책상으로 돌아와 책을 읽든, 누군가를 만나든 자기에게 주어진 식사 후 남은 시간 동안 몸과 정신을 환기하거나 살찌우는 활동은 꼭 필요하다. 나를 성장시키고 활기차게 하는 하루 중 가장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내 소중한 한 시간을 꼭 사수하자.
회사사용 설명서
사회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좀 더 활기차고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함께 고민해보는 2016년 연중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