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에 등장한 노란색 팝업카페,
모카우체국
기업·지자체 등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우체국’의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각박해지는 사회 풍토와 맞물려 우체국의 ‘아날로그적’ 감성 이미지를 활용하여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이목을 끄는 사례가 있는데, 이른바 ‘맥심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모카우체국’이다. 모카우체국은 실제 운영하는 우체국이 아닌, 동서식품의 팝업카페이다. 제주도의 모카다방을 시작으로모카책방, 모카사진관에 이은 4번째 버전의 고객 체험 공간인데, 이번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담긴 우체국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전반적인 콘셉트 컬러는 맥심 모카골드의 노란색 위주로 꾸며졌으며, 고즈넉한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과 조화되는 심플하면서도 환한 느낌의 외관과 우편창구, 우편함 그리고 편지쓰기 공간, 실(seal)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통해 감성적 경험을 한껏 이끌어낸다. 또한 옛날 집배원 가방이나 자전거, 타자기, 우표 이미지 등은 방문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편지 쓰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곳에서 방문객은 맥심커피를 무료로 이용하며 모카우체국에서의 경험과 추억을 SNS에 공유한다. 동서식품은 이러한 확산을 통해 커피-편지-맥심으로 이어지는 감성적 관계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구축하게 된다. 모카우체국은 인근 우체국 집배원을 대상으로 응원 메시지 전달 행사를 진행하는 등 우체국과 연계한 활동을 통해서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참고로 해당 카페는 7월 6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카페, 레스토랑…
다채로운 우체국 연계 감성마케팅
우체국의 대표적인 아이템인 ‘빨간우체통’ 역시 오래 전부터 수많은 분야에서 감성마케팅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주요 관광지나 카페, 레스토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SNS에서 유명한 제주도의 ‘빨간우체통’ 카페가 대표적이다. 다른 곳이 인테리어 소품이나 작은 편지 이벤트 정도로 활용하는 우체통을 카페 전체 콘셉트로 잡았다는 것에서 차별화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우선 건물 외관이 가장 눈에 띄는데, 큰 우체통 모양의 입구와 네모난 엽서 형태의 건물이 어우러져 우체국보다 더 우체국 같은 느낌을 준다. 실내는 다양한 수취함과 엽서들이 가득 채워져 있으며, 2050년까지 원하는 연도, 원하는 날짜에 편지를 보내주는 느린 우체통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 중인 백승혜 대표는 아날로그적 문화가 사라져 가는 현실을 아쉬워하던 차에 여러 가지 추억이 담겨 있는 편지에 대한 애착이 더해져 이 카페를 시작했다고 한다. 편지 관련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편지가족 회원이자 제주지회 회장을 역임했던 백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길 바라는 마음에, 현재의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바다가 보이는 제주시 해안마을길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6월 25일 개장) 더욱 기대가 된다.
그 밖에 우체국의 또 다른 상징인 집배원의 신속, 정확, 친근함이라는 속성도 서비스 분야의 마케팅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광주에 있는 한 족발매장 ‘족발 집배원’은 독특한 방식으로 외식사업에 ‘집배원’과 ‘우체국’의 가치를 접목하였다. ‘가가호호(家家戶戶) 다니면서 일일이 소식을 전하는 우편집배원처럼 성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광고 문구로 문을 연 해당 매장은 ‘오늘 삶은 족발, 가장 따뜻한 시간에 전합니다’라는 카피처럼 집배원의 감성적, 기능적 속성을 서비스에 접목하여 홍보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속속들이 우체국과 연관되어 있다. 우편엽서 형태의 가게 명함을 시작으로, 편지지 형태의 메뉴판과 편지봉투 형태의 포장용기 등 우체국의 서비스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엽서 형태의 포토존과 무료 엽서를 제공하는 편지 쓰기 공간까지 마련하여 효과적인 감성마케팅으로 고객의 이목을 끈다. 그 외에도 서울중앙우체국 1층 스타벅스의 우체통, 북악스카이웨이 하늘 레스토랑의 느린 우체통을 비롯하여 감성 소구 광고, 오프라인 이벤트 등 일상 속에서 우리는 쉽게 우체국 연계 감성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새 시대의 감성을 담아내는
우체국 활용 마케팅을 기대하다
134년의 시간을 국민과 함께하는 동안 우체국이 따뜻하고 친숙하며 신뢰받는 이미지를 쌓아왔음은 자명하다.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이러한 우체국의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 이미지가 이제는 조금씩 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우체국은 현재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오랜 경력을 가진 선장이 파도를 헤치고 배를 이끌고 가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난제를 해결하고 흐름을 이끌며 나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상반되어 보일 수 있는 우체국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미래지향적 혁신의 움직임은, 다름 아닌 우체국이기에 보기 좋게 잘 융합되어 사회 곳곳에서 시너지를 발현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체국’의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이, 단순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혁신적 움직임과 결합된 새로운 시대의 감성을 담을 수 있으리라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