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청년지원사업 프로젝트
하얀사과농원, 청년농업인 허성진 대표
한여름에 내리는 사과밭의 눈
이 농장의 여름은 아주 독특하다. 분명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인데, 익어가는 사과 위에 ‘흰 눈’이 앉아있다.
하얗게 피어난 늦봄의 사과꽃이 아름다움 그 자체라면,하얗게 뿌려진 한여름의 ‘사과 눈’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농부의 손길로 만들어진 이색풍경에 방문자의 눈길이 바빠진다.
“그 눈의 정체가 칼슘이에요. 석회보르도액의 여러 성분 가운데 인체에 해로운 건 제거하고 칼슘 위주로 코팅을 해 병충해를 예방해요. 껍질째 먹어도 안전합니다.”
석회보르도액은 하얀 가루가 묻어난다는 것에 착안해, 과거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포도 농가들이 도둑 잡는 용도로 사용하던 액체다. 병해충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게 밝혀지면서, 농약 살포를 덜 하려는 농가들이 친환경 자재로 흔히 사용해왔다.
하지만 허성진 대표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석회보르도액을 구성하는 석회(칼슘), 아연, 황산동 등이 인체에 모두 무해한 것은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수병해충예찰연구소와 사과연구소에 성분 테스트를 의뢰했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황산동 같은 유해성분은 제거하고, 칼슘 같은 영양성분으로만 병해충을 관리해왔다.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살포하기 때문에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살균력은 아무래도 조금 떨어져서, 여러 번 강하게 코팅해요. 사과가 유난히 하얀 건 그래서예요.”
사과에 하얀 가루가 잔뜩 묻어있으니, 초창기엔 ‘농약이 묻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이젠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고객들이 더 많다. 사과 알레르기가 있다는 한 고객은 그가 생산한 사과만큼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수확 때마다 농원에 직접 사과를 사러 온다.

과학농법과 건강한 방식으로 사과를 재배하는 허성진 대표
과학영농의 지원군, 우체국쇼핑
‘하얀사과농원’이 자리한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은 그의 고향이자 삶터다. 농부였던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그가 농사의 꿈을 키운 건 뜻밖에도 일본에서 공부하던 20대 때의 일. 대를 잇는 가업이 얼마나 숭고한지 그곳에서 수 없이 지켜봤고, 농업이란 가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잇고 싶어 학교를 그만뒀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무렵, 홍천군에선 사과 재배 교육이 한창이었다. 강원도가 새로운 사과 산지로 떠오르던 때여서 그도 선뜻 그 길에 들어섰다. 2012년이었다.
“사과를 재배하기엔 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지역이에요. 겨울엔 기온이 너무 낮아 사과나무가 쉽게 얼어 죽고, 여름엔 너무 뜨거워 사과 잎이 타버리기 일쑤거든요. 하지만 그런 악조건들이 외려 사과 품질을 높여주는 결과를 불러오더라고요. 그 험난한 조건들을 뚫고 끝내 살아남은 것들만 판매하니까요. 자연으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한 사과가 더 단단하고 맛있어요. 열매가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당도와 산도는 우리 지역의 것이 월등히 높아요.”
‘하얀사과농원’의 주요품종은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것들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산 신품종 ‘아리수’, 노란색을 띠는 사과의 귀족 ‘시나노골드’, 저장 사과의 떠오르는 별 ‘미야비’…. 기존의 사과 농가들을 무수히 찾아다니며, 하나씩 맛보고 공들여 골라낸 품종들이다. 그 가운데 미야비는 우체국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한다. 지난해 일찌감치 매진됐던 것을 고려해 올 가을엔 물량을 넉넉히 마련할 생각이다.
현재 우체국쇼핑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하얀사과농원’의 상품은 14브릭스(Brix) 이상의 당도를 가진 사과로만 짜낸 사과즙이다. 영국산 비타민C를 넣어 ‘갈변’으로 인한 맛 변화를 방지했다. 맛도 영양도 월등해서, 우체국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우체국쇼핑몰에 입점한 건 2020년 11월의 일이에요. 홍천 읍내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이곳은 택배업체에서 잘 와주질 않아요. 배송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우체국쇼핑과 인연을 맺었고, 우체국 특유의 ‘신뢰’로 택배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어요. 프로모션도 진행해주셔서, 재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고요.”
우체국쇼핑이라는 ‘지원군’을 만난 뒤로 그의 도전에도탄력이 붙었다. 그는 현재 ‘네모난 사과’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다. 사각형의 사과 틀로 사과를 재배해, 착색 효과도 높이고 농약 살포도 줄이려는 연구다. 일조량이 적어도 사과가 잘 익을 수 있도록, 태양광의 효과를 가진LED 전구도 찾아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는오늘도 과학의 손을 잡고 미래로 힘차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