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의 이정표를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경영 비전의 시대 반영
IMF의 긴 터널을 나와 밀레니엄을 맞이한 2000년. 그 시작과 함께 우정사업본부는 정보통신부에서 관할하던 우정사업을 이관받아 출범했다. 우정사업 또한 경쟁 심화에 따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비전은 본부장의 취임에 맞춰 새롭게 선포하고 있다. 제2기와 제3기는 같은 비전을 사용했지만, 미션을 바꾸며 차별화했고, 이후 약 2년 주기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다. 제1기는 ‘21세기 선진우정 창출’ 을 경영 비전으로 선포했는데 이는 IMF 이후 빠른 경제회복과 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불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대 분위기의 반영이기도 했다. 2003년 시작한 제2기와 2005년 시작한 제3기는 ‘국민의 사랑 우정서비스’ 를 비전으로 채택했다. 우정사업은 보편적 서비스이지만 시장에서 경쟁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건전한 수익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사업의 중요 과제였다. 서비스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서비스기업이고 고객 만족이 경쟁력이라는 일의 방향성을 조직 내부에 전달하는 하나의 슬로건이었음을 나타낸다.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고 글로벌 기업을 논하다
2007년 시작한 제4기 우정사업본부는 ‘고객에게 사랑과 신뢰받는 선진 우정기업’을 비전으로 채택했다. 최초로 ‘기업’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앞서 ‘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을 본격적으로 표방함으로써 더 이상 행정기관 이미지가 아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며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대내외로 알렸다.
2009년 제5기 우정사업본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글로벌 한국우정’을 비전으로 채택했다. 2009년은 2008년 대한민국이 G20 회원국이 되고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해였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해 여러 지표에서 선진국 진입을 논하기 시작한 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2009년에도 2.3%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진입했다. 글로벌이 경영 비전 속으로 들어온 이유다.
제6기 우정사업본부의 비전은 ‘대한민국을 하나로, 세계 속의 한국우정’ 이었다. 고종황제가 우정총국의 설립을 명한 칙령을 보면 ‘멀고 가까움이 일체로’라는 말이 나온다. 우정사업의 핵심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해 대한민국을 하나로 연결하고 혁신 서비스로 글로벌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우정사업본부 역대 경영 비전
미래를 준비하는 우정사업본부
제7기 우정사업본부의 시작은 2013년이다. 경영 비전은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한국우정’이었다. 이 시기 비전은 우정사업의 속성인 ‘전하는’을 채택해 단순히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겠다는 핵심 가치를 포함해 조직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게 인상 깊다.
2015년 시작된 제8기 우정사업본부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정부기업 구현’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당시 정부는 ‘과학기술과 혁신,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우정사업도 이러한 경제적 성과를 위해 정부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비전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9기 우정사업본부의 비전은 ‘믿음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정부기업’이다. ‘미래’라는 키워드에서 4차산업혁명과 연계된 급변하는 ICT 기술과 빠르게 등장하는 혁신 서비스에 발맞춰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제10기의 비전은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받는 한국우정’으로 모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 사랑받는 기관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코로나 한가운데서 우체국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이 시기 우정사업본부의 성과는 비전을 축으로 조직의 역할을 훌륭히 정의한 데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국민의 행복 메신저를 꿈꾸다
마지막으로 제11기 현재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비전은 ‘국민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한국우정’이다. 제7기 비전과 유사하지만, 특별히 다른 점은 ‘배달’ 이라는 단어의 사용이다. 우정사업의 핵심 역할인 배달과 핵심 가치인 행복을 조합해 ‘국민 행복 배달’이라는 진솔하고 깊은 메시지를 남겼다. 코로나19의 중심에서 시작해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일상에 우정사업본부가 행복 메신저 역할을 통해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해 편리한 보편적서비스로 국민 곁에서 함께한다면 사업적인 성과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비전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둘러보았다. 비전을 구성하는 요소와 역할은 무엇인지, 또 어떤 형태의 메시지로 내외부 구성원에게 전달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을 쓴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모호한 경영 비전의 개념을 선명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개념을 소개했는데 하나는 핵심 이념(Core ideology), 다른 하나는 비전화된 미래(Envisioned future)다.
먼저 핵심 이념은 조직의 가치와 목적을 결합한다. 이는 조직의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업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조직을 흔들림 없이 유지시키는 정신이자 기준이 된다. 둘째로 비전화된 미래는 과장된 표현을 통해 목표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강력한 방향성의 표시인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예금, 보험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이를 통합하는 메시지를 만들면 개념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으로 된다. 그래서 ‘핵심 이념’은 세 사업 분야를 통합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만들고, ‘비전화된 미래’는 각각의 사업 분야에 맞도록 만들어 볼 수 있겠다. 또 리더가 바뀔 때마다 경영 비전의 슬로건을 바꾸더라도 변치 않는 핵심 이념을 갖는 것이 좋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제품, 서비스, 고객을 대하는 방식의 기준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