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안이 1993년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동법의 제정에 따라 임시우편단속법은 폐지되고, 우편 검열의 방법과 절차가 변경되며 전화 감청에 관한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되었다.
건국 직후의 혼란기에 국방상 • 치안상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불온우편물을 검열하기 위하여 임시우편단속법 (1948. 12. 1)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임시우편단속법은 그 동안의 정치 •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개정된 바 없이 우편 검열의 대상과 절차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국민의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속법을 시대에 맞도록 보완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문민정부 출범 등 시대적 • 사회적 상황 변화와 요청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지 6년만에 여당과 야당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국민의 통신의 자유 신장과 함께 우리 정치사에 있어서 민주정치를 위한 한 단계 더 발전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우편과 전기통신을 관장하고 있는 체신부로서는 새로운 입법에 따른 제도의 시행에 잘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 바, 이를 위하여 법의 제정 경위와 취지 및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정 경위
우편 검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난과 불법 도청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1988년 11 월 16일 평화민주당이 「우편 및 통신의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동년 12월 7일 민주정의당이 「통신비밀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통신 비밀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작업이 시작되었다.
당시 제출된 양당안을 간단히 살펴보면,민주정의당만은 범죄수사상 검열 • 감청이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집행하도록 하는 등 미국의 「종합 범죄 방지 및 가로안전법」과 비슷하였고, 이에 대하여 평화민주당안은 국회 법제사법 위원회에서 선임한 심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검열 • 감청을 집행하도록 함으로써 서독의 「신서 • 우편 및 통신 비밀의 제한 법률」과 유사하였으나, 검열 • 감청의 허용요건과 절차가 너무 엄격하여 사실상 검열 • 감청이 불가능할 정도로 규정하고 있었다.
양당안은 법률개폐특별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양당간의 심한 의견 대립으로 인하여 동법안의 핵심사항인 검열 • 감청의 요건과 절차에 관하여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1990년 10월 법률개폐특별위원회가 폐지되고, 제13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들 법률안은 자동 폐기되었다.
제14대 국회에 들어와서 1993년 5월 12일 민주당에서, 동년 7월 7일 민주자유당에서 각각 통신비밀보호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국회는 정치관계심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들 법률안을 심사하도록 하였다.
민주자유당안은 제13대 국회 때 제출되었던 민주정의당안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민주당안은 범죄 수시를 위한 검열 • 감청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집행하도록 하고, 그 요건도 완화함으로써 평화민주당안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체신부에서는 우편 및 전기통신사업의 원활한 수행과 종사원의 보호를 위하여 국회정치관계법 심의특별위원회가 동법안을 심사하는 동안에 몇 차례 참석하여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 있어서 민주당안은 통신의 비밀을 제한하고 있는 일부 법률 규정에 대해서만 동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었는데, 체신부와 관련된 내용 중 우편법 제32조 (환부우편물의 처리), 제35조(환부불능우편물의 개피) 및 제36조(환부불능우편물의 보관 • 폐기) 는 예외로 인정하고, 우편법 제28조(법규위반우편물의 개피) 및 전파법 제63조의 2(혼신 제거 등을 위한 전파감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체신부에서는 우편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우션법 제28조에 의한 법규위빈 우편물의 개피는 검열의 예외로 인정되어야 함을 그 예를 들어 설명하였고, 또한 전파법 제63조 2의 규정에 의하여 혼신 제거 등을 위한 전파감시는 국제조약을 국내법에 수용한 것으로서, 한정 된 자원인 전파의 효율적 이용과 전파질서 유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므로 역시 예외로 인정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정치특위에서 체신부의 의견을 수용하여 주었다.
둘째, 민주당안은 평화민주당안과 마찬가지로 소포우편물에 관한 특례규정을 두어 체신관서의 장이 이를 검열하고, 검열 후 검열 표지를 첩부 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체신부에서는 동 규정이 우편물의 원활한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고, 폭발물 등 우편금제품이 든 소포 우편물에 대하여는 우편법으로 단속이 가능하므로 소포우편물도 통상우편물과 같은 절차로 검열 하면 된다는 점을 들어 동 규정을 삭제하는 의견을 제시하여 반영시켰다.
셋째,감청설비의 정의 규정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설비가 감청설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는 바, 전기통신업무에 관련된 전기통신기기 및 그 부품에 대하여는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파폭력 방지를 위하여 수신자가 송신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줄 것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동법에 마련하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심사 과정에서 체신부의 의견이 수용된 것은 우편 및 전기통신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동법의 제정 취지와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동법의 제정 취지
국민의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범죄 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검열과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에도 그 대상을 제한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가 구현되는 지유로운 민주사회로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주요 내용
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제3조)
누구든지 이 법,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검열과 전기통신의 감청(동법에서 “통신제한조치”라 한다)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 청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다만 법규위반우편물 및 환부불능우편물의 개피, 수출입우편물의 검사 및 전파감시 등에 관하여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위반하여 검열 • 감청을 행한 자에 대하여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였다.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제5조 및 제6조)
범죄 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형법 중 내란의 죄 등 이 법에 열거된 중요 범죄를 계획 •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허가하도록 하고, 그 절차는 검사 (군검찰관 포함)가 통신제한조치의 종류 • 목적 • 대상 • 범위 • 기간 및 청구이유를 기재한 청구서에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지방법원 또는 지원(보통군사법원 포함)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제7조)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보 수집이 특히 필요한 경우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통신의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즉, 통신의 일방 또는 쌍방 당사자가 내국인인 때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검사를 거쳐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아서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고, 통신의 쌍방 당사자가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 • 단체와 외국인,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사실상 미치지 아니하는 한반도내의 집단(북한)이나 외국에 소재하는 그 산하단체 (재일 조총련 등)의 구성원인 때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집행하도록 하였다.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제6조 제7항 및 제7조 제 2항)
범죄 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3월을, 국가 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6월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전자는 3월, 후자는 6월의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긴급 통신제한조치(제8조)
검사 • 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법원의 허가절차를 거칠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우선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고, 집행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며,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대통령의 승인올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는 소속 장관(국가 안전기획부장 포함)의 승인을 얻어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고, 마찬가지로 48시간 이내에 대통령의 승인을 얻도록 하였다. 이 경우 그 시간내에 법원의 허가 또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 에는 즉시 그 조치를 중지하도록 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목적별 통신제한조치의 요건 및 절차를 요약하면 표1과 같다.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제9조)
통신제한조치는 이를 청구 또는 신청한 검사 • 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집행하되, 그 집행업무를 체신관서나 기타 관련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 규정은 현재 임시우편단속법에 의한 우편 검열을 체신관서가 행함에 따라 우편 및 전기통신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수탁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대비하여 두 게 된 것이다.
감청설비의 인가(제10조)
국가기관을 제외하고 감청설비를 제조 • 수입 • 판매 • 배포 • 소지 • 사용 • 광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체신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체신부장관은 그 인가시 국무총리의 승인을 얻고, 인가 내역을 대장에 기재하여 비치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반하여 감청설비를 제조 • 판매 • 소지 • 사용 등을 한 자에 대하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단속 규정이 없어 시중에 유통되는 감청설비를 단속할 수 없었으나, 이제 그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이를 단속할 수 있게 되었다.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제한(제11조)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는 범죄의 수사 • 소추 또는 예방을 위한 경우와 그 범죄로 인한 징계절차 등 동법에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다.
전화협박 등의 방지를 위한 송신자 전화번호 통지 (제 13조)
전화에 의한 폭언 • 협박 • 희롱 둥으로부터 수신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신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수신인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였다. 동 규정은 전화폭력 방지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터라 전기통신을 관장하는 체신부는 통신비밀보호법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제시하여 이 법안에 포함되게 하였다.
타인간의 대화비밀 침해 금지(제14조)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로 청취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녹음 또는 청취할 경우에는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되,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였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복집사건처럼 대화 비밀을 침해당한 경우 법률 적용에 문제가 된 바 있고, 따라서 대화비밀 침해 방지에 관한 근거 규정의 마련이 요청된 바 있었다.
시행 시기 및 다른 법률의 폐지(부칙 제1항 및 제2 항)
동법은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시행 준비를 위한 유예기간을 두었으며, 임시우편단속법올 폐지하였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취지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6년 전 동 법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 된 후 그간의 국회 심의 과정을 지켜본 바로는 이번에도 동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동 법안이 문민정부 출범 1년만에 국회를 통과하였으니, 문민정부 수립 후 정치권의 커다란 변화와 엄청난 정치 발전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의 과제
첫째, 감청설비의 제외 대상 및 감청설비의 인가절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검열 • 감청의 집행업무를 검사 • 정보수사기관의 장 둥으로부터 위탁받는 경우, 검열에 있어서는 그 목적 (범죄수사 • 국가안보)에 따라 수탁업무의 범위와 그 집행방식을, 감청의 경우에는 감청 장소의 제공 및 협조 범위 등에 대하여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전화협박 등의 방지를 위한 제한조치에 관하여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지방법 등을 검토하여 대통령령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시행상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미리 예상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표1] 목적별 통신제한조치의 요건 및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