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떠난 나비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이후, ‘강철 나비’라 불리며 전 세계에 한국 무용의 위상을 드높인 발레리나 강수진. 그가 지난 7월 22일 첫 날갯짓을 시작한 슈투트가르트 극장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더 푸쉬킨이 쓴 오페라 <오네긴>을 자신의 발레인생 마지막 무대로 가진 뒤 토슈즈를 벗었다. 강 단장의 마지막 무대를 지켜보기 위해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 모두는 ‘당케, 수진(고마워요, 수진)’ 이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아낌없는 환호와 찬사를 보냈다.
“은퇴 무대를 준비하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은퇴 공연을 했고, 감동스런 은퇴 무대까지 선물 받았습니다. 이제 한 달 남짓 지났지만 저에게는 벌써 과거가 되었네요.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보람이 있는 무대였기에 지금 행복합니다.”
오랜 기다림이 지금의 밑거름
화려한 은퇴무대를 끝으로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강 단장이지만 그도 시작부터 순항의 돛을 달지는 못했다. 데뷔 초 10년간은 독무 없이 군무만을 공연하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단원으로 관객들의 눈에 띄지 못하는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강 단장은 당시의 군무단원 시절을 무척이나 감사하게 여긴다고.
“군무를 추던 그 시절은 제 발레 인생, 아니 발레뿐 아니라 강수진이라는 사람의 인생 전체에 있어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때의 경험과 기억이 없이 솔리스트가 되었다면 공연 전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테고, 군무들이 공연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알 수 없었겠죠. 또 월드투어 공연을 다니며 각국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살아있는 공부’까지 할 수 있었으니 인생에서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STUTTGART BALLET
국립발레단의 수장, 강수진
강수진 단장은 지난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의 7대 단장직을 맡아 올해로 2년째 ‘나랏일’을 하고 있다. 강 단장은 기존의 고전 작품과 함께 네오 클래식 발레, 현대 발레, 드라마 발레를 해마다 소개하며 국내 발레 레퍼토리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과 글렌 테틀리의 <봄의 제전>에서는 매우 정교한 안무 세계를 선보였고, 존 크랑코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단원들과 관객이 함께 즐긴 작품이다. 아울러 기존 레퍼토리들에서도 단원들의 기량이 한층 정교하고 자연스러우며, 자신감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대 위에서 직접 공연을 선보이는 발레리나와는 다르게 무대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입장이 된 지금,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경험과 책임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국립발레단의 단장은 발레단의 예술적인 면과 행정적인 면 모두를 아울러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관객 앞에 좋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단원들을 지도하는 것 외에도 저를 도와 발레단을 운영하는 직원들과 함께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일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끄는 자리입니다. 최근에는 전 국민의 문화 향유 활성화를 위한 공익 및 지역 공연에 보다 큰 관심을 두고 있어 마케팅과 홍보활동에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저 혼자 해낼 수 없기에 공연을 나서는 단원들은 물론이고, 각 파트별 직원들까지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STUTTGART BALLET
제2의 강수진을 꿈꾸며
강 단장은 여전히 각 단원들의 클래스별 연습과 리허설을 모두 직접 이끌며 자신이 떠난 자리를 메워줄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예술가의 성장에 있어 강 단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스스로가 무엇을,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 깨닫는 것은 참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더군요. 그러기 위해서 경험을 편식해서는 안 됩니다. 무용수의 경우 다양한 레퍼토리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또 다른 자신을 알 수 있는 계기일 뿐 아니라, 자연스런 기량의 향상까지 이룰 수 있으니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죠.
오롯이 나를 위해 준비된 2막
발레리나 강수진은 무대를 떠나 예술감독 강수진으로 새롭게 자신의 인생 2막을 열었다.
“은퇴 공연을 마치고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당장 이렇다 할 답변은 아직이에요.(웃음) 하지만 어디에 있든지 발레계 안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거란 사실만은 분명해요. 우선은 국립발레단 예술 감독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통해 너무나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다른 공연을 준비해볼까 해요. 저를 찾아주신 관객들이 아닌 오롯이 저만을 위한 ‘인생’이라는 공연을요.”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강수진 단장. 그간 무대 위에서 수도 없이 흘렸을 그녀의 땀과 눈물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새로운 모습도 기대해본다. 
Profile
강수진
1967년生,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발레리나, 종신단원
현 국립발레단 제7대 예술감독 겸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