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옛날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서울 강서우체국 남해정 집배원

가족 같이 챙기는 다정한 마음
육아와 살림을 하며 전업주부로 지내던 어느 날, 남해정 집배원에게 친구가 우체국 집배원 일을 소개했다. 남해정 집배원은 집이 우체국과 가깝기도 했지만 하루 네 시간 재택근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니 여유 시간이 나서 마침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1995년, 남해정 집배원은 재택근무로 집배원 업무를 시작했다. 집과 가까운 지역을 배정 받아 업무를 하는 것이라 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적성에도 잘 맞았다. 이렇게 3~4년을 근무하다가 정규 집배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2005년 당시 모습

현재 모습
“우체국에서 여성 집배원이라 배려를 해주신 부분이 많아요. 지금은 차로 이동하지만 당시는 오토바이로 다녔거든요. 그래서 다니기 편한 아파트를 주로 배정해주셨죠.” 한 지역을 오래 다니다보니, 동네 주민들과 가족처럼 친해졌다. 아무래도 여성 집배원이 방문하는 것이니 그 시간대에 집에 혼자 있는 여성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까지 나누는 때도 있다 보니 고객의 마음도 자꾸 살피게 되었다.
“사보에 나온 사연 속 그 고객분도 대화를 나누다가 알게 된 거에요. 작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분이었는데 제품 배송을 위해 우체국까지 아이 둘을 데리고 매일 1시간을 오갔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와서 받아가겠다고 한 거죠.”
2012년 12월호 남해정 집배원은 인터뷰에서 이런 사연을 이야기했다. 집배원 일에 대한 어려움도 있지만 보람과 설렘도 많다는 말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보람과 설렘은 여전하다.

고마움을 전하는 인사가 일하는 원동력
한 구역을 오래 다니다보니 자주 만나는 고객은 정말 가족 같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은 남해정 집배원이 오면 이것저것 부탁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수고가 많다며 음료나 간식을 챙겨 건네기도 한다. 정이 쌓이니 이런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오래 한 지역을 다니면서 생긴 또 하나의 장점은 주소를 잘못 쓴 우편물도 주인을 잘 찾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고객 이름을 보면 주소를 아는 경우가 많아서, 알아서 주인을 찾아준다. 그러면 고객들은 “역시 우체국이니까 믿을 만하다”며 좋아한다. 남해정 집배원이 보람을 다시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고맙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뿌듯하게 남아요. 다른 어떤 보상보다 그런 작은 말 한 마디에 피로가 풀리거든요.저는 오래 한 지역을 다녀서 그런 감사 인사를 많이 받아요. 몇 년 전에는 제 구역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저에게 정성 가득 담긴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 거예요. 또박또박 쓴 글씨로 ‘고맙습니다’라고 썼는데 너무 감동적이더라고요.”
강서우체국에는 남해정 집배원말고도 여성 집배원이 세 명 더 있다. 그 중 한 명은 3년 전에 들어온 신입이다. 아직 20대인데 일을 아주 잘해서 칭찬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이렇게 여성 집배원이 많은 것도 일하는 데 힘이 된다. “예전에는 아홉 명의 여성 집배원이 있었어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강서우체국이 전국에서 여성 집배원이 가장 많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단합이 잘 되고 챙겨주려는 마음이 강해서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워요.” 이제 퇴직까지 4~5년이 남았다는 남해정 집배원의 요즘 계획은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근무하는 마지막까지 즐겁게 일하려면 체력 관리가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는 집배원이라는 제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어요. 제 아이들도 우체국에서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하죠. 이 자긍심으로 계속 열심히 일할 거예요.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