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아내를 쫓아낼수 있는 조건올 열거한 칠거지악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남성 위주의 일방적인 통고 였고, 부당한 이유들이었다. 그 내용을 참고 삼아 열거하자면, 첫째는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 둘째는 자식을 못낳는 것, 셋째는 행실이 음탕한 것, 넷째는 질투하는 것, 다섯째는 나쁜 병이 있는 것, 여섯째는 남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 일곱째는 도둑질하는 것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와 셋째와 일곱째는 이해가 간다 하더라도 넷째의 질투를 유발하는 책임은 분명 남편에게 있을 것이며, 다섯째의 나쁜 병이 있는 경우에 남편이 돌보지 않고 쫓아낸다면 어떻게 되겠는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에 남편에게 나쁜 병이 있다면 여자에게 남편을 끝까지 돌보라고 강요하는 점이 불평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제로 삼는 것은 바로 ‘ 자녀가 없는 것 ’ 에 대한 논란이다. 물론 당시에는 임신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자녀가 없으면 삼신할머니나 다른 조상들에게 죄를 지어서 그런 줄 알고 불공도 많이 들이고 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잘되지 않으면 일단 여자를 쫓아내고 다른 여자를 맞아 들였다.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불임에 대한 확실한 진단이나 해석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불공을 들이거나, 포기하거나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불임의 원인은 부부 모두에게 혹은 부부 중 한 사람 에게만 있을 수 있으며, 둘 중 하나에게 원인이 있다 하더라도 불임 치료는 반드시 부부를 한 단위로 묶어 진단 및 치료를 하게 되므로 부부는 모두 불임 치료에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부부가 1년 이상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을 때 불임이라 정의하고, 그 빈도는 정상 부부의 약 10~15%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했을 때 임신 능력이 가장 왕성한 25세의 여성을 기준으로 보면, 임신하는데 걸리는 시기는 결혼 후 평균 5개월이고, 1개월 안에 25%, 6개월 안에 63%, 9개월 안에 75%, 1년 안에 80% 정도 성공한다.
불임의 원인을 남녀로 구별하여 그 정도를 매김한다면 대개 남자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가 40% 여자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가 60% 정도이다.
여성의 생식기 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배란 및 임신을 책임지는 기관도 다양하므로 불임검사는 남자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여성의 불임 원인을 살펴보면 배란 장애가 15 ~ 25% 이고, 난관이상이 40%에 이른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다.
남성이 불임이 되는 원인은 정자 생성이 안되는 경우, 정자가 생산되더라도 그 수가 적거나, 활동적인 정자가 생산이 되지 않는 경우, 정자가 생산되어도 길이 막혀서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 등이 있다. 정자의 생성이 잘되지 않는 이유로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거나, 남성 호르몬에 문제가 있거나, 정류고환이 된 경우 등이 있다.
정류고환에 대해 설명하자면, 원래 고환은 뱃속에 있다가 태아일 때 서서히 내려와서 고환의 위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고환이 뱃속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남자아이가 태어났는데 고환이 하나만 있거나,하나도 만져지지 않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정자의 생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양쪽 고환이 내려오지 않은 경우에 사춘기 이전에 수술을 해주면 대략 40 ~ 80% 정도가 임신을 시킬 수 있으나, 만약에 사춘기를 지난다면 90% 정도 불임이온다. 한쪽에만 정류고환이 생길 때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80% 정도 임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류고환을 수술하지 않을 때는 고환에서 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만 1살이 되도록 내려오지 않으면 반드시 수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남성 불임을 원인까지 밝히는 문제는 시간이 걸리지만, 여성에 비해 불임인지 아닌지는 간단한 정액검사로 확 인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부간에 불임이 문제가 되면 우선 남자부터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 불임 부부간에 여성은 초조해서 불임클리닉에 다니는 데, 남성 자신은 검사도 하지 않고 검사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렇게 완강하게 불임검시를 거부하는 남편들일수록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의심하여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부부간에 여성이 불임의 원인 일 때는 남편의 정액을 여성의 질에 삽입하는 방법을 비롯한 수 많은 방법을 사용하고, 마지막 방법으로 흔히 시험관아기라고 알려진 체외수정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편에게 문제가 있을 때에는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결국 부부끼리만 평생을 사는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우든지, 아니면 아이를 꼭 원한다면 입양을 고려해 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문과 집안의 존속을 중시하고, 자녀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잘못된 일은 여자에게 책임을 묻는 잘못된 관행이 오래 이어져서, 부부간에 아이가 없으면 무조건 여자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남편에게 책임이 있는 불임도 40% 에 이르고 있다. 이제 아이를 원하는데도 생기지 않으면 부인만 의심하지 말고, 우선 남편부터 검사를 해서 원인을 밝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