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된 친손자가 어느날 선물을 들고 왔다. 건강식품이었다. 선물을 준비한 손자가 기특했지만,
한편으로 손자의 주머니 사정이 걱정된 마음에 나는 “얘야! 뭘 이런 것까지 사 왔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자는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들을 통장에 잘 모아놔서 제법 부자예요!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오래 사셔야 제가 효도하죠. 요즘은 백세 인생이라고 하니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손자의 효성에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쏟아졌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도 “아이구! 교복 입은 모습을 보니 이제 제법 청년티가 나는구나”라고 말하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금일봉을 내밀었다. 손자는 공손히 절을 하고 용돈을 받고서 “통장에 잘 모아뒀다가 다음에 더 좋은 선물을 들고 올게요”라며 어른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기쁨의 시간을 보내던 중 손자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는 의대에 들어가서 의사가 될 거예요. 의사 정원 문제가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만, 지금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걱정이에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진 손자의 말에 나와 남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자는 다시 한번 폭탄 발언을 했다.“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면 아이를 여러명 낳아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변화를 일으켜 대한민국의 발전을 돕는 애국자가 될거에요”. 남편과 나는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손자의 어른스러운 소견에 다시 한번 감동받았다.
손자는 아직 어린 나이인 10대다. 물론 앞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청장년이 되어 이 시대를 이끌어 갈 기둥이 되겠지만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남다르다. 손자의 소망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보기까지 남편과 나는 다소 욕심어린 만수무강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