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조금 특별한 방학 숙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건 바로 코바늘을 이용한 ‘수세미 뜨기’. 살면서 코바늘을 전혀 사용해본 적이 없는 데다 뭔가를 뜨고 바느질 하는 일에는 도통 취미가 없었는데, 마치 제 숙제를 받은 것처럼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그거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거지? 어떡해, 엄마는 코바늘뜨기 배운 적도 없고 뜰 줄도 몰라.”
“괜찮아요. 온라인 강의 보면서 뜨는 거예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국·영·수는 물론이고 체육, 음악, 미술까지 모두 온라인 수업이라는 형태에 익숙해진 아들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 거고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강의 동영상을 보다 멈추고 또 멈춰가며 실물 뜨개질을 완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아들 옆에서 실을 뜨다 풀기만 수십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한코 한코 떠가는가 싶더니 어느 날 저녁, 아들과 내 앞에 예쁜 수세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든 첫 번째가 어렵지 두 번째는 할 만했습니다. 아들과 둘이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자 2시간 만에 수세미 한 장이 완성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첫 수세미는 약간 성기고 모양도 삐뚜름했는데 두 개, 세 개째를 넘기며 점점 촘촘하고 반듯한 모양으로 변화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신이 났습니다.
수세미 뜨기에 재미를 붙인 저와 아들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인 수세미를 두어장씩 선물할 계획입니다.
올해엔 친환경 수세미 뜨기를 하며 소확행을 느끼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