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박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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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군 내의 유일한 고등학교인 농고를 가게 되었지만, 졸업하면 도시로 나아가 학비를 직접 벌어서라도 대학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 남산도서관에서 근무하셨던 이모부는 방학 때마다 서울에 올라간 저를 위해 도서관 좌석을 잡아 주시고, 헌책방에 데려가 읽고 싶은 책들을 사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거의 독학하다시피 공부하여 서울지역 대입 예비고사에 합격했습니다. 명문 대학 필기시험에도 합격했지만, 학비 조달능력을 문제 삼았던 면접관에 의해 최종 불합격 처리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공무원이 되어 야간대학이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공직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합격 후 이모부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우정사업과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다 보니 장관 표창부터 국무총리 표창, 대통령 표창, 훈장에 이르기까지 상이란 상은 모두 받고 영예로운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이제 백수가 된 저는 지역사회에 봉사를 실천하고, 꾸준히 산행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남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학창 시절 이모부가 근무하셨던 남산도서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직 선배로서 지도편달을 해 주시던 모습이 도서관 벽면에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여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가난한 산골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공무원이 되어 자랑스럽게 퇴직하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이모부.
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시는 이모부께 고마움을 되새겨 봅니다.
이모부!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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