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주고받은 668여 통의 편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우리나라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해바라기>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초기에 삶의 고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농민과 하층민의 생활 풍경을 주로 그렸지만,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뒤로 강렬한 색과 과감한 붓 터치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그러나 고흐는 젊었을 때부터 우울증, 공황장애, 신경증에 시달릴 정도로 불안한 삶을 살았다. 자기 귀마저 잘라버릴 정도로 불안정했던 그의 삶을 버티게 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동생 테오였다. 향년 37세에 불안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흐는 죽기 직전까지 테오와 668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테오는 늘 불안했던 고흐에게 정신적,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고흐에게 테오는 인생이라는 여행의 동반자였다.
고흐 편지에 담긴 우체부 조셉 룰랭의 초상화 스케치
테오에게.
벌써 늦은 시간이지만 테오 네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너는 여기에 없지만 난 네가 필요해.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종종 내가 부자라고 생각한단다. 왜냐하면, 내 작품 속에서 나는 내가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할 수 있는 것, 나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지.
편지와 돈 고맙게 받았다.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나는 색채와 구성에 의한 새로운 미술, 예술적 삶에 의한 새로운 미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믿고 있어. 그렇게 믿고 그림을 그린다면, 우리가 헛된 희망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두 사람의 소통창구였던 우체부, 조셉 룰랭
이 수많은 편지를 전달해준 사람은 프랑스 남부 아를마을에 살던 조셉 룰랭(Joseph Roulin)이다. 그는 고흐가 아를 마을에 잘 정착하도록 도와준 따뜻한 이웃이자 우편물을 분류하는 우체부였다. 전화도 없던 그 당시에는 편지가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는데, 룰랭은 고흐와 테오의 소통창구가 된 것이다.
룰랭은 고흐를 종종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룰랭뿐만 아니라 룰랭 가족들의 초상화도 그려주었다. 고흐에게 룰랭이란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였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룰랭 씨는 아버지뻘은 아니지만 나를 대할 때 젊은 병사를 대해주는 노병과 같이 조용하면서도 위엄 있고 다정하신 분”이라고 적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참고도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