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독립선언의 현장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은 ‘펍(Pub)’의 고장이다. 별미인 흑맥주 한 잔을 기울이기 위해 펍에 들어서면 독립선언문이 액자에 걸린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오래된 식당, 서점에서도 독립선언문과 관련된 인물들의 사진과 초상화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중앙우체국 전경 모습
1916년 아일랜드 독립선언문이 선포된 역사적 현장이 바로 더블린 중앙우체국이다. ‘GPO(General Post Office)’로 불리는 중앙우체국은 100년의 세월을 넘어 시민들의 기억과 일상에 또렷이 남아 있다. 아일랜드는 700년 넘게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더블린 중앙우체국은 20세기 초 아일랜드의 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촉발된 ‘부활절 봉기’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1916년 4월 부활절을 맞아 패트릭 피어스, 제임스 코널리 등 작가, 지식인들은 중앙우체국에서 아일랜드가 독립 공화국이며 임시정부를 수립한다는 독립선언문을 낭독한다.
아일랜드의 우편 업체 ‘an post’
부활절 봉기 투쟁은 일주일 만에 제압됐고 15명이 처형당했으며 영국 정부는 봉기 관련자 3,000여 명을 더블린 킬마이넘 감옥에 투옥시켰다. 부활절 봉기는 실패로 끝났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의 민족의식에 불을 지펴 1921년 아일랜드 독립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를 대변하듯 우체국 외벽 석조 기둥 곳곳에는 봉기 당시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다.
아일랜드의 녹색 우체통 모습
‘GPO 박물관’과 녹색 우체통
더블린 중앙우체국은 1814~1818년 아일랜드의 건축가 프랜시스 존스턴의 설계로 세워졌다. 6개의 대형기둥이 전면부를 떠받치는 그리스 양식의 건물이다. 우체국은 ‘GPO museum’의 박물관 기능과 우편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독립 선언문 현판과 부활절 봉기를 상징하는 대형 벽화, ‘쿠출린의 죽음’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사진과 영화 관람이 가능해 여행자들의 투어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더블린 중앙우체국에는 예전에 썼던 모스부호기, 전화교환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더블린시와 그 외 지역을 구분해 보내던 투박한 나무 우체통도 보존 중이다. 더블린의 거리에서 만나는 우체통은 진한 녹색이다. 우체통뿐만 아니라 운송 차량도 녹색으로 꾸며졌다. 아일랜드의 역사와 자연풍광이 담긴 엽서, 우표도 판매 중인 이곳은 금융 및 소포 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노숙자에게 급식을 주고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매주 주급을 나눠주는 일도 하고 있다.
더블린 중앙우체국은 관광객과 시민에게는 익숙한 약속의 장소다. 우체국이 속한 오코넬 거리는 아일랜드의 정신적 영웅 다니엘 오코넬(Daniel O’Connell)의 이름을 따왔다. 아일랜드의 역사를 기리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한 거리 곳곳에는 아일랜드 지도자들의 동상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