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세월 묻어나는, 작품이 된 우체국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앙우체국
고딕 지구의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되고 작품으로 추앙받는다. 우체국, 상점 등도 허투루 지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을 배회하다 중세 건물, 광장을 만나는 일과가 이곳에서는 익숙하다.
바르셀로나 중앙우체국은 고딕 지구 남단에서 벨포트 항구, 바르셀로네타 해변 거리로 이어지는 교차로에 들어서 있다. 고풍스러운 우체국 외관은 왕궁이나 성당의 부속 건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은 양쪽에 망루가 솟고 상층부는 조각상들로 단장된 기품 있는 모습이다.
바르셀로나 중앙우체국은 건축가 조셉 고데이와 자움 토레스 그라우가 1910년대에 설계했다. 10여 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1926년 지어졌으며 다수의 건축가와 화가들이 건축에 참여했다. 스페인의 알폰소 13세 왕이 이곳에서 만국박람회를 열면서 우체국의 엄숙한 개관을 알렸다. 바르셀로나 중앙우체국은 100년 동안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일상과 편의를 두루 살펴왔다.
스페인 우체국은 ‘CORREOS’로 통칭해 부른다. 중앙우체국 입구로 오르는 투박한 돌계단은 주민들이 햇볕과 망중한을 즐기는 한가로운 공간이다. 나무로 된 문을 들어서면 두 개의 검은색 자전거가 눈에 띈다. 빛바랜 자전거에는 스페인어로 ‘우편, 전신’을 의미하는 ‘CORREOS’, ‘TELEGRAFOS’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초창기 집배원들의 ‘발’이 됐던 자전거를 기려 중앙우체국 입구에 전시한 대목이 소박하면서도 뜻깊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의 ‘숨은 조력자’ 중앙우체국 내부는 외관만큼 우아하고 신비롭다. 가운데 천장은 돔 형태로 꾸며졌고 돌기둥이 받치고 있으며, 기하학 아치형의 창문들이 빛을 받아낸다.
창문 밑에는 오래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중앙에 놓인 석조 테이블, 노란색 우체통, 긴 나무 벤치도 품격 높은 우체국을 완성하는 오브제가 된다. 이곳 우체국은 평화로운 쉼터이자, 격조 있게 우편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우체국은 여신 등 일상 업무 외에 흥미로운 일들을 병행한다. 최근 인기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Paq Peregrino(팩 페레그리노)’를 이용하면 걷기 여행에 나서는 여행자들이 우체국에서 무거운 배낭을 부친 뒤 정해진 날짜에순례길에 위치한 우체국에서 수령할 수 있다. 연이어 현지 우체국들은 순례길 숙소에서 숙소까지 배낭을 연결해주는 ‘Paq Mochila(팩 모칠라)’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반려동물들에 인식코드 배지를 부여해 스마트폰 QR코드로 반려동물의 위치, 예방접종 데이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업무도 우체국에서 시작했다. 중앙우체국 홀에는 우편 관련 ‘굿즈’와 역대 우표를 전시하며, 여행 및 입장권 티켓도 판매한다.
중앙우체국을 나서면 독특한 외관의 ‘바르셀로나의 머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우체국 뒤편은 로컬숍 가득한 푸스떼리아 골목이 자리해 있어 거리의 풍미를 더해주고 있다.
스페인의 노란 우체통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