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인간적인 면모와 균형 외교 선보여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이하 조지 부시)는 1959년 공화당에 입당해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66년, 1968년 텍사스 7선거구 하원의원에 연이어 당선 되었으며, UN 주재 미국 대사와 초대 중국 주재 연락사무소장을 역임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에는 CIA 국장을 맡는 등 국제 정세와 경제에 관한 현실적인 판단력을 쌓았다. 다양한 직책으로 탄탄한 경험을 쌓은 조지 부시는 마침내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마이클 두카키스 후보를 7.7%의 투표 차로 따돌리고 제41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조지 부시는 대통령 역임 중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장애인법(ADA)」 통과, 환경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 조치, 소련 붕괴·독일 통일과 같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해 각국 동맹을 재구축했다. 인간적인 면모와 균형 외교로 미국을 ‘친근하고 부드러운 국가’로 만든 조지 부시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손에 꼽는 8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1991년부터 급작스럽게 나빠진 재정 상황과 경기 침체를 해결하지 못하고 빌 클린턴에게 미국 제42대 대통령 자리를 내줬다.
친애하는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신을 깊이 신뢰합니다.
빌 클린턴, 당신이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도 닥쳐올 거고 온당치 않은 비난도 받게 되겠죠.
그런 비난이 당신의 용기를 갉아먹거나 나아갈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지 않기를 빕니다. 당신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당신이 거둘 모든 성공은 바로 미국의 성공이 될 겁니다.
1993년 1월,
조지 부시가 빌 클린턴에게 남긴 편지 中
백악관 전통이 된 후임자에게 남기는 편지
조지 부시는 당초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빌 클린턴에게 회심의 일격을 당하고 재선에 실패했으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후임자의 성공을 비는 편지를 남기고 백악관을 떠났다. 사실 후임자에게 편지를 남기기 시작한 대통령은 조지 부시의 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이었으나, 자신과 정반대의 이념과 철학을 가진 후임자에게 남긴 편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후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은 정당과 세대를 뛰어넘은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2005년 허리케인 카타리나 피해 구제를 위한 모금활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정당이나 이념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은 미국 정치계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조지 부시가 빌 클린턴에게 편지를 남기고 백악관을 떠난 후,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덕담을 담은 편지를 남기는 것이 전통이 됐다. 2018년 12월, 조지 부시가 세상을 떠나자 빌 클린턴은 자신이 받았던 조지 부시의 편지 원본을 공개하며 “조지 부시는 정치보다는 사람을, 당파보다는 애국심을 우선시했던 존경스럽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참고도서 우편함 속 세계사(사이번 시백 몬티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