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무의미에서 찾는 꾸밈없는 의미
무민세대(無+mean(의미) 세대)
의미가 없어 더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일상적 대화 속에 등장하는 뜬금없는 말장난, 아메바처럼 생겨 주무르는 것밖에 할 게 없는 장난감 등등. 2030세대는 거창함을 거부한다. 이미 이 세상에서 자신이 얼마나 평범한 존재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불편해 할 필요가 없다며 평범한 위로와 무자극에서 비로소 온전한 ‘나’를 느끼는 이들은 ‘복세편살’이라고 한다. 언뜻 사자성어 같기도 한이 말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를 줄여 서 이르는 신조어다. 그만큼 어딜 가서 무얼하든 복잡다단하지 않고 마음 편한 게 제일인 이들에게 우정사업본부가 앞으로 더욱 확대할 예정인 무인우체국과 무인접수 서비스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된다. 굳이 마주칠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시간은 줄어들 테니 얼마나 편리하고 좋을까?
02
넓고 얕게 탐하는 지식의 가치
잡학피디아
이제 옛말대로 한 우물만 파면 진짜 우물만 파다 끝날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어떤 정보가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세상.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깊게 판 우물에서 길어 올린 지식이 아니더라도 ‘넓고 얕은 지식’은 그 자체로 환영받는다. 지적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담긴 백과사전이 되려는 젊은 세대를 ‘잡학피디아’라 지칭한다. 이들은 지적 대화에 끼는 과정에서도 남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반대로 간섭을 받는 게 싫다. 간섭 받느니 내가 알아서 해당 정보와 지식을 찾아내고 마는 것. 그러니 ‘지식’이라 해도 무겁지 않고 이 앞에서 폼 잡을 필요도 없다.
웹진을 강화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사보 <우체국과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더욱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담은 사보가 될 것이다.
03
불호까지 취향으로 존중하는 미덕
싫존주의
2030세대에게 무언가를 싫어하는 감정이나 할 수 없는 상태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방해하는 ‘나쁜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알리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불호까지 취향으로 껴안는 ‘싫존주의’를 내세운다.
“내 맘대로 해달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않으며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을 늘려달라”하거나 “치즈가 첨가된 불닭볶음면도 먹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거꾸로 수박바’(L제과)가 제조되어 출시 열흘 만에 100만 개가 팔렸고 ‘치즈불닭볶음면’(S식품)도 세상에 나오게 한 이들. 수취인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지를 바꿀 수 있는 ‘수취인 배달장소 변경서비스’도 싫존주의자들의 ‘불호’를 존중한다. 배송 완료 전이라면 발송인이 기재한 주소와 다른 곳에서 우편물을 받을 수있도록 수취인이 변경 가능한 서비스다.
04
세상을 바꾸는 정의로운 예민함
화이트불편러
‘프로 불편러’는 ‘별것도 아닌 일을 부풀려서불편해 하는 유난스러운 사람’을 뜻한다. 이들이 자주 쓰는 대사 “이거, 나만 불편해?”는 수 많은 패러디를 양산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30세대는 이 ‘별것 아닌’ 것에 주목하여 우리 사회의 ‘옳지 않’을 지적하며 때로는 여론을 형성하여 변화를 이끌어낸다.
세상을 좀 더 좋아지게 만드는 예민함의 소유자 ‘화이트불편러’인 것이다. 이들은 각박한 세상, 짜증나는 뉴스들 사이에서 미담을 발견하면 적극 재생산하고 이에 주체가 된 기업이나 서비스에 ‘갓’*을 붙여 확산시킨다. ”다른 택배 다 안 와도 갓체국은 다르네“, ”포장 상태부터 안전한 갓체국이 진리“등 택배는 역시 ‘갓체국택배’임을 인증하는 후기들이 눈에 띈다. 올해도 우체국택배는 ‘갓’이라 불릴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갓: ‘신’이라는 뜻의 영단어 ‘god’을 붙여 모범적인 무언가에 붙이는 접두사 개념
05
흩어지는 가치에도 지갑은 열리고
휘소가치
‘휘발(揮發)’이라는 명사의 사전적 의미는 ‘액체가 기체로 되어 날아 흩어지는 현상’이다. 물이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도 가끔씩 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2030세대는 ‘휘발성 소비’를 즐긴다. 즉흥적이고 가벼워도 그 소비에 가볍지 않은 의미가 남는 것이 특징. 이들은 소비를 하면서도 제품의 가격과 브랜드보다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을 우선으로 여긴다. 평범한 물건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의미와 일치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의 소비 행태를 ‘휘소가치’라고 부른다. 이들은 굿즈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전폭적 지지와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우표를 구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고,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우표 20종도 품절됐다. 올해는 또 우체국의 어떤 굿즈와 서비스가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