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0 am.
검은 새벽을 파고드는 푸른빛의 경계가 비행기 엔진음에 흩어지며 아침이 밝아온다. 인천국제공항이 보이는 영종도에는 국제우편물류센터가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곳.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가듯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와 하얀 입김이 가득 차 있는 이곳은 살아 숨 쉬는 국제우편물류센터다.
09:00 am.
국제우편물류센터의 아침.
우편물과 트레이가 연출하는 작업장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우편물을 분류하는 직원들의 눈빛이 빛난다.
09:00 AM
퇴근
마지막 통근버스에서 직원들이 내리고 모두가 출근을 마쳤을 무렵 차갑지만 상쾌한 아침공기를 깊게 마시며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김경민 팀장은 밤새 전국에서 도착한 발송물량을 분류하는 작업을 총 지휘하며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퇴근하는 직원들이 출근한 시간은 전날 아침. 24시간을 근무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빠르다. 아침에 출근한 교대조의 직원들은 새롭게 도착한 국제우편물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항공사에서 내려준 ①ULD가 활주로를 통해 조업사로부터 센터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아침 작업이 시작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우편물을 처리하는 업무를 ‘도착’ 업무라고 한다. 반대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갈 우편물을 처리하는 업무를 ‘발송’ 업무라 한다. ULD는 빠르게 해체되어 벨트를 타고 우편물 안전검색 및 통관·검역단계로 이동한다. 우편물을 가득 실은 거대한 ULD가 가볍게 움직이는 바닥에는 작은 롤러볼이 촘촘히 박혀있다. 어느 방향에서 밀어도 쉽게 밀려 나간다. “현장개선안 공모를 통해 채택된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요. 국제우편물류센터에는 이와 같은 우수한 개선아이디어가 채택된 사례들이 이곳 말고도 많아요.” 도착한 ULD를 열며 홍희국 계장은 오전에 도착한 우편물의 빠른 배송을 위해 도착우편물 구분정보 입력장으로 올라가는 컨베이어벨트 위로 막 도착한 국제우편물을 부지런히 싣고 있다.
① Unit Load Device 단위탑재용기, 항공운송에만 사용되는 항공화물용 운반대, 컨테이너 등
10:00 AM
통상
편지나 엽서와 같은 통상우편물은 바로 분류작업장으로 향한다. 우편물과 트레이가 연출하는 작업장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우편물을 분류하는 직원들의 눈빛이 빛난다. 우편물을 발송한 국가의 다양한 언어로 표기된 우편물이지만 지체 없이 도착지의 분류함으로 구분되어 들어간다. 오랜 시간 서서 하는 업무지만 지친 기색이 없다. 작업장에는 음악이 흐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직원들의 움직임도 흥겹다. 오전에 도착한 우편물의 분류가 한차례 마무리되면 계속해서 도착할 작업을 위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직원들의 휴게실이 따로 있지만 작업 중 휴식시간에는 통유리를 통해 햇볕이 쏟아지는 쉼터를 찾는다. 실내온도가 대체로 낮지만 쉼터는 햇볕을 받아 포근하다. 작업하는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쌓인 피로를 녹이고 있었다.
11:00 AM
통관· 검역
ULD에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올라온 우편물이 통관·검역단계를 거친다. 오랫동안 업무에 숙달된 직원들은 우편물의 바코드를 확인하여 우편물들이 자동 분류될 수 있도록 한다. 우편물이 지나치듯 이동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우편물은 목적지를 확인받고 분류된다. 바코드가 확인된 우편물은 엑스레이 검색을 통해 이상이 없는 우편물은 분류단계로, 이상이 발견되면 세관검사단계로 이동된다. 세관검사단계에서는 세관과 협업을 통해 우편물을 확인하는데 직원과 세관직원이 2인 1조로 확인 작업을 진행한다. 우편물을 개피하여 동물검역, 식물검역, 재검사 우편물로 분류한다. 우편물을 개피하고 확인하고 또 다시 포장하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11:20 am.
국제우편물류센터의 작업장은
철저히 출입을 통제하는 보안구역.
승인된 인원만이 들어갈 수 있다.
우편물도 마찬가지.
검역과 보안, 발송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다.
11:40 am.
02:00 PM
발송
오전에 수합한 수도권 EMS우편물이 발송계에 도착한다. 트레일러의 문이 열리고 우편물이 작업장으로 들어온다. 연말연시가 되면 우편물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한다. 오전에 이미 한차례의 통상우편물 분류작업을 마친 직원들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체국 업무시간 마감 후 전국에서 출발한 우편물이 도착하면 모든 우편물은 분류를 마쳐야 한다. 이동식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엑스레이 검색을 마치고 국가별 분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분류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중량검사를 통해 요금을 적절하게 지불했는지 여부도 파악한다. 오차가 발생하면 추가요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국제우편물류센터의 발송계에서도 직원들의 현장개선아이디어가 반영되어 개발된 장비들이 있다. 서류 등 우편물을 분류해주는 자동분류기로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국가별로 자동으로 분류되어 나온 우편물은 항공사별 ULD 또는 자루에 채결하여 발송 준비를 마치면 이후 조업사에서 인수한 우편물을 항공기까지 운송한다.
03:00 PM
통관 · 검역
검역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한 우편물들은 내용물에 따라 추가 절차를 거치게 된다. 동물이나 식물검역에 문제가 있는 우편물에 대해서는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통관검사를 거친 우편물은 관세부과 또는 면세처리 되어 우편물을 수령할 수 있다. 요즘은 추가관세를 지불하면 집에서도 우편물을 받아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물류센터에 와서야 찾아갈 수 있었다.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는 우편물들이 국제우편물류센터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우편물들은 찾기 쉽게 분류되어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우체국과 연결된 자동 이동장치를 통해 세관의 확인을 거쳐 인계된다. 국제우편물류센터의 작업장은 철저히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보안구역이다. 승인된 인원만이 들어갈 수 있고 우편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출입통제구역에 있는 우편물과 통제구역이 아닌 우체국이 보안이 검증된 자동이동장치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03:50 pm.
기계로 하는 일이
많지만 우편물 분류는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받는 사람의 설렘을
허투루 생각함없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분류한다.
06:30 PM
주간 근무자 퇴근
자가차량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공항철도를 이용해도 공항화물청사역에서 순환버스를 타고서야 국제우편물류센터까지 올 수 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 직원들은 거주지 근처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퇴근도 마찬가지다. 오후 6시 30분까지 퇴근버스를 타지 못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순환버스를 타고 공항철도역까지 이동해서 또 집까지 이동해야 하니 여간 퇴근길이 길어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퇴근버스는 꼭 사수해야 한다. 겨울이 되면 해도 빨리 지고 센터주변은 어둠이 짙어진다. 높은 건물이 없는 공항주변이라 사방에 펼쳐진 하늘에서 왠지 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전국에서 출발한 국제우편물들이 잠시 후 도착할 것이다. 퇴근하는 직원들 뒤로 저녁 근무를 준비하는 직원들은 휴게실을 찾아 야간근무를 기다린다.
07:52 pm.
기계로 하는 일이
많지만 우편물 분류는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받는 사람의 설렘을
허투루 생각함없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분류한다.
07:30 PM
발송 그리고 도착
전국의 우체국에서 접수된 국제우편물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작업장을 환히 비치는 불빛 아래 우편물을 내리는 손길이 바쁘다.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날이 밝기도 한다. 밤이 되니 하얀 입김이 작업장을 가득 채운다. 차량이 도착하면 발착장으로 인력이 집중된다. 쏟아지는 우편물을 구분 체결 작업을 위해 컨베이어벨트에 내려놓는다. ULD가 들어오는 입구와 발송차량이 우편물을 내리는 입구는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직원들의 거친 숨소리가 커진다. 밤이 깊어 갈수록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우편물도 전 세계로 나갈 우편물도 많아진다.
04:00 AM
휴식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작업이 마무리됐다. 6시에 시작될 작업이 있어 잠깐 눈을 붙인다. 휴게실 2층 침대에 몸을 누이니 경직된 몸이 풀리면서 스르르 눈이 감긴다. 새벽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진 겨울을 제대로 체험하는 요즘이다. 작업 후에 편안히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휴식은 피로를 풀어주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함께 일한 동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뜨는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눈을 부친다.
06:00 AM
발송
한참 발송물량이 늘어나던 연말에는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 24시간 이상 근무하는 일도 많았다. 요즘은 물량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평월보다 많다. 서둘러 밤새 들어온 우편물의 발송작업을 시작한다.
08:30 AM
출근
통근버스가 하나 둘 센터 앞에 도착하고 줄지어 직원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인천에서 또 경기도에서 직원들을 태운 통근 버스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다. 임연진 씨는 다시 떠오른 해와 같은 밝은 미소로 사무실에 들어섰다. 밤새 쉬지 않고 고객을 위해 불을 밝혀온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사무실에서 작업장에서 또 그 어느 자리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제우편물류를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국제우편물류센터 직원들이 있어 세계 속의 한국우정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직원들 사이의 소통에서 국제우편물류의 소통까지 최고를 자부하는 국제우편물류센터가 있어 오늘도 세계를 향한 문은 활짝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