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가상세계의 등장
가상이라는 뜻의 ‘메타’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 합성어인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환경이 중요해지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타버스를 본격적으로 알린 사건은 바로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가상 콘서트다. 1,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포트나이트에 접속해 가상 콘서트를 즐겼다. 콘서트 이후 트래비스 스콧의 음원 이용률은 25% 상승했고, 포트나이트에서 트래비스 스콧의 아바타가 착용했던 나이키 신발도 마케팅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그 후 방탄소년단이 포트나이트에서 전 세계 최초로 신곡을 발표하면서 그 가능성을 이어갔다.요즘 사람들은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를 사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기 어려워진 콘서트, 여행 등도 메타버스에서 누린다. 가상현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터
요즘 제일 핫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미국의 ‘로블록스’이다.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가입해 ‘미국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라 불린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로블록스에 입장한다. 이들은 로블록스에서 레고 모양의 아바타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하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직접 게임을 개발해 돈을 벌기도 한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곳에 도로를 깔고 건물을 올리고 상점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유저가 만든 게임이 무려 5,000만 개, 개발 유저 수도 800만 명에 달한다. 일 년에 수백만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개발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 Z가 만든 ‘제페토’가 있다. 서비스를 선보인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이용자가 2억 명을 넘어섰다. 처음 접속하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아바타로 만들어준다. 거기다 추가로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해 꾸밀 수도 있는데 아이돌 화장법을 위해 화장품을 사거나 명품 의류를 구입해 한껏 치장하는 식이다. 심지어 단돈 3,000원에 구찌 옷을 구매할 수 있어 MZ세대 사이에서는 ‘제페토에서 구찌 플렉스(Flex) 했다’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이다. 그렇게 꾸민 아바타로 다른 친구의 아바타와 소통하고, 가상 공간에서 찍은 셀카를 올린다. MZ세대에게는 이미 대세인 SNS인 것이다.
메타버스로 옮겨가는 기업들
이를 놓칠세라 기업들도 발 빠르게 메타버스 선점에 나섰다. 구찌, 루이비통, 나이키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삼성전자와 현대차, 디즈니까지 메타버스 내에 입점 중이다. CU는 메타버스 내 한강 반포대교에 편의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내에 오피스를 차린 회사도 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다. 실제 사무실을 본뜬 ‘메타폴리스’를 메타버스 안에 구축했다. 얼마나 메타버스에 진심이냐면 아예 오프라인 사무실을 폐지하고 사무실 재계약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메타폴리스 내에 위치한 30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출근한다.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여 동료를 만나 수다도 떨고 회의도 한다. 이제 숨 막히는 전철을 타지 않더라도 오피스에서 근무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정치, 금융, 쇼핑,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MZ세대를 공략하려는 기업에는 기회의 땅이다.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