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취미
전체글 387풍경 속을 걷다오늘 걷는 걸음걸이가 보보생연화
부여 궁남지의 한여름은 연꽃세상이다. 연꽃천지 사이로 난 수변길을 걸을 때마다 여행자들의 발자국에도 연꽃이 피어오른다. ‘보보생연화(步步生蓮花, 발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난다)’가 따로 없다.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난다니 함부로 발걸음을 떼서는 안 되는 것이 인생살이임을 깨닫는다.
풍경 속을 걷다우주센터 들어선 고흥의 시원한 여름
지난 6월초,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발사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준공했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하반마을에 들어선 나로우주센터. 7월 말에는 국내 기술로 제작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나로호(KSLV-I)가이곳에서 발사된다. 여행객들의 발길은 로켓발사 광경도 보고 피서도 즐길 겸고흥 땅으로 집중되고 있다.
풍경 속을 걷다거친 자연과의 즐거운 교감
전국 제일의 청정하천이라는 내린천°굽이굽이 강원도 산골을 돌아 곳곳에 계곡과 유원지를 만들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물속에는 열목어를 비롯한 쏘가리, 동자개, 동자개, 꺽지, 기름종개, 퉁가리, 메기 등이 자유롭게 헤엄친다. 그리고 여름철이 되면 보트들의 대행진과 인간들의 탄성이 빚어내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 벌어진다.
풍경 속을 걷다철쭉으로 빚어낸 황매 산의 5월
철쭉은 우리 민족에게 오래 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벚꽃이며 진달래가 지고 난 뒤에 자홍색 자태로 피어나는 철쭉은 우리 땅 어디에서나 손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철쭉은 봄이 가는 길목에서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며 여행자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맞이할 채비를 하라고 일러준다.
풍경 속을 걷다진달래 군락 감상하고 섬여행 까지
봄이 오면 우리 산하는 진달래로붉게 물든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한반도의 봄을 화사한 강산으로 변화시키는 진달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우리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으니 가히민족의 꽃이라 불러도 좋다. 하여 많은 시인묵객들이 진달래를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삼았다.
풍경 속을 걷다지심도 동백꽃에는 봄날이 흐른다
빨갛게 피어나는, 정열을 상징하는 봄동백을 만나기 위해 거제도의 부속섬 지심도를 찾아간다. 하늘에서 바라보면‘마음 심(心)’자처럼 생겼다는 곳, 지심도. 거제도 동부의 장승포항에서 도선을 타면 10여 분만에 지심도에 닿는다. 거제도에서 지심도까지는 직선거리로 6km 정도에 불과하다.
풍경 속을 걷다거진항을 거닐며 가곡 명태를 불러본다.
갈매기 떼의 날갯짓을 따라 거진항으로 들어갔다. 명태와 오징어의 집산지로 알려진 항구. 과거에는 겨울철만 되면 거진항에 명태를 가득 싣고 돌아오는 어선들의 만선 깃발이 늘 펄럭거렸다. 너무 많이 잡힌 탓에 어떤 배들은 가라앉을 지경이었다. 활처럼 둥글게 휜 항구는 그물에서 명태를 떼어내는 작업장으로 순식간에 변하고, 명태를 널어 말리는 덕장이 곳곳에 세워져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머리에 걸리고 발에 치이는 것이 명태였다.
풍경 속을 걷다눈길 걸으며 선비들의 꿈을 헤아린다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옛 선비들은 문경새재를 넘었다. 이 겨울, 우리도 삶에 희망을 주는 뉴스를 기다리며 문경새재 트레킹에 나섰다. 지형적 영향으로 새재 옛길에는 한번 눈이 내리면 잘 녹지 않는다. 사위는 고요하고 들리는 것은 새소리, 바람소리와 눈을 밟는 발자국소리 뿐이다. 바람에 나를 맡기고 머리를 비워낸다. 또는 한걸음 한걸음 힘을 주어 발걸음을 떼면서 소띠 해를 부지런히 살아갈 지혜를 가슴에 담는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슬픔도 두려움도 신명 속에 띄워 보내고
낙조가 보고픈 연말이다. 낙조는 아무래도 시야에 거침이 없는 서해가 제 맛이다. 잔잔한 바다가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태양을 서서히 집어 삼키는 그 모습은 차라리 숭고한 의식에 가깝다. 숭고한 의식 앞에 선 사람들은 세심(洗心)의 감동을 경험한다. 몸과 마음이 씻겨 나가니 초연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낼 수있을 것 같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장산곶은 평화롭고 인당수는 잔잔하다네
우리나라는 지적공부에 등록된 섬만도 3,000여 개나 된다. 그중에서 가장 멀리 있는 섬은 어디일까? 거리가 멀어서 먼 섬도있지만 가기 힘들어서 멀게 느껴지는 섬도 있다. 인천 앞바다 백령도도 그렇게 먼 섬 중 하나이다. 뱃길도 멀고 가기도 힘들다. 베일에 감추어진 듯 신비롭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심청이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북한 땅이 바로 코앞에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일삼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냉엄한 현실속의 섬이기도 하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예술의 고장, 시인의 바다, 욕지(欲知)의 섬
문학과 예술의 바다 통영. 통영의 바다가 얼마나 영험한가! 통영의 쪽빛 바다는 꽃의 시인김춘수와 청마 유치환 같은 위대한 시인을 낳았다. 최근 타계한 <토지>의 박경리도 젊었을때 통영에서 공무원 생활까지 했던 통영 사람이다. 외국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쳐드는 세계적음악가 윤이상도 통영의 바다가 배출했다. 붓끝으로 쪽빛처럼 진하고 화려한 색감의 심성을토해낸 원로 화가 전혁림도 통영 사람이다. 자연이 사람을 낳는다고,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작은 고장에서 아름다운 예술인들을 꾸준히 배출해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확실히 통영의 바다는 아름답고 신비감이 있다.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통영. 그 중에서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곳들로는 소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사량도, 비진도, 욕지도 등을 들 수 있는데 하나같이 개성 강한‘물건’들이다. 새삼 이 바다와 섬을 지키기 위해몸을 바쳐온 충무공과 그를 따르던 수군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별들의 전설은 바다 위에서 연가가 되고
우주 삼라만상에는 모두 시작과 끝이 있다.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사람도 늙어지고 병들어 결국 울음소리와 함께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만든 이 땅의 길에도 생명이있어 새로 길이 닦이기도 하고 묻히기도 한다. 섬인들 생명이 없으랴. 섬의 시작은 별의 탄생만큼이나 장엄하고 거룩하다. 반면에 그 끝은 참으로 허망하다. 이런 저런 필요로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다거나 그 사이의 바다를 메우기라도 하면 섬은 그 명을 다하게된다. 사람의 명은 고작해야 백년을 넘기기 힘들지만 섬이야 어디 그런가. 수천 년, 수만 년생명의 끈을 이어오고 있으니 일부는 그 내력이 전설로 전해지기도 한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사람은 산을 닮고 산은 섬을 닮다
지도를 펼쳐 놓으니 모양새가 별스럽다. 한글‘ㅗ’자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한문 뫼‘산(山)’을닮은것같기도 하다. 멧돼지를 닮았다는 말도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멧돼지 같은 맹수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원산도앞 효자도를 먹잇감이라고 한다면 영락없는 멧돼지나 맹수의 모습 그대로이다. 모양이 별스러워도 충청도에선 제일 웃어른 격에 해당되는 섬이다. 505세대 1,100여 명이 살고 있는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안면도가 연륙교로 인해 육지나 다름없어졌으니 실질적으론 원산도가 충청도에서 제일 큰 섬이 되었기 때문이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봉황의 품안에서 여름을 잊을까, 세상을 잊을까
“끼룩끼룩~” 챙 넓은 멋쟁이 모자를 쓴 아가씨, 새우깡 든 손을 머리 위로 올리자 순식간에 갈매기가 날아와 과자를 물어 채간다. 넥타이 신사도 개구쟁이 꼬마도 과자를 든 한쪽 손을하늘 높이 쳐들고 있다. 관광객들의 손에 든 새우깡을 먹기 위해 갈매기들은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달려든다. 마치 애완용 동물처럼 사람에 대한 겁도 없어서 손을 뻗치면갈매기의 다리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 날아든다. 잘 먹어서인지 몸은 포동포동하고 부리는 마치 새우깡을 물어 채가기 좋게 진화한 듯 뾰족하면서도 약간 휘어져 있다. 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배 타는 재미이고 배 타는 재미의 압권은역시 누가 뭐래도‘갈매기 놀음’이다. 그래서 배를 타지 않는 섬 여행은 맛이 없다.네맛내맛도 아니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거친바다까지 보듬어버린 처녀가슴
깊은 밤, 비바람이 거칠다. 오후 느지막이 빗방울을 하나둘씩 떨어뜨리던 하늘이 어두워지자 본격적인 심술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국립공원 다도해. 그러나 그곳 다도해 사람들은 항상 위태로움을 안고 산다. 태풍이라도 올라온다고 하면 허술한 지붕들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큰 돌을 줄에 매달아 붙들어 매야 한다. 삶의 밑천인 배들도 모두육지로 끌어올려 단단히 매어놓아야 한다. 그렇게 바람과 파도와 싸우는 것이 다도해 사람들의 일상이다. 생명의 원천이자 삶의 터전으로 평생을 의지하며 몸을 기대고 사는 바다와 이렇게 처절한 싸움까지 해야 하는 현실은 아이러니이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그 섬에 가면 누구나 보물이 된다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족, 건강, 재산, 명예 아니면 자동차나 카메라, 오래된 그림이나 책인가? 건강하게 살아계시는 부모님이나 허물없이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친구도 보물이 될 수있겠다.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마음속에 보물 한두 점 가지고 있는 자는 진정한 부자일 것이고 그 삶 역시 풍요롭고 신명이 날 것이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봄처녀를 닮은 그 섬, 마음이 벌개졌다네…
이 섬에 처음 주민들이 살기 시작한 때가17세기 중반인 조선 현종 때인데 그때 정착한 사람도 지금과 같은 15가구였다고 한다. 그 후 일제시대에 들어서는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져 일본군 1개 중대가 주둔하기도 하였다. 그 후유증 탓에 지금도 아름다운 섬 안에 당시의 탄약고, 포진지 등의 유적이 흉물스런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봄을 기다리는 바람의 나라
바람이 거칠다. 출렁출렁 거리며 마라도 바로 앞까지 근접한객선. 이제는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좌우로 요동을 치기까지 한다. 배까지 넘쳐 들어온 파도가 1층 객실 창문을 세차게 두드릴 때마다 관광객들의 동요는 더 커진다. 국토 최남단의 섬마을 여행에 동행한 지인은 그 와중에도 애써 태평한 척 여유를부리고 있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삶의 응어리 핏빛 동백으로 피어났나
여수항을 떠난 쾌속선은 고흥 땅 나로도를 거쳐 손죽도, 초도를 지나 마침내 두 시간이 넘어서 거문도 땅에 들어선다. 바다는 잔잔하고 바람도 적당하였으니 다도해 국립공원에 점점이박힌 섬들을 구경하는 데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먼저 도착한곳은 동도. 종착지는 고도이다. 거문도는 크게 세 개의 섬으로되어 있다. 동도와 서도 그리고 크기는 가장 작지만 거문도의심장부 역할을 하는 고도가 그것으로, 손죽도와 초도를 포함하여 여수시 삼산면으로 들어간다.
뱃길 따라 사연 따라시인의 연인, 어부의 연인
사람이 살만한 곳은 어떤 곳인가?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를 통해 복거(卜居)의 조건으로 4가지를 들었다. 지리, 생리(生利), 인심, 산수이다. 즉, 풍수적으로 길지여야 하고, 생업에 유리하여야 한다. 사람들의 인심이 좋아야 하고 아름다운 곳이어야 한다. 이상향에 그칠 것만 같은 이 4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곳이 있을까?